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으로 전 세계 기후테크 기업들이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피치북(Pitchbook)은 올해 1분기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탈(VC)의 자금 지원이 3년만에 둔화됐단 소식을 전했는데요.

기후테크 자금 조달 시장이 얼어붙는 와중에도 오히려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아프리카입니다.

기술벤처기업 파르텍(Partech)이 내놓은 ‘2022 아프리카 기술 벤처캐피탈’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내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2022년 한해 8억 6,000만 달러(약 1조 1,400억)가 넘는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3.5배 성장한 규모입니다.

기후테크가 핀테크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2번째로 많은 자금을 지원 받는 분야로 성장한 것인데요. 아프리카의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에 투자가 몰린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 아프리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대륙이다 기후변화 취약 10개국 중 7개가 아프리카에 위치한다 ©Statista Unsplash

아프리카가 중요한 이유, “기후대응 게임체인저 될 수 있어!” 🌍

아프리카는 세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의 3% 미만을 배출합니다. 반면, 기후변화의 영향에 가장 취약한 지역입니다.

세계자원연구소(WRI)에 의하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10개국 중 7개국이 아프리카에 위치합니다. 동시에 아프리카는 전 지구적 기후대응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습니다.

우선 아프리카 대륙은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에 더불어 그린수소 등 세계에서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가장 높은 곳으로 손꼽힙니다. 태양광 패널, 배터리, 전기차 등 청정기술 개발에 필요한 희토류 매장량도 가장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의 넓은 토지와 다양한 식생은 생태계 복원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기후적응, 식량안보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자연기반솔루션(NBS)의 토대가 될 수 있습니다.

높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프리카에 대한 자금 지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일례로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의하면, 아프리카 내 재생에너지에 대한 공공투자는 2000~2009년 40억 달러(약 5조 3,200억원)에서 2010~2022년 550억 달러(약 73조 2,100억원)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는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이 제시한 연간 500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전 세계 기후투자, 아프리카로 몰렸다?…핵심은 에너지·농업·기후적응 📌

올해 상반기 아프리카에서는 기후테크에 투자하는 펀드가 여럿 출시됐습니다. 공통점은 초기 시드(Seed) 및 시리즈 A 투자에 집중하고 있단 것입니다.

아프리카의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아직은 초반인만큼,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더 많고 다양한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자금이 분산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기후테크 펀드들이 출시됐을까요?

 

▲ 지난 2월 아프리카고그린펀드는 4700만 달러를 조달해 총 1억 3800만 달러의 자금을 보유했다 아프리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에너지 효율성과 접근성에 주목하는 펀드다 ©Estate Intel

에너지 효율성·접근성 주목한 ‘아프리카고그린 펀드’ ☀️

아프리카고그린 펀드(AAGF·AfricaGoGreen Fund)는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에너지 분야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지난 2월에는 자금 조달에서 4,700만 달러(약 625억원)를 확보했습니다.

AAGF는 아프리카 내 에너지 효율성 및 접근성 솔루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AAGF가 유치한 투자금은 현재까지 총 1억 3,800만 달러(약 1,800억원)의 규모입니다.

국제금융공사(IFC),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북유럽개발기금(NDF), 아프리카지속가능에너지기금(SEFA) 등의 금융기관이 참여했습니다. AfDB는 아프리카에서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s)를 달성하고 기후탄력성을 강화하는데 핵심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이에 AAGF는 아프리카의 태양광 공급 플랫폼 BBOXX와 저소득층의 태양광 채택을 촉진하는 솔라리스(Solarise) 등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기후테크 VC, 이젠 농업에 꽂혔다? 🚜

에너지에 이어, 아프리카의 기후테크 펀드가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분야, 바로 농업입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가 아프리카의 농업·기후 솔루션을 지원하는 펀드에 2,500만 달러(약 332억원)를 투자했단 소식이 나왔습니다.

자금을 받은 펀드는 범아프리카 VC 기업 노바스타벤처가 출시한 ‘아프리카피플플러스플래닛 펀드(Africa People + Planet Fund·이하 APPF)’입니다.

이번에 출시된 APPF는 농업과 기후테크, 클린테크 부문을 대상으로 합니다. 노바스타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시장 접근 및 탄력성을 제고하는 서비스에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농업 및 기후테크 분야에는 생물다양성 보호, 토양 개선, 탄소포집을 달성하는 재생 임업·농업·양식업, 바이오 연료 및 바이오차 등이 포함됩니다. 클린테크 사례로는 청정 소프트웨어, 청정 건설기술, 전기 모빌리티, 스마트 물류, 순환경제 및 대체재료를 들었습니다.

 

▲ 신생 기후테크 VC 에쿼터의 포트폴리오인 아폴로애그리컬처왼와 선컬처오 아폴로애그리컬처는 위성 데이터와 머신러닝ML 기술을 활용해 정밀농업 솔루션을 제공하고 선컬처는 전력 생산과 농업을 합친 영농형 태양광 설치 솔루션을 제공한다 ©Apolloagriculture Sun Culture

비슷한 시기 신생 기후테크 VC 에쿼터(Equator) 또한 농업과 에너지, 모빌리티 부문의 기후행동 캠페인을 지원하는 기금의 자금 조달을 마쳤습니다. 영국의 인프라 투자 개발 금융기관 BII과 쉘 재단 등이 참여해 4,000만 달러(약 532억)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특히, 에쿼터는 아프리카는 기후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에 식품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농민의 수확량·수익성·탄력성을 개선하기 위한 혁신이 절실하다고 짚었습니다. 때문에 ▲농장 생산성 제고 ▲수확 후 식품손실 감축 ▲품질 개선 등의 솔루션을 찾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에쿼터는 이 자금을 사용해 농업·에너지·모빌리티 분야의 초기 및 시리즈 A 투자 스타트업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니자드 자말 에쿼터 관리 파트너는 아프리카에는 수많은 미개척 시장 기회가 있다며, 에쿼터가 스타트업의 초기(시드) 단계와 자본 조달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자말 관리 파트너는 “기후변화와 소득불평등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며 아프리카 기후테크에 대한 투자가 소득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는 핵심요소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 카탈리스트 펀드의 기후탄력성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선정된 기업가들의 모습 2015년 출시된 카탈리스트 펀드는 기후탄력성 개선을 위한 기후테크 스타트업 10곳을 선정해 상금과 액셀러레이팅을 지원한다 ©Catalyst Fund

기후탄력성에 초점 맞춘 액셀러레이팅 ‘카탈리스트 펀드’ 🌊

아프리카 대륙의 기후취약성이 높은 만큼, 기후탄력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펀드도 있습니다.

지난 1월 출시된 카탈리스트 펀드(Catalyst Fund)는 200만 달러(약 26억 6,000만원)의 자금과 액셀러레이팅을 받을 기후테크 스타트업 10곳을 선정했습니다.

여타 기후테크 액셀러레이팅과의 차별점은 아프리카의 기후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한 기후탄력성 기후테크 스타트업으로 한정된 것입니다.

해당 펀드를 운영사인 FSD 아프리카(FSD Africa)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기관입니다. 영국 국제개발부(DFID)에서 자금을 지원합니다.

투자사이기도 한 카탈리스트 펀드는 기후탄력성 복원을 지원하는 초기(Seed) VC 펀드이자 액셀러레이터입니다. 이에 10만 달러(약 1억 3,000만원)의 지분 투자와 10만 달러의 실습 벤처 구축 지원에 더해 전문가 지원, 네트워킹 등 액셀러레이팅으로서 지원도 하고 있습니니다.

이번 발표에서는 응급의료 솔루션부터 보험 스타트업, 폐기물 수거 솔루션, 정밀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후탄력성을 개선할 수 있는 스타트업들이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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