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법재판소, 역사적 기후 의견 곧 발표…국제법상 ‘기후 책임’ 쟁점화

100개국 이상 참여, 91건 진술서 제출…기후정의 향한 법적 선례 주목

국제사법재판소(ICJ)가 2025년 7월 23일, 기후변화와 관련된 국가의 법적 의무에 대한 권고적 의견을 발표합니다.

이번 결정은 바누아투 정부의 요청에 따라 유엔 총회가 2023년 3월 ICJ에 자문을 요청한 이후 약 2년간의 심리 과정을 거쳐 도출된 결과입니다.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 의견은 향후 기후 정책 수립과 국제 소송의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온실가스 75%는 10개국서 발생”…군소도서국이 국제소송 근거로 주목

이번 권고적 의견은 2023년 3월 29일, 유엔 총회가 바누아투의 요청을 수용해 ICJ에 자문을 요청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총회는 ICJ에 두 가지 핵심 질문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기후 시스템과 환경을 현재 및 미래 세대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로부터 보호할 국가의 의무는 무엇인지, 둘째, 그 의무를 위반해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 경우 어떤 법적 결과가 따르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특히 두 번째 질문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군소도서개발국과 미래 세대의 권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ICJ는 1945년 유엔 헌장에 따라 설립된 유엔의 주요 사법 기관으로, 국가 간 법적 분쟁을 중립적으로 해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재판소는 15명의 판사로 구성되며, 이들은 유엔 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의 공동 선출을 통해 임명되어 9년의 임기를 수행합니다. 한 국가에서 동시에 두 명 이상의 판사가 재직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심리 절차에서 ICJ는 회원국과 국제기구에 서면 진술서를 제출할 기회를 제공했으며, 총 91건이 접수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이어 2024년 12월 2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구두 심리에서는 100개국 이상이 참여해 각국 대표가 30분씩 진술을 발표했습니다. 첫날에는 바누아투와 멜라네시아 선봉대 그룹이 구두 심리를 개시하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파리협정을 근거로 주장을 펼쳤습니다.

심리 과정에서 선진국들은 파리협정과 같은 기후 조약이 관련 국제법보다 우선 적용된다는 ‘특별법 우선의 원칙(lex specialis)’을 근거로, 조약에 명시되지 않은 배상 책임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기후변화가 국제관습법과 세계인권선언에서 보장하는 인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하며,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한 국가는 저지대 및 개발도상국에 대한 보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구두 심리 이후, 네 명의 판사가 주요 쟁점에 대한 후속 질문을 제기했습니다. 미국의 사라 클리블랜드 판사는 석유 생산국의 감축 책임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디레 틀라디 판사는 파리협정의 법적 구속력 여부를, 루마니아의 보그단-루시안 아우레스코 판사는 국제법상 ‘깨끗하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권리 존재 여부를, 호주의 힐러리 찰스워스 판사는 파리협정이 기존 보상 관련 국제법에 미치는 영향을 각각 질문했습니다.

ICJ는 이번 권고적 의견을 7월 23일 오후 3시(현지시간)에 발표한다고 공지했습니다. 해당 발표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평화궁 대법정에서 이와사와 유지 ICJ 소장이 영어와 프랑스어로 낭독하며, ICJ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될 예정입니다.

이번 권고적 의견은 비록 강제력은 없지만, 국제법 해석에 있어 상당한 법적·정치적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군소도서국이나 개발도상국이 역사적인 배출 책임을 근거로 선진국을 상대로 제기할 수 있는 국제소송에서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세계자원연구소(WRI)의 ‘클라이밋 워치’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5% 이상이 단 10개국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1850년대 영국이 최대 배출국이었으나, 2022년 기준으로는 중국이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며, 그 뒤를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등이 잇고 있습니다. 미국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까지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국가였지만, 2005년 이후 중국이 그 자리를 넘겨받았습니다.

한편, 지난 3일(현지시간) 미주인권재판소는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20개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협력하고, 환경 보호를 저해하는 조치를 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유사한 권고적 의견을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ICJ의 이번 의견은 유럽에서 라틴아메리카에 이르는 다양한 기후 소송에서 핵심 근거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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