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핵심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 등의 수출을 통제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맞선 중국의 보복 조치로 풀이됩니다.

8월 1일부터 갈륨, 게르마늄 및 관련 화합물의 수출 통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지난 3일(현지시각) 중국 상무부가 밝혔습니다.

상무부가 공개한 ‘갈륨 및 게르마늄 관련 품목 수출 통제 시행 공고’에 따르면, 이들 재료를 수출하기 위해선 앞으로 중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수출 통제 품목인 갈륨과 게르마늄 모두 반도체 등 첨단기술 산업에 사용되는 핵심광물입니다. 반도체는 태양광 패널과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기후대응에도 매우 중요한 부품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수출 통제 규제가 글로벌 기후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입니다.

 

▲ EU 집행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에서 생산되는 갈륨과 게르마늄은 전 세계 생산량의 각각 약 94%와 83%를 차지한다. ©EU Critical Raw Materials 2023 보고서, 캡처

中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국가안보·국익 위해” 🇨🇳

상무부가 내놓은 공고에 따르면, 금속갈륨·질화갈륨 등 8가지 갈륨과 금속게르마늄·용용게르마늄 등 6가지 게르마늄 금속 및 관련 화합물 수출 시 상무부의 사전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계약서 사본, 기술·시험성적서, 최종사용 증명서와 함께 해외 구매자 관련 정보까지 제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품목”에 대해서는 중국 최고국가행정기관인 국무원에 보고 및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상무부는 설명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갈륨과 게르마늄 모두 첨단기술 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입니다.

갈륨은 집적회로, 발광다이오드(LED), 태양광 패널을 위한 광전지 패널 등에 사용됩니다. 일례로 갈륨의 화합물인 갈륨비소(GaAs)는 실리콘을 대신할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습니다. 실리콘보다 열과 습기에 강하고 전도성이 높아 고성능 반도체에 널리 사용됩니다.

게르마늄의 경우 광섬유, 태양전지 등에 사용됩니다. 5G 같은 통신분야는 물론, 적외선 광학분야에서도 중요한 광물입니다.

그리고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의 주요 생산국입니다. 지난 3월 공개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2023년 핵심원자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생산되는 갈륨과 게르마늄은 전 세계 생산량의 약 94%와 83%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4월 27일 미국 워싱턴 D.C 브루킹스연구소에서 경제 관련 대담을 가졌다. ©Brookings Institution

中 갑작스러운 수출 통제? 美·EU디리스킹 규제 반격한 것 🥊

이번 조치는 미국과 EU의 중국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전략에 대한 중국의 반발로 해석됩니다.

디리스킹이란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을 줄여 위험에 선제 대응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지난 3월 30일(현지시각0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대중 정책 관련 연설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4월 정책연설에서 “우리는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을 지지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중국을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

그러나 중국은 디리스킹 역시 중국을 배제하려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반박합니다. 미국과 EU, 그 동맹국으로첨단 반도체 및 제조설비의 중국 수출 금지가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시작했습니다. 이어 반도체 생산설비 강국인 네덜란드와 일본 정부에도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지난 1월, 양국의 주요 반도체 제조시설 기업은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참여한 상태입니다.

중국의 이번 수출 통제 조치 또한 미국의 대중 규제 확대 소식에 따른 것입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에 대한 새로운 제한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엔비디아(Nvidia) 등 AI용 반도체 생산기업의 중국 수출을 중단하는 내용이라고 WSJ은 설명했습니다.

이어 같은달 30일(현지시각)에는 네덜란드가 대중 반도체 생산설비 수출에 대한 추가 제한조치를 발표했습니다. 특정 반도체 생산 장비를 수출할 때 네덜란드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조치가 오는 9월 1일부터 시행됩니다.

또한, 네덜란드 정부는 자국의 세계적인 반도체 노광장비* 제조업체 ASML이 생산하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중국 수출 승인 요구조건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노광장비: 레이저를 사용해 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를 새기는 장비.

 

▲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중국을 방문해 양국의 경제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재닛 옐런, 트위터

오는 6일 美 옐런 재무장관 방중…미중 갈등 풀 수 있을까 🤔

중국의 이번 조치가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는 산화갈륨, 질화갈륨 등이 수출 통제 품목에 포함되며 첨단 반도체 생산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입니다.

반면, 블룸버그통신은 갈륨, 게르마늄 및 관련 화합물의 사용량이 적을 뿐더러, 해당 광물이 희귀하거나 구하기 어려운 원자재가 아니어서 중장기적 영향은 적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물론 중국의 수출 통제로 하드웨어 생산 비용 상승과 함께 첨단 컴퓨팅 기술 개발 경쟁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습니다.

한편, 이번 수출 통제 조치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중국방문을 앞두고 발표됐습니다.

옐런 재무장관은 오는 6일부터 9일(현지시각)까지, 사흘간 중국을 방문할 계획입니다. 지난 6월 18일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이후 20여일만입니다.

미 재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양국 관계의 책임감 있는 관리, 관심 분야에 대한 직접 소통, 세계적인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협업의 중요성”을 논의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이번 방중이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및 첨단기술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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