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 중 하나인 신발. 세계신발연감(World Footwear)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신발생산량은 전년 대비 8.6% 증가하여 220억 켤레 이상이 생산됐습니다. 이 중 95% 이상이 결국 매립지에 버려졌습니다.

신발이 재활용되는 비율은 5%에 불과합니다. 고무, 플라스틱, 가죽 등 여러 소재가 섞여 있을뿐더러, 소재별 분리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통계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대개 신발은 일반쓰레기와 함께 소각 혹은 매립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패션 브랜드들은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소재별 분리가 용이한 신발을 제작하거나, 완전히 생분해가 가능한 신소재도 개발한 브랜드도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3D프린팅을 통해 신발 산업 내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려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미국 패션 스타트업 하일로스(HILOS)의 이야기입니다.

 

▲ 미국 패션 스타트업 하일로스의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엘리아스 스탈의 모습 ©HILOS

하일로스, 3D프린팅 통해 맞춤형 신발 제작…“재활용·분해 모두 용이해” 👡

2019년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설립된 하일로스. 3D프린팅 기술로 실내용 슬리퍼와 샌들 등을 주문 제작하는 기업입니다.

회사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엘리아스 스탈은 신발 산업에서 나온 어마어마한 양의 폐기물을 보고 회사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스탈 CEO는 값싼 해외 노동력과 폐기물을 무시한 탓에 신발 산업 내 폐기물이 해결되지 못한 점을 지적합니다.

실제로 세계신발연감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에서 생산된 신발 10켤레 중 9켤레는 아시아에서 생산됐습니다. 그중에서도 전 세계 신발 생산량의 3분의 1이 인도와 중국에서 나왔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3D프린팅을 통한 주문형 제작이 답이라고 스탈 CEO는 강조했습니다.

하일로스는 주문 후 최대 72시간 이내에 3D프린팅 신발을 만들어 고객에게 배송합니다. 독자적인 적층제조기술*을 활용한 덕에 신발 생산 자체의 마모를 최대한 줄였을뿐더러, 재활용 및 분해가 쉽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입니다.

*적층제조기술: 고밀도 열원을 이용해 형상을 3차원으로 쌓아올리는 기술.

 

▲ 3D프린터에서 제조된 하일로스 신발 밑창의 모습 회사 측은 독자적인 3D프린팅 기술을 사용해 신발 한 켤레당 제조에 필요한 평균 부품 수를 기존 65개에서 5개로 대폭 줄였다 ©Nicholas Peter Wilson

美 예일대 분석결과, 하일로스 3D프린팅 신발 물소비량·CO2배출량 모두 ↓ 😮

회사 측은 이 모델이 과잉 생산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수요 기반(On Demand) 생산 덕분에 의류 산업 특유의 과잉생산과 폐기물 발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자원낭비와 탄소배출량을 모두 줄일 수 있다고 하일로스는 덧붙였습니다.

2022년 회사 측의 의뢰로 미 예일대 비즈니스 및 환경센터(CBEY)가 하일로스의 3D프린팅 신발 제조 관련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습니다. 분석 결과, 기존 산업 대비 ▲물소비량 최대 99% 감소 ▲이산화탄소(CO2) 48% 감소 등으로 조사됐습니다.

CBEY는 CO2 배출량 감소에 대해 29%는 부품 개수 감소, 20%는 주문형 생산으로의 전환에서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나머지는 제품의 순환성(Circularity)에서 일어났습니다.

스탈 CEO는 “신발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재창조했다”며 “(미국) 현지에서 맞춤형 주문 신발제작을 통해 제로(0) 폐기물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하일로스가 미 예일대 비즈니스 및 환경센터에 자사의 신발 제조 기술 환경영향평가를 의뢰한 결과 하일로스의 3D프린팅 신발은 기존 제조산업에서 생산된 신발 대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물소비량부품 및 노동력 등 모두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HILOS

다만, 신발 소재에서는 개선돼야 할 부분이 일부 있습니다. 회사 측은 신발 밑창 재료로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 분말을 사용합니다. 신발 상부는 케이블을 사용해 가죽 등을 부착합니다. 이 때문에 폐기물이 일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에 스탈 CEO는 재활용 및 바이오기반 재료를 탐색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스탈 CEO는 그럼에도 하일로스이 생산공정이 순환적이란 점을 강조합니다. 하일로스의 생산방식은 신발 한 켤레당 필요 부품 수를 평균 65개에서 5개로 대폭 줄였을뿐더러, 조립에 필요한 단계 수도 평균 360개에서 12개로 줄였기 때문입니다.

 

▲ 하일로스는 3D프린터를 통해 신발 밑창을 생산한다 그외 부품은 가죽 등 기존 소재를 사용하나 생산 공정 개선을 통해 부품 개수를 줄인 5개 이내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아래는 하일로스가 3D프린터를 통해 생산한 여러 신발의 모습 ©HILOS

나이키 前 COO도 반한 하일로스…“39억 투자 유치 성공” 💰

하일로스가 월 평균 생산할 수 있는 신발은 약 500켤레. 하일로스는 최근 더 많은 신발을 제조하기 위해 여러 3D프린팅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또 지난 3월 하일로스는 3D프린팅 기술을 사용한 신발 생산을 위한 초기 자금으로 300만 달러(약 39억원)를 조달했습니다. 초기 자금 투자자로는 에릭 스프렁크 나이키 전(前)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나이키 전직 임원 2명이 포함됐습니다.

스프렁크 전 COO는 하일로스에 대해 “신발 제조 혁명을 이끌 열정과 창의성 그리고 지성을 갖췄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밖에도 하일로스는 신발 재활용을 위해 고객들이 폐신발을 반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2023 FW 파리패션위크 한 획 그은 3D프린팅 신발 👟

한편, 시장조사기관 스마트테크애널리시스(SmarTech Analysis)는 오는 2025년까지 신발용 3D프린팅 산업이 연 매출 42억 달러(약 5조 6,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들도 3D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신발을 판매 중입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각각 2015년과 2018년에 3D프린팅 기술로 제작된 신발을 선보였습니다. 다만, 두 브랜드 모두 신발 밑창 부문만 3D프린터로 제작했습니다.

올해가 3D프린팅 신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지난 2월 열린 ‘2023 FW(가을·겨울) 파리패션위크’에서 명품 브랜드 디올(DIOR) 등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앞다퉈 3D프린팅 신발을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 2023 FW가을겨울 파리패션위크에서 선보인 디올의 남성용 신발왼과 네덜란드 브랜드 보터의 신발오의 모습 두 신발 모두 3D프린팅 기술로 제작됐다 ©DIORBotter

디올은 “그물망 모양의 신발을 제조에 약 12시간이 걸렸다”며 “밑창, 끈 등을 제거하면 신발의 80%는 재활용 및 재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네덜란드 브랜드 보터(Botter)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리복(Rebok)과 협력해 바다달팽이 모양의 3D프린팅 신발을 선보였습니다. 앞서 살펴본 하일로스와 마찬가지로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이 주재료로 사용됐습니다. 이밖에도 여러 브랜드들이 파리패션이크에서 3D프린팅 신발을 잇따라 선보였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 디자인 전문매체 디진(Dezeen)은 “3D프린팅 신발은 거의 10년간 존재했으나, 주요 패션위크 그중에서도 오뜨 꾸뛰르(파리패션위크)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파리패션위크에서 3D프린팅 신발이 선보였단 것은 이 기술이 신발 산업에 한 획을 그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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