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패션에 관심이 높아지며 많은 기업들이 목재 펄프, 사막 잡초, 지푸라기 같은 농업폐기물 등 다양한 식물성 원료로 섬유를 만들고자 도전하고 있습니다.

최근 ‘식물 뿌리’에서 지속가능한 패션의 가능성을 찾고자 뛰어든 디자이너가 등장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바이오소재 디자이너 제나 할로웨이의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9월, 런던디자인페스티벌에 참석한 할로웨이는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식물 뿌리로 만든 드레스와 스커트, 귀걸이 등 패션 아이템을 선보였습니다. 그는 이 컬렉션에 ‘뿌리로 가득찬’이라는 뜻의 ‘루트풀(Rootfull)’이라 이름 붙였는데요.

 

▲ 루트풀을 사용해 만든 드레스. 밀싹 뿌리가 엉켜 레이스 무늬를 만들었다. ©Zena Holloway

루트풀 드레스는 언뜻 보면 마치 레이스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가느다란 실 가닥이 엉키며 만들어낸 무늬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밀싹의 뿌리인데요.

밀싹이 자라는 패턴에 따라 튼튼하면서도 가벼운 레이스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 할로웨이는 밀랍 형판에서 밀싹을 길러 내 자연스럽게 엉킨 뿌리를 직물로 활용한다. ©Zena Holloway

할로웨이는 밀랍으로 조각한 형판에서 밀싹을 길러 냈습니다. 재활용된 물을 사용한 것이 특징인데요. 단 12일이면 새싹이 약 20cm까지 자라면서 뿌리가 서로 연결되어 아름답지만 자연스러운 구조를 형성하게 됩니다.

식물의 뿌리로 이루어진 만큼, 루트풀은 당연히 퇴비화·생분해가 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뿌리를 잘라내고 남는 밀싹 등의 부산물도 먹거나 동물 사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할로웨이는 루트풀이 완전히 순환적인 소재라고 강조합니다.

 

▲ 다양한 무늬와 형태의 루트풀(위)과 다양한 색의 천연염색으로 물들인 루트풀(아래). ©Zena Holloway

할로웨이는 뿌리직물에 가장 잘 맞는 형태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이를 통해 부드럽고 유연한 직물, 또 단단하고 두꺼운 직물을 만드는 방법들을 터득했습니다.

원하는 형태를 잡을 수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식물이기 때문에 재배할 때마다 다른 무늬의 결과물이 생성됩니다.

또한, 루트풀은 천연염색에 잘 반응해 다양한 색의 직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요.

 

▲ 유명 수중전문 사진작가인 제나 할로웨이는 해양문제 솔루션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해 바이오소재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Zena Holloway, 홈페이지 갈무리

할로웨이가 처음부터 바이오소재 디자인에 뛰어든 것은 아닙니다. 그는 사실 유명한 수중촬영 전문가로, 나이키, 소니, 앱손 등 대기업과도 함께 작업한 전문 사진작가인데요.

그는 취미였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기후변화로 산호가 사라지고, 플라스틱 폐기물에 죽어가는 바다 생물들을 목격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해양 문제의 솔루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요.

할로웨이는 그러던 중 주변지역 강물 속에서 뻗어있는 버드나무 뿌리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얽힌 뿌리가 직물처럼 보인 데서 루트풀의 아이디어를 착안했습니다.

 

▲ 산호 모양의 루트풀 작품(왼)과 이를 설치하고 있는 제나 할로웨이 모습(오). ©Zena Holloway

뿌리가 땅 위에 존재하는 자연 세계를 떠받치는 것처럼 산호도 바다 생태계의 기초입니다.

제나 할로웨이

할로웨이는 땅 속의 뿌리로 만든 루트풀을 통해 바다 생태계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완전히 생분해·퇴비화가 가능한 이 소재는 땅에서 나왔지만 역으로 “산호의 아름다움과 취약성을 드러내고 해양 보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역설했습니다.

현재 할로웨이는 재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패션에 영감을 주기 위해 다양한 작품으로 작업을 넓히고 있습니다. 드레스와 패션 소품부터 벽걸이 장식, 램프 갓등, 산호 조각 등이 포함됩니다.

할로웨이는 오는 3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국제공예전시회인 콜렉트아트페어(Collect Craft Fair)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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