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정한 ‘운송의 날(Transport Day)’이었습니다. 이날 자동차, 선박, 항공 등 운송업계는 탄소중립을 위한 여러 기술과 정책을 소개했는데요. 특히, 세계 항공 운송업계는 파리협정 이행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약속을 확인했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의하면, 2019년 세계 항공사들은 45억여명의 승객을 운송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전 세계 총배출량의 2%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고 합니다. 여기에 질소산화물 같은 물질까지 포함하면 항공업계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5%까지 늘어나는 것!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줄었던 항공승객수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단 것인데요. 2050년까지 승객 수가 예년보다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항공산업의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제도와 기술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 10일 COP26 운송의 날 현장 모습 Kira Worth <a href=httpswwwflickrcomphotosunfccc51670368528inalbum 72157720138801662 target= blank rel=noreferrer noopener>UNFCCC<a>

덜 비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 그러나 쉽지 않아 ✈️

벨기에 브뤼셀에 본사를 둔 유럽운송환경연맹(T&E)의 조 다르덴 항공 담당자는 “항공업계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필요한 것은 덜 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코로나19로 줄었던 항공 승객수 회복세를 고려하면 비행 횟수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은데요.

전 세계 120개국 290여개 항공사가 참여하는 민간기구 국제운송협회(IATA)도 승객수 증가로 인해 항공업계의 탄소배출량 감축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IATA는 앞서 탄소배출량 50% 감축을 목표로 내세웠는데요. 이는 탄소중립이 어려운 항공업계의 소극적인 태도가 반영된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10월 초 IATA는 돌연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윌리엄 월시 IATA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유행 중 항공업계의 탄소중립은 ‘엄청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월시 사무총장은 “항공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꼭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항공사만의 노력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며 “정부, 항공기 제조업체 등 여러 주체들이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죠.

2050년 항공업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향후 30년 동안 탄소배출량을 1.8Gt(기가톤) 줄여야 하는데요. IATA는 이를 위해 1조 6,000억 달러(한화 1,911조 2,000억 원)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일단 IATA는 탄소중립을 위해 ▲새로운 추진 기술 개발,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CCUS) 연구, ▲에너지 효율 극대화를 위한 항공기 디자인 개발, ▲항공노선 개선,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 개발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요. 특히, 지속가능한 항공연료가 빠른 시일 안에 실현가능한 기술로 꼽혔다고 합니다.

 

© 에어프랑스 항공기에 토탈 그룹이 만든 SAF를 주입하고 있는 모습 Air France 제공

지속가능한 항공연료가 대체 뭐길래? 🛫

우리가 타는 교통수단의 상당수는 석유를 정제한 액체 원료를 사용합니다. 문제는 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된다는 것이죠. 2014년 유럽환경청(EEA)은 각 운송수단의 1km 탄소배출량을 분석했는데요. 당시 제트여객기 285g, 버스 68g, 기차 14g으로 비행기가 버스의 4배, 기차의 20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승객 1인당 배출량으로 따지면 더 큰 격차가 발생했죠.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 Sustainable Aviation Fuel)는 폐식용유나 폐유, 해조류, 바이오매스 등으로 만들어져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SAF를 탄소중립항공유 혹은 바이오 항공유 등으로도 불리고 있죠. 현재 SAF 생산기술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요. 이를 간단히 설명한다면.

  • OTJ(Oil-to-Jet) 🛢️: 폐식용유나 미세조류 등 동·식물성 지방을 수소를 첨가해 촉매 과정을 거쳐 SAF로 만드는 기술인데요. 실례로 2017년 중국에서 폐식용유를 정제한 SAF를 탑재한 하이난항공의 보잉 787기가 베이징에서 미국 시카고까지 비행한 적이 있단 사실.
  • ATJ(Alcohol-to-Jet): 단어 그대로 알코올을 항공유로 전환하는 것인데요. 주로 고순도의 에탄올을 사용한다고.
  • GTJ(Gas-to-Jet) 🌲: 목질계 바이오매스. 즉, 나무 같은 식물을 원료로 하는데요. 폐목재나 종이 등을 열화학 혹은 생화학 공정을 통해 알코올 중간체를 생성한 후 추가 기술을 적용해 항공유로 만드는 것이라고.
  • STJ(Sugar to Jet) 🌽: 당이나 전분을 포함한 원료로부터 촉매전환 공정을 통해 파라핀 성분을 담은 SAF를 만드는 것인데요. 간단하게 사탕수수나 옥수수 같은 재료를 항공유로 만든 것이라 이해해주세요!

 

© 폐식용유를 SAF로 만드는 일련의 과정 Swiss 제공

SAF는 2009년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개최한 항공 대체연료 콘퍼런스에서 처음 알려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 최대 항공 우주회사인 보잉의 브라이언 모란 지속가능성 공공정책 부상장은 “항공산업의 탈탄소화 타개책은 SAF 뿐이다”라며 관련 인프라 육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밝혔는데요.

다만, SAF는 아직 보급 초기라 기존 항공유에 비해 최대 3배까지 비싸다고 합니다. 또 SAF를 생산하는 공장 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인데요.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세계 항공산업의 연료소비량 중 SAF가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SAF 0.1%에서 ‘100%’를 꿈꾸다 💭

지난 10월 대한항공은 SK에너지와 손잡고 SAF 도입을 추진 중임을 밝혔습니다. 먼저 제주와 청주를 출발하는 국내 항공편의 1개월 분의 SAF를 구매하기로 했는데요. 해외에서는 SAF 도입 및 공급 활성화를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유럽연합(EU)인데요. 지난 7월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Fit for 55’에는 항공운송 연료 기준이 담겼습니다. Fit for 55는 EU 집행위가 발표한 탄소배출 감축 계획안으로 2030년 EU의 평균 탄소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까지 줄이는 것이 목적입니다. 해당안에는 EU발 모든 항공기에 SAF 혼합 사용을 의무화했는데요. 구체적으로 기존 항공유에 바이오연료 같은 SAF를 혼합해 사용하는 것으로, 혼합비율은 2030년 5%, 2035년 20%로 점차 늘어나 2050년 63%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당장의 친환경 연료 전환에 부담을 느끼던 항공업계는 혼합비율 의무화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죠.

 

© Rolls Royce Holdings 제공

EU 다음으로 적극적인 곳은 미국입니다. 얼마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30년까지 항공 부문 온실가스 배출 20% 저감을 위한 행정조치를 발표했는데요. 행정조치에는 미국 에너지부·교통부·환경보호청·항공우주국 등 다수의 정부기관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각 정부기관은 다각적 협력을 통해 기존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이 최소 50% 낮은 SAF 생산과 이용 확대를 위해 나선다고 하는데요.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최소 연간 30억 갤런의 SAF 공급을 목표로 하며, 2050년까지 항공연료 수요의 100%를 SAF로 충족할 것을 제시했습니다.

EU와 미국 모두 SAF 공급 및 수요 확대를 위해 관련 프로젝트와 연료 생산자들에게 신규 보조금 지급 기회를 제공할 계획인데요. 이미 노르웨이와 스웨덴에서는 2016년부터 SAF를 공항에서 제공받기 시작했는데요. 최근에는 보잉 등 글로벌 항공사들이 앞다퉈 100% SAF 사용화 상업용 항공기 개발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혀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밖에도 국제민간항공기구(IACO)도 기존 항공유와 SAF의 가격 격차를 좁히고자 인증 제도 등 여러 정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각국에 맞춘 정책 개발을 장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저비용항공사의 고민은 날로 깊어져 😔
일각에서는 SAF 활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특히, 저비용항공사(LCC)의 우려가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와중에 탄소배출량 감소를 위해 기존 항공유보다 비싼 SAF 사용이 부담스러운 상황인 것인데요. 여기에 SAF만 전용 사용하는 항공기 구매에도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고. 이에 각국 정부가 저비용항공사를 위한 지원을 내놓아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 것!

 

© VOO QQQ <a href=httpsunsplashcomphotosRSYBi 1fhfM target= blank rel=noreferrer noopener>Unsplash<a>

물론 SAF는 일반 승객으로선 크게 관심을 가질 주제가 아닌데요. 우리가 자동차 연료에 관심을 기울이듯 비행기를 타기 전에도 한 번 ‘어떤 항공유’가 들어갔는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항공업계가 SAF를 통해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을지 우리 모두 눈여겨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