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미래연구원 “국제협력·순환경제 전략 통해 공급망 위기 타파 필요”

미국과 중국 양국간 기술패권 경쟁으로 인해 공급망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자원 재사용 ·재활용 등 순환경제 전략을 채택해야 한단 제언이 나왔습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 26일 내놓은 ‘국제질서의 변화와 공급망 전략’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연구원은 “공급망 취약성 개선 방안으로는 수입선 다변화가 유력한 전략”이라며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와 관련해 순환경제 전략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수입선 다변화 제도란 특정 지역 및 제품의 지난친 수입의존도를 막기 위한 제도입니다.

 

우리나라 공급망 취약품 중 중국 수입품 비중 68.59% 📈

연구원 분석 결과,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총 5,084개 수입품목 중 2,081개 품목에서 취약성이 나타났습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품목이 1,025개로 전체의 약 49%를 차지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품목도 각각 199개(9.56%)와 137개(6.58%)였습니다.

 

▲ 2021년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까지 고려할 경우 한국 내 기술수준별 공급망 취약품목 중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품목 비중이 68.59%로 가장 높았다. ©국회미래연구원, 보고서 캡처

품목별로 살펴보면 중간재가 1,194개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어 소비재가 714개, 자본재가 173개 순이었습니다.

세계시장 점유율까지 고려할 경우 공급망 취약품목 중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품목 비중이 68.59%로 높아졌습니다.

보고서는 “대(對)중국 공급망 취약품목 중에서는 기술 수준이 높은(High) 품목의 숫자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핵심광물 공급망 취약성 확인…“첨단산업 관련 핵심광물 관리 필요” 🗺️

반도체, 배터리, 재생에너지 설비 등 주요 첨단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의 공급망 취약성도 확인됐습니다.

2022년 기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교역 통계 자료에 따르면, ▲희토류(중국 90%) ▲마그네슘(중국 85%) ▲텔루륨(일본 67%) ▲리튬(58%) ▲게르마늄(캐나다 59%) 등은 특정 국가로부터 수입 비중이 50% 이상이었습니다.

 

▲ 9개 주요 미래기술에 사용되는 광물 현황 및 우리나라의 수입 현황을 그린 표. ©국회미래연구원, 보고서 캡처

보고서는 “주요 미래 기술과 관련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핵심광물 공급망 관리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이미 주요국은 핵심광물과 관련해 공급망 안전성에 나선 상황입니다. 유럽연합(EU)은 역내 공급망 강화를 위해 핵심원자재법(CRMA)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이 법은 광물자원의 과도한 해외 의존도를 완화하겠단 것을 목표로 합니다.

특히,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 등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의 대외의존도를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역내 공급망 관리에 나선 상황입니다. 중국 또한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 등에 대응하여 자체 기술력 및 공급망 강화 등 자구책을 마련 중입니다.

이에 보고서는 “미국과 EU 양측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법안이 이미 통과돼 있거나 발의돼 있단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향후 이 기조가 더 많은 분야로 확산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 차원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4월 6일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3자 회담을 가졌다. ©EU Commission

“EU·美 등 주요국서 중국과의 디리스킹 논의 본격화” 🗣️

보고서는 중국과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현재 이 용어는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을 줄여 위험에 선제 대응한단 의미로 쓰입니다.

이 용어가 주목받은 것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3월 30일 대중 정책 관련 연설에서 처음 쓰면서부터입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가 과거 냉전 시절처럼 중국과 적대적 관계를 끊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을 낮춰 위험을 감소시키는, 즉 디리스킹의 필요성을 설파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좌관도 4월 정책연설에서 “우리는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을 지지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후 주요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디리스킹 논의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 2022년 5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주도로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는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14개국이 참여 중이다. ©US-ASEAN Business Council 제공, greenium 가공

공급망 위기, 공동협력 형태로 대응…“적극 참여 모색해야 해” 🌐

한편, 주요국이 공동협력 형태로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는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입니다. 2022년 5월 미국 주도로 출범한 IPEF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인도·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호주·뉴질랜드 등 14개국이 참여 중입니다.

IPEF는 경제·안보 협력 구상으로 크게 무역·공급망·청정경제·공정경제 등 4가지 분야로 구성돼 있습니다.

IPEF는 공급망 위기가 발생할 경우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공급망 협정이 타결된 상태입니다.

특정 분야나 품목의 공급망 위기 발생 시 14개국 정부로 구성된 ‘위기대응 네트워크’가 가동하여 ▲상호 공조 요청 ▲대체 공급처 파악 ▲대체 운송경로 발굴 ▲신속 통관 등이 가능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밖에도 올해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주요국 정상들은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항하여 반도체·희토류 등 중요 물자의 공급망을 강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보고서는 “이러한 국제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지정학적 갈등 심화에 따라 우리나라의 국제전략이 미국과의 전략적 공조 강화 혹은 중국과의 균형외교 중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우려했습니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런 전략이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도 해소는 중장기적으로 추구해야만 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아우디 공장에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가 조립되는 모습. ©Audi AG

“핵심광물 재사용·재활용 등 순환경제 전략 도입 필요성 제기” ⛏️

마지막으로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를 위해선 순환경제 전략에 관심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수입선 다변화 및 국제협력 전략은 매우 유용하긴 하나, 자원 부존량 및 채굴시설 등이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핵심광물 관련 역내 공급망 강화 정책이 여러 난관을 마주한 현실도 고려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광물 채굴에 따른 환경 문제입니다.

보고서는 “현 기술 수준에서 광물 채굴이나 정제는 상당한 환경오염을 초래한다”며 “미국과 EU에서도 이와 관련하여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보고서는 “핵심광물 재사용·재활용과 관련된 순환경제 전략은 기술의 발달 정도에 따라 이러한 제약을 일정 수준 극복할 여지가 있어 이들 전략과 상호보완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지난 21일 주요 관계부처가 내놓은 ‘순환경제 활성화를 통한 산업 신성장 전략’에도 핵심광물 재사용·재활용 정책이 포함됐습니다. 가령 폐기물 내 고순도 희소금속 정제·추출을 위한 기술개발에 291억 원이 배정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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