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플라스틱 국제협약 협상 개막을 앞두고, 플라스틱 생산 제한과 화학 첨가물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담은 메모를 일부 국가에 전달했습니다.
로이터가 입수한 7월 25일자 메모에 따르면, 미국은 플라스틱 생산 목표 설정이나 첨가제 및 제품에 대한 금지·제한과 같은 ‘비현실적인 글로벌 접근법’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플라스틱 오염의 전 생애 주기를 다루려는 100개국 이상의 국가들과의 입장 차이를 부각시키며, 야심찬 글로벌 협약 체결에 대한 기대를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전체 수명주기 다루는 합의’ 삭제 제안
이번 제네바 협상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라운드로 계획되었으나, 석유 생산국과 유럽연합 및 소규모 도서 국가들 간에는 여전히 깊은 견해차가 존재합니다.
석유, 석탄, 가스를 기반으로 한 신규 플라스틱 생산 제한에 대해 석유 생산국들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유럽연합과 도서국가들은 생산 자체의 축소와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협약 초안의 쟁점 문구였던 ‘플라스틱의 전체 수명 주기를 다루는 합의된 접근법’을 삭제하자고 제안해 사실상 2022년에 합의된 협약의 위임사항을 재협상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파나마 대표단장 후안 카를로스 몬테레이-고메즈는 “이 협약에서 플라스틱 생산을 제외하는 것은 협상의 전략이 아니라 자해 행위”라며, “진전을 가로막는 자들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민을 미래 번영의 흐름에서 소외시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미국의 이 같은 태도는 협상 전부터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이 제시한 주장과 상당 부분 일치하며, 협상 내내 꾸준히 유사한 입장을 보여온 석유 및 석유화학 생산국들과도 궤를 같이합니다.
반면 100개국 이상은 글로벌 차원의 플라스틱 생산 제한을 지지하고 있으며,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산업계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다수의 환경 및 기후 정책을 철회한 전례가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별도의 개입이 없을 경우, 플라스틱 생산량이 2060년까지 현재의 세 배 수준으로 증가해 해양 오염, 인체 건강 피해, 기후 변화 가속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그린피스 USA의 해양 캠페인 디렉터 존 호세바는 미국 대표단의 전략을 두고 “미국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타국 정부의 입장을 바꾸기 위해 재정적 영향력을 사용하는, 구시대적 괴롭힘 방식으로의 회귀”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번 협약이 다자주의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다자주의가 최소 공통분모에 그쳐 의미 없는 합의에만 도달할지, 아니면 진정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한 글로벌 프레임워크를 구축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