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다수당인 유럽인민당(EPP)과 좌파 의원들이 기업 지속가능성 관련 주요 규제의 적용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번 합의에 따라,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은 직원 1,000명 이상이면서 연간 매출 4억 5천만 유로(약 7,445억 원) 이상인 기업에만 적용되며,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은 직원 수 5,000명 이상, 매출 15억 유로(약 2조 4,816억 원) 초과 기업으로 제한됩니다.
이는 EU가 민간 대기업의 보고 의무를 25%, 중소기업의 의무를 35% 줄이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된 조치입니다.
해당 합의안은 다음 주 초 유럽의회 법사위원회에서 표결에 부쳐진 뒤, 이달 말 본회의에서 최종 표결을 거칠 예정입니다.
CSRD·CSDDD 적용 기준 대폭 상향 조정, 시행도 2027년 이후로 2년 연기
이번 협상 결과 CSRD와 CSDDD 모두 적용 대상이 크게 축소됐습니다.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은 기업이 기후 및 자연 관련 리스크 분석, 탄소 감축 계획 등 비재무적 정보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입니다.
합의에 따라 직원 수 1,000명 이상이면서 연매출이 4억 5천만 유로를 초과하는 기업만이 CSRD 적용 대상에 포함됩니다.
또한, 기존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은 기업이 기후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외부에 공개하며 실제 실행에 옮길 것을 요구했으나, 새로운 합의에서는 계획의 ‘개발’과 ‘공개’만 의무로 남고, ‘실행’ 요건은 제외됐습니다.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은 대기업이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및 환경상의 부정적 영향을 식별하고 이를 시정할 책임을 부여하는 규제입니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적용 대상은 직원 수 5,000명 이상, 매출 15억 유로를 초과하는 기업으로 한정되며, 이는 당초 기준이었던 ‘1,000명 이상 기업’에서 크게 축소된 수치입니다.
더불어, CSDDD에 포함됐던 ‘잠재적 미래 위험 평가’ 의무와 ‘중앙집중형 공통 민사책임 체계’ 도입 계획도 이번 합의에서 삭제됐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올해 초 도입된 ‘시계 멈춤(stop the clock)’ 조치에 따른 CSRD 및 CSDDD 시행 연기와 맞물려 이루어진 것입니다.
법률 시행 시점도 함께 연기됐습니다. 유럽의회는 지난 4월 법 적용 날짜 연기를 승인했으며, 이에 따라 CSRD는 2년 늦춰져 2027년에 발효되고, CSDDD는 1년 연기됩니다. 각 회원국은 2027년 7월 26일까지 자국 법률로 이를 반영해야 합니다.
한편, 전 유럽의회 의원이자 EU 비재무 보고 지침 제정에 참여했던 리처드 호위트는 이번 합의로 보고 대상 기업 수가 약 11,000개에서 4,700개 수준으로 줄어든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습니다.
그는 “이 합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유럽의 노력을 10년 이상 후퇴시키는 결정이며,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지속가능성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덴마크 사회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 키라 마리 피터 한센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이번 합의는 유럽의 지속가능성 규칙을 무력화하고 책임을 포기한 것”이라며, “이것은 단순화가 아니라 항복이다. 책임을 희석시키고, 시민의 신뢰를 저버리며, 기업과 사회 전반에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ESG 법률 전문가 루시 블레이크는 보다 현실적인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거의 모든 산업이, 특히 공급망의 가장 말단에서 환경 및 인권 피해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내부고발자, 언론, NGO 보고서 등 ‘타당한 정보’에 기반해 행동하지 않을 경우, 대형 글로벌 기업은 규정 위반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간접 비즈니스 파트너에 대한 실사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합의안은 다음 주 초 유럽의회 법사위원회에서 표결에 부쳐지며, 이달 말 전체회의에서 최종 표결을 거쳐 EU 이사회와의 협상을 위한 공식 입장으로 확정될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