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해운업계가 처음으로 국제적 탄소 규제를 맞이합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금요일, 상업 선박의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하는 국제 협약을 채택했습니다.
2028년부터 선박 소유주는 더 깨끗한 연료를 사용하거나, 이산화탄소 배출량 톤당 최대 380달러(약 52만 원)의 벌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이 합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마지막 순간 투표 요청, 미국의 협상 철회 움직임 등으로 난항을 겪었지만 결국 통과되었습니다.
해운업은 전세계 산업 중 처음으로 국제적 감축 목표를 갖는 산업이 됐습니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소도서국들은 일괄 탄소세 도입이 무산된 점에 유감을 표하며, 협약이 “기후위기 대응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초기 제안에 포함되었던 일괄 탄소세 등이 최종 합의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해운업, 온실가스 규제 본격화 ⚓️
해운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3%를 배출합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감축 노력은 더딘 편이었고, 여전히 디젤 등 화석연료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무역의 약 90%가 선박으로 이뤄지는 만큼, 이번 협약이 실효를 거둘 경우 기후 대응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합의는 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표결을 통해 통과됐습니다. 보통 UN 기구는 합의제 방식이 원칙이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요청으로 표결에 부쳐졌습니다.
표결에서 사우디, 러시아 등 12개 산유국은 반대했지만, 투표결과 IMO 회원국으로서 협약 이행 의무를 지게 됩니다.
환경 연료 전환, 가장 큰 난관은 ‘비용’ 💰
유럽 교통환경 싱크탱크 T&E의 파이그 아바소프 해상운송 디렉터는 “디젤만큼 저렴한 연료는 없다. 원유에서 항공유·휘발유를 먼저 추출하고 남은 부산물이 선박연료입니다. 연료는 생산에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그 어떤 연료도 이만큼 저렴할 수 없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친환경 연료인 e-케로신이나 암모니아는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그린 연료가 기존 화석연료보다 3~4배 비싸다고 분석했습니다.
로테르담 항만청의 레프케 구네비이크 프로그램 매니저도 비용 문제를 강조했습니다. “화석연료와 제로배출 연료 간 비용 격차는 여전히 큽니다. 채찍은 약하고, 당근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첫걸음은 뗐지만… 효과는 아직 미지수” 📊
해양 컨설팅 기관 UMAS에 따르면, IMO협약으로 2030년까지 해운업 배출량은 약 8% 감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IMO가 2년 전 제시한 2030년 20% 감축 목표에는 크게 못 미칩니다.
바누아투 에너지기후 장관 랄프 레겐바누는 협약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사우디·미국·화석연료 동맹국들이 진전을 막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글로벌 해양포럼의 제시 파네스톡 탈탄소 디렉터는 “이번 협약은 타협의 산물이며, 첫 규제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연료 간 비용 격차를 좁히기엔 벌금 수준이 충분치 않다”며 추가 조치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벌금은 ‘넷제로 기금’으로… 미국은 이탈 🇺🇸
협약에 따른 벌금 수익은 ‘넷제로 기금(Net Zero Fund)’에 사용됩니다.
기금은 친환경 연료 인프라 확대와 개발도상국 지원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 ‘재분배’ 개념은 미국이 협상장에서 철수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미국은 IMO 협상국 전원에 서한을 보내 “부담금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며, 통과 시 상호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해당 서한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등 최근 기후정책 후퇴와 맥락을 같이합니다.
다만, 미국 상업 화물선은 세계 선박 톤수의 0.57%에 불과해, 미국이 합의 이행을 거부하더라도 기금 조성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입니다.
이번 협약은 오는 10월 IMO 총회에서 공식 채택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