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협력’ 등 8개항 대화·협력 단절…美·中기후협력 실무그룹 회의 잠정 중단

COP27 ‘격전의 장’ 예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중국이 보복조치로 기후협력을 포함한 양국 간 8개항 대화‧협력을 취소 및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미중 양국이 그나마 발맞춰온 기후협력이 중단됨에 따라 지구촌 기후 대응이 타격을 입었단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5일(현지시각)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의 강력한 반대와 엄정한 항의를 무시한 채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강행한 데 대해 제재 조치를 선포한다”며 양국간 8개항 대화 및 협력 취소·잠정 중단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대만을 독립국이 아닌 자국의 일부, 즉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펠로시 의장 방문이 자국 주권과 영토 보전 침해라고 반발한 것인데요.

구체적으로 중국 정부는 양국간의 전구(戰區)*지도자 전화통화, 국방부 실무회담, 해상 군사안보 협의체 회의를 취소한다고 밝습니다. 미중간 불법이민자 송환 협력, 형사사법협력, 다국적범죄퇴치협력, 마약퇴치협력 그리고 기후변화 협상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전구(戰區): 군사전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임무가 수행되는 작전구역.

 

▲ 낸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기후협력을 포함한 8개 분야 대화 및 협력을 취소·잠정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리니엄

美 백악관, 중국 정부 대화·협력 단절 “근본적으로 무책임” 🇺🇸

이에 미국 백악관은 주미 중국대사를 초치해 중국 정부의 행위를 규탄했습니다.

5일(현지시각)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보낸 성명에서 “간밤 중국의 행동 이후 친강(秦剛) 주미 중국대사를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중국의 도발 행위에 대해 항의했다”고 밝혔는데요.

커비 조정관은 중국의 행동에 대해 “근본적으로 무책임하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의 행동이 미국을 처벌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처벌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커비 조정관은 기후 문제와 관련해 “(온실가스) 세계 최대 배출국이 기후위기와 싸우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며 “기후위기는 태평양 섬의 해수면 상승부터 유럽 전역의 화재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파트너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다만, 커비 조정관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미국이 그간 유지해온 ‘하나의 중국’ 정책을 어긴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는데요.

커비 조정관은 친 대사에게 미국은 중국과 모든 소통라인을 열어두길 원하나, 중국 정부의 군사행동은 용납할 수 없단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와 셰전화 중국 기후특사가 지난 5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2022 연레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Manuel Lopez, WEF

COP26서 합의된 미중 기후협력 실무그룹, 첫 회의 앞두고 잠정 중단돼 🔕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미중간 기후변화 협상이 잠정 중단됨에 따라 오는 9월 예정된 양국의 기후협력 실무그룹 회의도 취소됐습니다.

앞서 미중 양국은 오는 2030년까지 기후협력을 확대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 약속은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폐막을 며칠 앞두고 나왔는데요.

당시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와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특사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2°C 이내로 억제하고 나아가 1.5°C를 넘지 않는다는 파리협정을 달성하기 위해선 미중 양국간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중 양국은 10개월간 30차례의 화상 회의를 거친 끝에, COP26에서 기후협력 실무그룹을 가동하기로 합의했는데요.

이 기후협력 실무그룹은 오는 9월 초 첫 회의를 가질 계획이었습니다. 실무그룹은 크게 ▲메탄 배출량 감축, ▲재생에너지, ▲도시 기후적응, ▲순환경제 등과 관련해 미중간 기후협력을 논의할 예정이었습니다. 특히, 메탄배출량 감축과 관련해 양국의 기술전문가 및 고위급인사 간의 토론도 계획돼 있었는데요. 이번 갈등으로 인해 취소됐습니다.

 

▲ 존 케리 기후특사는 6일 트위터에 기후위기 해결에 힘을 모을 수 없다면 “인적, 재정적 비용은 재앙이 될 것이다”란 트윗을 남겼다. ©Johm Kerry, 트위터 캡처

이에 대해 케리 특사는 6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실망스럽고 잘못된 것”이라며 “(미중 양국이) 기후행동을 주도하지 않으면 전 세계가 그 결과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케리 특사의 발언에 중국 BRI(일대일로) 녹색개발연구소의 전무이사인 장젠위(张建宇)는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습니다. 장 이사는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의 이번 기후협상 중단 조치를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다만, 장 이사는 기후 문제가 미중간 협력 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미국과 반드시 협력을 재개할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 미국 시장조사기관 로디움은 2019년 기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 중국과 미국이 각각 1,2위를 차지한다고. ©Rhodium, 보고서 캡처

세계 최다배출국들 간의 기후협력 중단돼…COP27 ‘격전의 장’ 될 것 🌡️

미국과 중국 모두 세계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입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로디움그룹(Rhodium Group)에 따르면, 2019년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GHG)는 140억 9,000톤(tCO2e‧이산화탄소 환산톤)으로 전 세계 배출량의 27%를 차지했습니다.

로디움은 중국이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 세계 1위라고 밝혔는데요. 같은기간 중국 뒤를 이은 국가는 미국으로, 미국의 배출량은 세계 전체 배출량의 11%를 차지했습니다. 즉, 미중 양국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8%를 차지하는데요.

기후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배출국들간의 기후협력 중단이 지구촌 기후 대응을 방해할 것이란 점에 대체로 동의합니다. 허나, 향후 방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는데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동아시아 지부의 정책고문인 리서우(李碩)는 블룸버그통신에 “주요국들이 잘 지내지 않으면 기후 문제는 개선되기 어렵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또 오는 11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격전의 장이 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4월 1일COP27을 앞두고 중국과 기후협력을 견고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Ursula von der Leyen, 트위터 캡처

美·中 기후협력 중단? EU 역할 더욱 중요해! 🇪🇺

반면, 일각에서는 두 초강대국이 배출량 감축 경쟁을 벌여 기후대응이 되려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가령 미중 양국이 녹색채권 발행을 늘려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 경쟁에 붙을 수 있단 뜻인데요.

유럽 기후싱크탱크 E3G의 알렉스 핵바스 연구원은 “미중 양국 모두 회담 이외의 기후행동을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핵바스 연구원은 이어 “중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기후 문제에 영향을 받으며, 기후협력이 자국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계속 행동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Chatham House)의 버니스 리 연구원 또한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도 미중 양국 모두 국제사회와의 기후협력, 자국 내 기후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주요 환경단체 활동가 및 싱크탱크 연구원들도 중국이 미국을 제외한 다른 양자간‧다자간 기후협상에서 철회할 조짐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이러한 상황에 EU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올해 하반기 열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비롯해 여러 국제기후회담에서 EU가 중국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인데요.

이에 대해 로랑스 투비아나 유럽기후재단(ECF) 최고경영자(CEO)는 “중국과 EU의 관계는 효율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매우 중요하다”며 “EU는 중국과의 대화 채널을 계속 유지해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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