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중 CO2로 연료, 선글라스 만든 기후테크 스타트업 트웰브

온실가스 배출량↓·세계 경제성장↑

미국 경제전문매체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는 매년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경영 능력을 평가해 50대 혁신기업을 선정합니다.

올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50대 기업’ 명단에 오른 기업 상당수는 기후테크나 순환경제와 연관돼 있습니다.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을 통해 실시간 탄소배출량을 추적하는 기후트레이스(Climate Trace), 전자기기 리퍼 제품 유통으로 프랑스 최대 스타트업에 등극한 백마켓(Back Market)이 각각 5위와 18위를 차지했는데요.

이 중 기후테크 스타트업 트웰브(Twelve)는 50대 혁신기업 3위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 스타트업은 올해 패스트컴퍼니로부터 에너지 부문 혁신기업 1위에 선정됐는데요.

탄소 변환(Carbon Transformation)’ 기술로 화제를 모은 트웰브가 어떤 곳인지 소개하겠습니다.

 

▲ 기후테크 스타트업 트웰브의 공동설립자들. 왼쪽부터 켄드라 쿨, 니콜라스 플랜더스, 에토샤 케이브. ©Twelve

‘탄소 변환’ 기술 선구자인 트웰브…포집한 CO2로 화학물질 만들어 🧪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설립된 기후테크 스타트업 트웰브. 탄소의 원자량도 ‘12’인데요. 이 회사를 알기 위해선 먼저 설립자들의 이력을 살펴봐야 합니다.

트웰브의 공동설립자는 총 3명. 이들 모두 미 스탠퍼드대학 출신인데요. 공동설립자인 에토샤 케이브 박사와 켄드라 쿨 박사는 전기화학 촉매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두 사람은 연구 중 화석연료 대신 CO2를 이용해 화학물질을 만드는 솔루션을 개발했는데요.

이후 이들은 졸업생이자 클린테크 기업가인 니콜라스 플랜더스와 함께 트웰브를 공동 설립합니다.

트웰브는 발전소 등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CO2)를 전기분해해 화학물질로 변환하는 기술을 갖췄습니다. 회사는 이를 탄소 변환 기술이라 칭하는데요.

 

▲ 트웰브가 개발한 탄소 변환 장치 O12의 모습. 포집된 CO2와 물 ‘분자’가 장치 속 촉매 반응을 통해 ‘원자’로 분해된다. 회사는 분해된 원자를 필요에 맞게 분자로 재결합하는 기술을 갖췄다. ©Twelve

트웰브는 CO2를 어떻게 다른 물질로 변환할까요?

여기에는 탄소 변환 장치O12가 필요합니다. O12는 ‘고분자전해질막(PEM) 전해조’입니다. O12는 트웰브의 기술력이 총집합된 장치인데요. 이 장치가 작동하기 위해선 물과 전기(재생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포집된 CO2와 물이 장치 속 전해조를 통과할 때, 촉매 반응을 통해 분자에서 더 작은 원자로 분해됩니다. 이 과정에 나온 부산물은 순수한 산소가 전부인데요.

트웰브는 분해된 원자를 새로운 분자로 재결합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습니다. 제트연료, 세제 등 탄소 기반 화학물질을 대체할 물질로 알맞게 재결합되는 것인데요. 회사 측은 여러 촉매를 사용해 CO2를 16개 분자로 바꾸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덧붙였습니다.

여행 가방 크기의 O12는 3만 7,000그루의 나무와 동일한 CO2 변환 능력을 갖췄다고 트웰브는 설명합니다. 이에 회사는 자사의 탄소 변환 기술을 ‘산업적 광합성(industrial photosynthesis)’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O12는 모듈형인 만큼 공장과 같은 기존 배출원에 쉽게 설치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합니다.

 

▲ 트웰브는 포집한 탄소를 분자에서 원자로 분해한다. 이후 연료, 소재 등 용도에 맞게 분자로 재결합하는 기술력을 갖췄다. ©Twelve

CO2Made, 항공연료·선글라스·세제·플라스틱 등 여러 제품에 사용돼 ✈️

트웰브는 탄소 변환 기술로 만든 소재 및 연료를 ‘CO2Made’라 부르는데요. 트웰브는 현재 CO2를 ▲합성가스 ▲메탄 ▲에틸렌 등으로 변환합니다. 합성가스와 메탄은 연료 제작에 사용되는데요. 에틸렌은 플라스틱, 비닐, 합성고무, 접착제, 페인트 등 일상 속 여러 제품 제작에 사용됩니다.

트웰브는 자사 기술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를 만들었습니다. 회사는 미 공군과 함께 합성가스를 활용한 제트연료 ‘E-Jet’ 생산에 성공했는데요. CO2Made에 수소를 추가해 연료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연료는 기존 제트연료보다 탄소배출량이 90% 낮다고 트웰브는 설명합니다. 미 공군 이외에도 여러 기업이 트웰브의 E-Jet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7월, 마이크로소프트(MS)알래스카항공은 E-Jet 생산 및 사용을 촉진하고자 트웰브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윌모트 MS 탄소 프로그램 관리자는 트웰브의 E-Jet이 “항공산업의 탈탄소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는데요.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 기관 블룸버그NEF(BNEF)는 탈탄소항공 부문을 주도하는 2022년 혁신기업으로 트웰브를 선정한 바 있습니다.

 

▲ 트웰브가 판가이아,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CO2Made로 만든 선글라스(왼)와 자동차 부품(오) ©Twelve

또한, 트웰브는 영국 패션 브랜드 판가이아(Pangaia)와 함게 CO2Made로 만든 안경 및 선글라스로 구성된 제품군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CO2Made가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PC) 렌즈 제작에 사용된 것인데요.

아만다 파크스 판가이아 최고혁신책임자(CIO)는 트웰브의 기술력이 “산업 전반에 걸쳐 화석연료 기반 폴리머와 재료를 없애는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자동차 제조 기업 메르세데스-벤츠프록터앤갬블(P&G) 같은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또한 트웰브와 연구 중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트웰브와 함께 CO2Made를 활용한 자동차 부품 개발을 마쳤는데요. P&G은 트웰브와 협력해 세탁 세제를 개발 중입니다.

한편, 트웰브는 미 항공우주국(NASA)와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 등과도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다만, 위 업체들에게 제품을 얼마만큼 판매했고 수익을 얼마나 창출했는지에 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 트웰브 공동설립자들이 모여 연구하는 모습(왼) 탄소 전환 장치인 O12의 분해도(오) ©DCVC, Twelve

CO2 자원화 기술, 온실가스 배출량↓·세계 경제성장↑ 📊

트웰브의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니콜라스 플랜더스는 “기업들과 정부들은 더 이상 의류와 세척 제품에서부터 전자제품과 제트연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들어가는 탄소를 화석연료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플랜더스 CEO는 이어 기존 석유화학 및 화석연료를 CO2Made로 교체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GHG)을 줄일 수 있다고 피력했는데요.

회사는 미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해당 센터 연구 결과, 포집된 CO2로 석유화학 및 화석연료를 대체할 경우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트웰브는 탄소 변환 기술이 기후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Twelve, 홈페이지 캡처

한편, 트웰브는 설립 이래 지금까지 약 2억 달러(약 2,811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웰브는 지난해 7월 약 5,7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63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는데요. 글로벌 벤처캐피털이자 사모펀드인 데이터콜렉티브(DCVC)가 자금 조달 라운드를 주도했고, 탄소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 카본다이렉트(Carbon Direct) 산하 기금이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MS의 기후혁신기금(Climate Innovation Fund),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 등도 자금 조달에 참여했는데요.

트웰브는 올해 6월말 시리즈B 투자에서 1억 3,000만 달러(약 1,600억원) 규모의 투자 자금 조달에도 성공했습니다. 시리즈A투자에 참여한 벤처캐피털 및 기후펀드 상당수가 시리즈B 투자에 그대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현재 트웰브는 CO2 전기 촉매 전문가 및 재료과학자 등과 팀을 구성해 탄소 변환 기술을 대규모로 구현하는데 주력하고 있는데요. 시리즈B 투자를 통해 탄소 포집 장치인 O12의 규모를 확장하고 생산단가는 낮출 계획이라고 트웰브는 밝혔습니다.

카본다이렉트의 조나단 골드버그 CEO는 “탄소 변환은 CO2를 세계 경제에 유용한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직접공기포집(DAC), 재생에너지, 전해조 비용이 계속 하락함에 따라 트웰브 기술은 탄소 제거가 어려운 일부 산업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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