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글로벌 또는 로컬? 미래를 향한 두 개의 길

우리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역화가 있어야만 한다.

좋은 소식은 그러한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 이미 구축되고 있단 것이다. 오래전부터 경제 논리를 지배해왔던 ‘클수록 좋다’란 투박한 주장은 주류 언론의 보호를 벗어나, 이제 사람과 생태계의 행복을 최우선에 중심에 두는 더 섬세하고, ‘여성적이고’, 포용적인 관점에 의해 도전받고 있다.

사람들은 서서히 서로와의 그리고 대자연과의 연결이 인간의 행복의 원천이란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일 새롭고 신선한 영감으로 가득 찬 시도들이 진정한 번영의 가능성을 가리키며 샘솟고 있다.

동시에 일반 사람들부터 학계에서까지 진정한 경제란 우리의 모든 필요성을 궁극적으로 의존하는 자연계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것은 우리가 기업이 주도하는 세계 시장에 대한 의존으로부터 벗어나 다양화된 지역 시스템으로 나아감으로써 현 경제 체제에 관한 구조적인 변화를 받아들여야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정치 지도자와 사업가는 이러한 인식을 비롯해 현실을 여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를 다른 길로 이끌려고 한다. 생명공학이 세상을 먹여 살리고, 인터넷이 범지국적 협력을 가능하게 하며, 로봇이 육체적·정신적 고역으로부터 사람들을 해방시키고, 상위 1% 부유층의 재산이 어떻게든 가난한 사람들에게 ‘흘러가 도움을 주는’ 세상 말이다.

 

©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오래된 미래>, <로컬의 미래> 등을 출판한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이자 로컬 퓨처스의 대표다_Daniel C. Wahl

과연 이러한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구글의 레이 커즈와일(편집자주: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은 우리의 음식이 “인공지능(AI)이 조종하는 수직 건물”에서 올 것이며 개중에는 “시험관에서 복제된 고기”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에 따르면 화성에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인류 생명을 최대로 연장하는 데에 핵심적인 요소”다. 그는 “30겹의 터널”은 과밀화된 도시들의 교통 체증을 완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골드만 삭스는 일상용품의 디지털화는 “더 높은 생산성, 에너지 효율성, 수익성”을 가능케 하며 “기계, 사람, 인터넷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생각은 미래를 현명하게 바라보며 대담하다는 찬사를 받지만, 이것은 신식민주의적 팽창과 도시화, 상업화, 즉 단순히 그럴듯한 부품으로 강력해지기만 한 지배적인 추세의 확산만을 장담할 뿐이다.

정작 이러한 관점이 알려주지 않는 것은, 그 체계가 모든 단계에서 인력과 노동이라는 가장 풍부한 천연자원을 쓰레기 더미에 던져버린단 점이다.

동시에 우리의 세금은 에너지와 부족한 천연자원의 사용을 극적으로 늘리는 데 쓰이고 있다. 우리는 대량 실업, 빈곤, 오염을 일제히 야기하는 체계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세계 각 대륙의 일반 주민들은 이러한 미래에 대한 시각을 거부한다. 그들은 공동체에서의 깊은 결속력과 자연과의 연결을 갈망하고 있다. 그들이 그리는 비전은 첨단기술을 활용한 술책과 부의 축적 요령에 관한 소수 억만장자의 집착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대신,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에 관한 깊이 있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 인디언 라인 농장의 수확 모습_Clemens Kalischer

무수한 시도들을 통해,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갈 다른 길을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그들은 더 뜻깊고 결실 있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풍요로운 지역 경제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지역 사회를 구축하고 있다.

공동체 텃밭부터 농산물 직거래 장터, 그리고 대안 학습 공간부터 지역 상권 연합과 협동조합까지, 이 모든 것이 공통적으로 나타내는 것은 사랑과 연결에 관한 인간의 본질적 욕구를 반영하는 공간에 기반한 관계를 부활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들이 강력하게 보여주는 것은, 문제는 인간 본성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욕구와 필요를 조작한 비인간적 규모의 기술 경제적 단일 재배란 것이다.

사람들이 인간에게 맞는 규모의 구조로 돌아온 후 생기는 일들을 관찰해보면 이 생각은 더 강화된다. 수감자가 변화하고, 비행청소년이 의미와 목적을 찾고, 우울증이 치료되고, 사회적·민족적·세대 간 갈등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말이다.

많은 경우, 이 노력은 ‘세상을 바꾸겠다’란 의도보다는 상식에 더 기인한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이 함께 기업 중심 질서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다.

 

© 인도 라다크 지역에서 헬레나 노르베리-호지가 현지인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_로컬 퓨처스 제공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이 움직임은 전통적 좌익-우익 이분법을 초월한다. 이것은 다양한 인류의 가치와 희망이 번창할 수 있도록 하며, 동시에 자연에 기반한 문화를 재정착시키는 것이다.

이는 사회가 멀고 책임을 묻기 어려운 독점에 대한 의존을 멈추고, 지역의 수요에 맞는 장인 제작의 지역 생산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단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소비지상주의를 부추기도록 광고주가 형성한 인위적인 욕구가 아닌, 실제의 필요에 있다.

지역화는 투기와 부채라는 매우 불안정적이고 착취적인 거품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 자연 세계와 접촉하는 실제의 경제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셀 수 없는 양의, 완벽하게 곧은 당근을 요구하고 들어맞지 않는 것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마트 체인점에서 하는 것처럼), 지역시장에서 다양한 상품을 필요로 하므로 친환경적인 생산을 장려한다.

이것은 기계와 화학약품이 더 적게 투입되는 음식이 늘어나는 것과, 땅을 가꾸기 위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므로 더 의미있는 고용이 증가한단 것을 뜻한다.

이는 극적으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줄어들고, 플라스틱 포장이 필요 없어지며, 생태계를 위한 공간이 늘어나고, 지역사회에서의 부의 순환이 활성화되고,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접적인 대화가 증가하고, 진정한 상호의존에 기반한 문화가 번창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에게 맞는 규모의 경제를 강화한다면, 의사결정 자체가 탈바꿈될 것이다. 우리가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작은 체계를 형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 깊은 차원에서 우리의 행동과 시각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망에 우리 자신을 정착시킬 수 있다.

 

© 로컬 퓨처스, 홈페이지 갈무리

공동체와 지역 생태계에 대한 우리의 영향을 더 뚜렷하게 볼 수 있는 것은 경험에 의한 인식으로 이어지며, 이는 우리가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우리 주위 생명의 복잡성으로 인해 우리를 더 겸손하게 만든다.

우리 앞에 놓인 두 개의 길은 우리를 근본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안내한다. 하나는 우리를 빠르고, 대규모이며, 단일 재배인 기술 개발로 가차없이 이끌고 있다. 이 길은 우리를 서로와 자연 세계로부터 분리하며 우리의 사회적, 생태적 쇠퇴를 가속화한다. 다른 길은 하나뿐인 지구를 보살피며 우리의 물질적 필요와 더 깊은 인간 욕구를 충족하기에 필수적인 사회적, 경제적 구조를 복구하기 위해 속도를 늦추고, 규모를 다시 줄이며, 깊은 연결성을 조성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by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 박서진, 손예란 번역

※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쓰기

관련 기사

기후·환경, 연구

50년 동안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 73% 급감…“티핑포인트 막을 수 있어”

기후·환경, 문화

“바다 위에서 듣는 기후환경 강연”…환경재단, 그린보트 2025년 1월 출항

기후·환경, 문화

기후 스토리텔링 논쟁, 재난영화 ‘트위스터스’ 강타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