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기후규제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탄소배출권 사업이 금융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하나은행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12일 공개한 ‘글로벌 은행의 금쪽같은 탄소배출권’ 보고서에 실린 내용입니다.

2050 탄소중립 정책 확대에 따라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합니다.

실제로 영미 금융컨설팅 기업 리피니티브(Refinitiv)에 따르면, 2022년 세계 탄소시장의 거래량은 약 125억 톤입니다. 거래액으로는 총 8,650억 유로(약 1,250조원)에 달합니다.

이는 각국의 기후규제 정책 강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사들에게 탄소배출량 등 기후리스크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기후공시입니다. SEC는 기후공시 의무화를 2024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탄소배출권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유동성 확대, 기업들의 탄소중립 전환 지원 등 금융 기업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습니다.

 

▲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EUA)은 지난 2월 21일(현지시각) 사상 처음으로 톤당 100유로를 돌파했다. 기후규제와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 트렌드가 국내에서도 지속되면서 한국 탄소시장 급성장에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단 제언이 나온다. ©Trading economics 캡처

규제 강화로 연평균 47% 성장…“자발적 시장, 최근 급성장” 📈

앞서 언급했듯 세계 탄소시장의 가치는 2022년 8,650억 유로(약 1,250조원)를 기록했습니다. 2018년 1,860억 유로(약 270조 5,000억원)에서 연평균 47% 성장한 수치입니다.

특기할 점은 거래량 자체는 전년도인 2021년 대비 현저히 감소했다는 점입니다.

작년 2월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각국의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며 탄소배출권의 가격이 상승한 덕분에 탄소시장 성장세는 유지됐습니다.

현재 세계 탄소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유럽연합(EU)은 유럽 탄소배출거래제(EU-ETS)를 2027년까지, 도로교통 부문을 포함한 대부분의 산업 부문으로 확대할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이로 인해 탄소배출권 부족이 예상되며 배출권 가격이 상승했다는 분석입니다.

EU의 탄소배출권(EUA) 가격 상승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21일(현지시각) 배출권 가격은 톤당 100.3유로(약 14만 5,000원)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유로를 돌파했습니다.

보고서는 최근 자발적 탄소시장(VCM·Voluntary Carbon Market)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습니다. 정부가 배출허용량을 통제하는 규제 탄소시장과 달리, 기업·개인 등 민간 주도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습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2021년 자발적 탄소시장은 전년 대비 400% 증가한 20억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BCG는 2030년까지 자발적 탄소시장 규모가 최대 400억 달러(약 53조 5,000억원)에 도달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탄소시장 플레이어로 떠오른 금융사, “종합관리부터 합작투자까지!” 👌

지금까지 탄소시장에서 글로벌 금융사들은 유동성을 공급하고 시장을 조성하며 다양한 연계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기능을 수행해왔습니다. 유럽의 경우, EU-ETS의 시장참여자 중 75%가량이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관이었습니다.

현재 탄소시장이 확장되면서 주요 글로벌 금융사들은 기존 탄소배출권 중개를 넘어 관련 배출권 창출, 컨설팅 제공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나섰습니다.

최근에는 금융사들이 중개를 넘어, 그간 탄소배출권 거래에서 구축한 자사의 금융역량을 기반으로 고객의 수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맞춘 상품과 서비스를 제시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탄소시장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사 4곳을 살펴봤습니다.

 

▲ 영국 HSBC(왼)는 탄소시장 진출을 위해 기후변화 전문 컨설팅 기업 ‘폴리네이션’과 제휴해 합작투자사 ‘클라이밋 에셋 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일본 SMBC는 일본 은행 최초로 기업의 탄소중립 경영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서스타나’(오)를 출시했다. ©HSBC·SMBC

1️⃣ 펀드 수익, 돈 대신 탄소배출권 지급하는 ‘HSBC’ 🇬🇧

2020년 영국 홍콩상하이(HSBC) 은행은 탄소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합작투자사를 설립했습니다. 기후변화 전문 컨설팅 기업 폴리네이션(Pollination)과 제휴해 만든 합작투자사 ‘클라이밋 에셋 매니지먼트(Climate asset management)’입니다.

이 합작투자사는 자연자본을 통해 생물다양성 증진과 탄소감축을 가속하는 자연기반솔루션(NBS)에 초점을 맞춰 투자를 진행합니다. 지난 4월 애플이 증액을 발표한 탄소제거 복원 기금을 관리하는 곳도 바로 이곳입니다.

이 합작투자사의 또 다른 특징은 독특한 수익모델입니다. 기금의 목표 자체가 생물다양성 증진, 탄소감축 등이다 보니 즉각적으로 자본 이득이 발생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HSBC는 기금 내 프로젝트에서 창출되는 탄소배출권을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를 통해 투자자가 탄소중립 등 지속가능한 경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보고서는 이 사업 모델이 기업들의 배출권 조달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준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또 향후 탄소배출권 수요 및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선투자하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2️⃣ 탄소감축 솔루션 클라우드 개발한 ‘SMFG’ 🇯🇵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SMFG)의 계열사이자 일본 3대 은행 중 하나인 SMBC.

SMBC는 일본 은행 최초로 기업의 탄소중립 경영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서스타나(Sustana)’를 출시했습니다. 기업의 탄소배출량 계산부터 탄소저감량 목표설정, 저감 솔루션 등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설비 마련 등 탄소배출량 저감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SMBC가 대출로 제공하는데요. 은행 본연의 사업 모델과도 연결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편, SMFC는 탄소배출권 사업에서 자회사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항공기 임대 부문 자회사인 SMBC 에비에이션캐피탈(Aviation Capital)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항공은 대표적인 고탄소사업인 동시에, 탄소저감이 어려운 분야입니다. 이 때문에 탄소배출권 수요가 높은데요.

이에 SMBC는 세계 각지의 친환경 쿡스토브 프로젝트* 투자를 통해 확보한 탄소배출권을 자회사인 SMBC 에비에이션캐피탈의 임대 계약시 고객사에게 판매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쿡스토브 프로젝트: 취사용 연료로 나무 땔감을 사용하는 개발도상국에 고효율 쿡스토브를 보급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및 유해연기를 저감하는 프로젝트.

 

▲ 맥쿼리는 자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전 세계 6개 주요 거점(오)에 전담부서 ‘글로벌카본’을 구축해 탄소시장에 대응한다. ©BNP paribas, Macquarie

3️⃣ VCM 배출권 창출 뛰어든 ‘BNP 파리바’ 🇫🇷

프랑스 최대 은행그룹 BNP 파리바(BNP Paribas)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개발도상국의 프로젝트를 통해 탄소배출권을 창출하는 업무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BNP 파리바는 국가별로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수요를 파악하고 거래 조건과 내용을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프로젝트 협상, 거래 체결, 의무의행, 사후관리, 의사소통 등 전반을 지원하는 종합사업모델로 발전한 것인데요.

보고서는 그룹내 계열사 간의 협업을 기반으로 가능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2021년에는 저탄소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담 조직 ‘저탄소 전환 그룹(Low-Carbon Transition Group)’을 출범했는데요.

여기에는 부동산, 투자사, 사회공헌 등 BNP 파리바의 다양한 계열사 네트워크가 활용됐습니다.

 

4️⃣ 틈새시장, CCUS에 주목한 ‘맥쿼리’ 🇦🇺

호주 자산운용사 맥쿼리(Macquarie) 또한 자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전담부서 ‘글로벌카본(Global Carbon)’을 구축해 탄소시장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성장성이 높은 자발적 탄소시장과 신흥 탄소시장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입니다.

보고서는 맥쿼리가 특히 탄소시장의 ‘틈새시장’인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 공략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맥쿼리는 영국 전역의 저탄소 수소 및 CCS(탄소포집·저장) 등에 120억 파운드(약 2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는데요

한편, 보고서는 맥쿼리의 또 다른 특징으로 탄소상쇄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거부율이 90% 이상이란 점을 짚었습니다.

맥쿼리는 2022년 아시아 기후 정상회의에서 그해 2월 이후 검토한 110개 프로젝트 중 90% 이상을 탈락시켰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대해 배출권 프로젝트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프로젝트의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선정기준 때문이라고 맥쿼리는 설명했습니다.

 

▲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탄소배출권 거래 규모는 한해 1조 원이 넘는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커지는 탄소시장, 한국 대응 상황은? “선제적 대비 필요해!” 💰

그렇다면 국내 탄소시장의 현황은 어떠할까요?

보고서는 2022년 국내 할당배출권 시장의 장내 거래량은 259만 3,500톤으로, 거래금액은 5,712억 7,000만 원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시작된 2015년 대비 연평균 54.% 증가한 수치입니다.

지난 4월 공개된 환경부의 ‘2022년 배출권거래제 운영결과’ 보고서에 의하면, 2021년 기준 한해 동안 한국의 장내외 거래시장에서 거래된 배출권의 금액은 1조 2,666억 원이었습니다.

보고서는 국내 규제 탄소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유동성이 여전히 부족한 점을 지적합니다. 국내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할 수 있는 곳이 당사자인 기업과 시장조성자인 산업은행·기업은행과 5개 증권사로 제한됐기 때문입니다.

반면, 국내 자발적 탄소시장은 증권업계가 뛰어들며 이제 막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SK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가 자발적 탄소배출권 매매 및 중개 업무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한편,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 또한 이르면 올해 하반기 국내 최초의 자발적 탄소시장 거래소를 개소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탄소감축 방법 및 성과를 평가하는 ‘한국형 탄소감축인증표준’도 마련했습니다.

보고서는 향후에도 정책 효과와 더불어 기업들의 탄소중립 자금수요와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며 탄소배출권 사업 확대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때문에 국내 금융사들 또한 해외 사례처럼 프로젝트 기반 배출권 창출, 솔루션 제공 등 다양한 성공사례를 참고해 선제적,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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