“탄소중립은 분명 대한민국을 주요 7개국(G7) 국가로 도약시키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20일 열린 ‘탄소중립·녹색성장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밝힌 말입니다. 이번 콘퍼런스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탄소중립·녹색성장 관련 첫 공식 행사입니다. 제2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출범에 앞서 현 정부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달성 의지를 표명한단 점에서 의의가 있는데요.
탄녹위 공동위원장인 한 총리는 이날 축사에서 “탄소중립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지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파리기후협약의 참가국은 195개국이지만, 기술개발과 투자를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국가는 일부에 불과하다”며 “한국은 그 ‘일부 국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한 총리는 “에너지 정책 방향과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정교하게 가다듬겠다”며 “산업혁신 전략과 기술개발 투자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무슨 내용이 오갔는지 그리니엄이 취재했습니다.
반기문 “2050 탄소중립 위해선 탈정치화된 초당파적 의지 중요” 🏛️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경제 체제 도입, 혁신 기술 개발, 조화로운 에너지믹스와 더불어 탈정치화된 초당파적인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기조강연에서 남긴 말입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포함해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총 6명의 대통령이 책임을 맡게 된다”며 “6명의 대통령과 다른 정치인들이 고도의 정치적 능력을 발휘해 앞으로 예상되는 난관을 극복해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즉, 6명의 대통령을 거치면서도 큰 변화가 없는 탈정치화된 초당파적 탄소중립계획이 수립돼야 한단 뜻인데요. 반 전 총장은 탄소중립이 기업 생존 및 국가 경제발전과 직결된단 점을 기업인과 정치인 모두 인식할 필요성을 주문했습니다.
특히, 오는 11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리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이성과 실천 의지를 합의하는 무대”가 돼야 한다고 반 전 총장은 강조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COP27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이야기를 안 한다. 너무 조용하다”며 COP27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를 ‘정거장’에 비유했습니다. 그는 “어떤 기차역에는 사람들이 많이 탄다. 때로는 사람들이 없어서 빈 기차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그러면서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는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반 전 총장은 설명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COP26에서 채택된 ‘룰북(Rulebook)’을 주요 성과로 소개했습니다. 룰북, 정확히는 ‘파리협정 이행규칙(Paris Rulebook)’의 완성은 COP26 총회의 핵심결과였습니다.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의 세부이행규칙인 룰북, 그 안에서도 제6조 ‘국제탄소시장 관련 세부이행규칙’이 6년 만에 마련된 것인데요.
국제탄소시장 기본 규범에 관한 합의 덕에 온실가스 감축 및 적응을 지원하는 시장·비시장 접근 방식에 확실성과 예측 가능성을 부여했을뿐더러, 감축목표의 이행과 지원 내용을 보고하도록 하는 투명성 체계를 구축했단 의의가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은 COP26의 아쉬운 점도 성토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석탄입니다.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가 나오기 직전 인도는 기존 합의문에 명시된 석탄의 ‘단계적 폐지(Phase Out)’를 ‘단계적 감축(Phase Down)’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습니다.
분주한 논의 끝에 인도를 비롯한 중국 대표단의 의견이 수용됐는데요. 당시 논의를 이어갔던 스위스 대표단 등 많은 당사국이 실망과 우려를 표했습니다.
반 전 총장 또한 석탄 관련 기후합의가 제대로 나오지 못한 점을 지적했는데요. 그는 “국제사회가 정치 및 자국 내 문제로 인해 아직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우리나라는 탄녹위가 앞장서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김효은 기후변화대사, COP27 COP26보다 후퇴 되면 안 돼! 🌡️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기술기반 탄소중립 실현 ▲국제감축 이행 방안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지원책 ▲민간투자생태계 조성 등 우리나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다양한 관점의 정책이 제시됐습니다.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또한 COP27의 중요성을 설파했습니다. 김 대사는 “(COP27은) COP26에서 합의된 내용을 기초로 한다”며 “얼마만큼이나 진전을 이룩할 수 있는지 논하는 굉장히 중요한 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대사는 글래스고 합의 후 국제사회가 여러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위기, 식량위기, 인플레이션 등이 겹쳤다”며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을 도와줄 여력이 없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사는 그러면서 “이런 어려움 속에서 일부 국가들은 석탄발전소 가동을 연장하는 등 일각에서는 기후노력이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는데요.
김 대사는 “COP27은 글래스고 플러스(+)가 돼야 한다”며 “글래스고 마이너스(-)가 되면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 UNFCCC 전 사무총장 “COP27 세계, COP26과 전혀 다르단 사실 알고 있어”
“기후문제 위기에서 기회로 해결할 수 있어” 🌟
한편, 정태용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기후문제를 위기에서 기회로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정 교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지난 4월 발간한 ‘제6차 평가보고서(AG6) 제3실무그룹(WG3) 보고서’의 기후금융부문 총괄주저자를 맡아 활동했는데요.
정 교수는 기후문제는 복합적인 문제인 만큼 “복합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정 교수는 “21세기에는 4가지 트렌드가 있는 것 같다”며 4D(디지털·탈탄소화·탈중앙화·인구구성변화)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정 교수는 디지털화(Digitalization)와 에너지 부문의 탈탄소화(Decarbonization)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디지털화·탈탄소화 덕에 탈중앙화(Decentralization)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정 교수는 덧붙였는데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에서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성변화(Demographic Change)가 미래 기후문제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분석이 필요하다고 정 교수는 제언했습니다.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과정 속에서 부작용이 없는지 주의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한국환경한림원(KAES)의 허탁 회장은 “저탄소 기술에 집중하면서 다른 환경문제를 범하는 오류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아울러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가 플랫폼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허 회장은 설명했습니다. 그는 “문제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짐에 따라 정부가 모든 문제에 해결책을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요.
허 회장은 이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정부가 해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 탄소중립 달성 위해 필요한 자본, 민간투자 어떻게 끌어낼까? 💰
국내 임팩트 벤처캐피털(VC) D3쥬빌리파트너스의 이덕준 대표는 민간 투자자들이 기후테크 시장 성장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예시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만든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 등을 예시로 들었는데요. 이 대표는 “탄소중립에 필요한 기술 중 약 50%는 아직 실증 단계도 거치지 못했다”며 기술 실증 및 상용화를 위해선 금융사 및 투자자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