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자발적 탄소시장(VCM) 거래소가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문을 엽니다.

지난 8일 산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달부터 탄소배출권 인증 사업을 시작하고 이와 관련된 자발적 탄소시장 거래소를 개설합니다. 한국판 자발적 탄소배출권 인증 및 거래소 설립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현 SK그룹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탄소시장은 기업들이 탄소를 감축한 만큼의 배출권(크레딧)을 생성하여 거래하는 시장을 뜻합니다. 크게 규제 탄소시장(CCM)과 자발적 탄소시장으로 구분됩니다.

정부가 주도하는 규제 탄소시장과 달리 자발적 탄소시장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는 기업·조직·개인 등이 감축을 위해 자발적으로 배출권을 구매하는 시장을 뜻합니다.

 

대한상의 “기업 10곳 중 7곳, 자발적 탄소시장 탄소감축 기여할 것” 📝

전 세계 자발적 탄소시장 내 배출권 발행 규모는 2018년 1억 6,600만 톤에서 2021년 3억 6,600만 톤으로 연평균 30%씩 성장했습니다. 또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는 2030년 자발적 탄소시장 규모가 최대 500억 달러(약 63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자발적 탄소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각각 미국 비영리 탄소배출권 인증 기관 베라(Verra)와 스위스 골드스탠다드(Gold Standard)가 운영하는 자발적 탄소시장 거래소는 세계 1, 2위를 다툽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자발적 탄소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나, 탄소중립 선언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확산되며 국내 기업들도 자발적 탄소시장에 주목하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거래소가 생기면 한국에서도 민간 차원의 배출권 거래가 활성화돼 자발적 탄소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1월 6일부터 12일까지 일주일 간 국내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자발적 탄소시장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전화 이메일 팩스를 통해 진행됐고 1000대 기업 중 374개사가 응답했다 ©greenium

최근 대한상의가 국내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한 기업 66.8%가 ‘자발적 탄소시장이 탄소감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응답기업의 40%는 자발적 탄소시장을 통해 탄소 감축제품·기술·서비스 개발 및 판매까지도 감축실적으로 인정받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기업이 기대하는 자발적 탄소시장의 역할은 ‘감축 활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46.3%)’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현재 운영 중인 ‘규제시장의 보완적 수단(40.6%)’, ‘기후테크 기업의 비즈니스 창출(7.0%)’, ‘친환경 투자 유도(6.1%)’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KrAsia

베라 등 해외 인증기관 탄소감축 절차 복잡…“국내 인증기관 필요성 커져” ⚖️

그간 한국 기업들은 베라·골든스탠다드와 같은 해외 인증기관을 거쳐 탄소감축 성과를 인증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외국 인증기관을 통한 탄소감축 평가는 절차가 복잡해 인증까지 평균 1년 6개월가량 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가령 규제시장 내에서는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가 초저전력반도체를 개발·판매해 전력소비와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더라도 감축실적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초저전력반도체 제조에 따른 추가 공정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부담이 더 증가한단 것이 대한상의 측의 설명입니다.

이에 한국 기업의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해 거래소를 설립하게 됐다고 대한상의는 덧붙였습니다.

 

한국 자발적 탄소시장 거래소 곧 출범…“관건은 신뢰성” 🤝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드론·사물인터넷(IoT)·통합발전소(VPP)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탄소감축에 기여하고 있다”며 “경직된 규제시장에 대한 보완적 수단으로 자발적 탄소시장을 통해 다양한 감축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사회 전반에서 탄소감축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출범하는 자발적 탄소시장 거래소가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할 수 있도록 도약시킨단 것이 대한상의의 목표입니다.

관건은 ‘신뢰성’입니다. 베라·골든스탠다드 등 해외 인증기관과 비슷한 수준의 신뢰성을 보여야 할뿐더러, 인증 속도가 더 높아야 대한상의가 만든 거래소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 컨설팅 기업 클라이밋포커스Climate Focus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베라는 세계 자발적 탄소시장 배출권의 약 83 골든스탠다드는 12를 발행했다 ©Arbonics

이에 대한상의는 올해 1월 탄소감축인증센터를 설립한 상황입니다. 이 센터는 기업의 자발적 탄소감축 활동을 평가해 감축성과를 인증할 목적으로 설립됐습니다. 센터는 배출권 인증의 신뢰성과 객관성 강화를 위해 독립 체제로 운영됩니다.

더불어 대한상의는 탄소감축 방법 및 성과를 평가하는 ‘한국형 탄소감축인증표준’도 마련했습니다. 이 인증표준은 청정개발체제(CDM)와 베라·골드스탠다드 등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만들어졌습니다.

이 인증표준을 국제항공부문 탄소상쇄감축협약(CORSIA) 등 국제 기준에 등록하여 배출권의 신뢰도를 보장한단 것이 대한상의의 계획입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앞으로 기업이 탄소감축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자발적 탄소시장 확대가 필수”라며 “한국을 글로벌 자발적 탄소시장의 중심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저작권자(c)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