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의 가장 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현안으로 ‘유럽연합(EU)발 공급망 실사’가 꼽혔습니다. 이에 금융·세제, 업종별 ESG 가이드라인(지침서) 제공, 전문 인력 양성 등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지난 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2023년 ESG 주요 현안과 정책과제’에 담긴 내용입니다. 대한상의는 국내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올해 ESG 주요 현안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올해 가장 큰 ESG 현안을 묻는 질문에 전체 40.3%가 ‘공급망 ESG 실사 대응’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ESG 의무공시(30.3%)’, ‘순환경제 구축(15.7%)’, ‘탄소국경조정제도(12.0%)’, ‘생물다양성 대응(1.3%)’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공급망 실사법’으로 불리는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은 올해 독일을 시작으로 빠르면 2024년부터 EU 27개 회원국 전체로 확대됩니다. CSDD는 EU 역내외 대기업 및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인권·환경 관련 공급망 내 잠재 영향에 대한 ▲식별 ▲예방 ▲피해구제 조치 시행 등의 의무화를 요구합니다.

CSDD 적용 대상 기업은 EU 역내만 1만 2,800개. 역외까지 포함하면 1만 6,800개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급망 실사법 시행에 따라 “국내외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협력업체에 ESG 실사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실사 결과 고객사와의 거래나 계약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공급망 실사 대응에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 전경련 “글로벌 공급망 ESG 실사 대비 필요…업종별 대응 절실해!”

 

▲ 유럽연합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Directive on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일명 공급망 실사법은 빠르면 2024년부터 EU 27개 회원국에서 시행된다 다만 지침Directive은 규정Regulation과 달리 회원국별로 국내법 전환이 필요하다 ©ISS

2023년 가장 큰 ESG 현안 ‘EU 공급망 실사’ 대응…“정작 대응수준 낮아” ⚖️

CSDD에는 인권·환경과 함께 ‘기후(Climate)’ 실사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유럽의회 환경위원회가 CSDD에 ‘기후대응’을 포함할 방침이라고 지난 2일(현지시각)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 등으로 공급망 내 실사 대상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이는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제안했던 지침안보다 실사 대상을 크게 확장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달리 말하면 CSDD의 적용 대상 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단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들은 어떤 대응을 준비 중일까요?

대한상의는 설문조사 결과 CSDD에 대한 우리 기업의 대응수준이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조사에서 ‘단기적인 대응수준’을 묻는 질문에 원청기업 48.2%, 협력업체 47.0%가 ‘별다른 대응 조치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장기적인 대응계획으로는 ‘ESG 경영 진단·평가·컨설팅(22.0%)’, ‘ESG 임직원 교육(22.0%)’, ‘ESG 경영 위한 체계 구축(20.7%)’, ‘국내외 ESG 관련 인증 취득(4.3%)’, ‘ESG 외부 전문가 영입(3.7%)’등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금융위원회에 의하면 2025년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2030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 모두 ESG 정보를 의무공시해야 한다 ©WHF

한국, 2025년부터 ESG의무 공시 단계 추진…“36.7% 별다른 대응계획 없어” 🙅

두 번째 현안으로 꼽힌 ‘ESG 의무공시’와 관련해서도 우리 기업의 대응수준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U·미국 등 주요국들은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관련 기준을 제정 중입니다. 우리나라 금융위원회 또한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ESG 활동 내역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ESG 의무공시에 대해 별다른 대응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36.7%에 이르렀습니다.

글로벌 ESG 공시 기준 중 하나인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기준을 도입하는 방식을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71.7%는 ‘국내 실정에 맞춰 일부 수정 및 점진적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업들이 생각한 올해 ESG 각 분야별 현안은? 🤔

기업 61.6%는 올해 경제 상황이 어려워도 ESG 경영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로 53%의 기업들은 ‘국내외 고객사 요구 확대’를 꼽았습니다. 이어 ‘ESG 규제 도입(35.1%)’, ‘연기금 등 투자자 요구 확대(7.0%)’, ‘소비자의 요구 확대(4.9%)’ 순이었습니다.

기업들이 생각하는 올해 ESG 각 분야별 현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 E(환경) 🌲: 친환경기술개발(34.0%), 재생에너지 확보(24.0%), 탄소국경조정제도(21.3%), 순환경제 구축(18.0%), 생물다양성 대응(2.7%).
  • S(사회) 🗣️: 산업안전보건(52.3%), 노사관계(20.0%), 고용인권(14.7%), 지역사회 관계(7.3%), 소비자 보호(3.7%), 다양성(2.0%).
  • G(지배구조) 🏛️: 이사회 및 감사기구 강화(30.3%), 준법경영(28.0%), 반부패윤리경영(24.3%0, 공정경쟁(13.0%), 소액주주 권리 강화(4.4%).

 

ESG 경영 추진 기업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58.3%가 ‘비용부담’을 꼽았습니다. 이어 53.0%가 ‘내부 전문인력 부족’을 택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정부는 자금 및 인력 부족으로 ESG 실천이 쉽지 않은 기업들을 위해 금융·세제지원, 업종별 ESG 가이드라인 제공 등 적극적인 지원을 펼쳐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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