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의회가 세계 최초로 패스트패션 브랜드 규제 법안을 추진 중입니다.
일명 ‘패스트패션 제한법’입니다. 해당 법안은 패스트패션 브랜드에 환경부담금을 부과하고 상업 광고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앞서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각) 해당 법안은 프랑스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습니다. 현재 법안은 상원 통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상원까지 최종 통과하면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패스트패션에 제동을 건 국가가 됩니다. 상원 통과 시 법안은 오는 2025년부터 시행됩니다.
크리스토프 베추 생태전환부 장관은 “초고속(ultra) 패스트패션을 제한하기 위한 입법”이라며 “패스트패션의 과잉을 억제하기 위한 역사적인 단계”라고 환영했습니다.
패션 선도국 프랑스, 중국 ‘쉬인’ 저격 규제 내놓은 까닭 🎯
패스트패션은 소비자들의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해 패스트푸드처럼 신제품을 빠르게 공급·소비·유통하는 의류 산업을 지칭합니다. 통상 사계절에 걸쳐 1년에 4번 신규 컬렉션을 선보이는 의류 브랜드와 구별됩니다.
프랑스 의회가 추진 중인 이번 법안은 사실 중국의 초저가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저격한 것입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쉬인입니다. 쉬인은 저렴한 가격과 빠른 생산, 소셜미디어(SNS) 마케팅을 활용해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쉬인에게 성장의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2021년에는 3년 전 대비 900%의 매출 성장을 보였을 정도입니다.
프랑스 의회는 법안에서 이같은 패스트패션이 환경과 사회 나아가 경제 모두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합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패션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10%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더해 패스트패션은 “충동구매를 유발하고 지속적인 구매 필요성을 만들어냄으로써 소비자의 구매 습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법안의 지적입니다.
프랑스 패스트패션 제한법, 핵심은 3가지 🤟
그간 프랑스는 패션의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순환디자인 도입 등 제품의 지속가능성 향상에 노력해 왔습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의류 수선비를 지원하는 제도도 도입했습니다.
허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단 것이 프랑스 의회의 지적입니다.
따라서 이번 법안의 핵심은 패션의 과잉 생산을 저지하는 것에 있습니다. 법안은 이를 “지속가능한 생산량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소비자 정보 및 인식 강화
먼저 법안에는 ‘패스트패션’을 정의하고 이를 제재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패스트패션의 기준에는 ▲단위 기간당 신제품 생산량 ▲신규 컬렉션 회전속도 ▲평균 마케팅 기간 등이 고려됩니다. 구체적인 기준은 추후 법률로 제정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패스트패션은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앱)에 제품의 재사용·수선·재활용 및 환경 영향에 대한 정보를 게시해야 합니다.
해당 정보는 가격 표기 근처에 표시되어야 한다는 점도 명시됐습니다. 환경 영향에 대한 소비자 인지를 도와 저렴한 가격으로 인한 충동구매를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2️⃣ 최대 10유로 환경부담금 부과
모든 패션 제품에는 2025년부터 한 개당 최대 5유로(약 7,200원)의 환경부담금이 부과됩니다. 일종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해당됩니다.
환경부담금은 제품의 환경영향과 탄소발자국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과됩니다.
또한, 환경부담금은 점진적으로 인상됩니다. 2030년에는 최대 10유로(약 1만 3,000원)가 부과될 예정입니다. 단, 제품 가격의 50% 이하까지만 부과됩니다.
환경부담금은 ▲의류폐기물 관리 ▲의류 수선 보조금 ▲대중 인식 캠페인 등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3️⃣ 프랑스 내 패스트패션 광고 금지
패스트패션으로 규정된 제품의 마케팅과 관련 광고가 금지됩니다. 온·오프라인 모두 해당됩니다.
해당 조항은 특히 쉬인과 테무 등 초고속 패스트패션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들 기업 모두 디지털 마케팅에 힘 입어 급성장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세계 최초 패스트패션 규제, 모호한 정의·효과성 우려 💬
일각에서는 패스트패션 규제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을 내비쳤습니다.
패스트패션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단 지적이 먼저 나옵니다. 세계 3대 로펌 디엘에이 파이퍼(DLA 파이퍼)의 그레고리 툴콰이스 파트너는 해당 법안의 정의가 느슨하게 표현돼 있어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기준이 어떻게 정의되는지에 따라 적용 기업의 범위도 달라집니다. 쉬인·테무 같은 초고속 패스트패션만 적용될 수도 있으나, 자라나 H&M 등 기존 패스트패션까지 확대될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의 참여도에 따라 법안이 사실상 무력화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프랑스 내 소비자가 주변국으로부터 패스트패션 의류를 주문하고 배송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해외배송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해선 논쟁의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프랑스가 세계 최초의 패스트패션 규제 도입에 성공할 경우, 세계 패션업계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간 프랑스가 도입한 패션규제 다수가 유럽연합(EU)의 주요 기후·환경정책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프랑스의 ‘미판매 의류 폐기 금지법’이 있습니다. 해당 법안은 현재 EU 차원에서 추진 중인 미판매 의류 폐기 금지 규제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중국 관영매체, 프랑스 패스트패션 제한법 하원 통과에 일제히 반발 🚨
법안 작성을 주도한 안느 세실 비올랑 하원의원(수평선 그룹)은 지난달 쉬인을 저격하며 “매일 7,200개의 신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섬유는 가장 오염이 심한 산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직후 그는 “(환경부담금은) 세금이 아니다”라며 “지속가능한 의류 생산자들에게 재분배돼 가격을 낮추는데 사용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패스트패션 제한법이 프랑스 하원을 통과하자 중국 관영 언론들은 일제히 반발했습니다.
지난 18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법안 통과에 대해 중국 기업과 공급망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서구의 패스트패션 업체와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수년간 환경 및 노동 문제 등에 규제받지 않았단 점을 짚었습니다.
매체는 또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실무자를 인터뷰해 프랑스가 추진 중인 이번 법안이 쉬인을 넘어 다른 중국 전자상거래 브랜드로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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