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은행들이 연이어 넷제로 은행 연합(NZBA)에서 탈퇴하며, 글로벌 기후금융 연대에 균열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미즈호 금융그룹이 NZBA 탈퇴를 공식화하면서, 일본의 6개 회원사 중 5개가 연합을 떠났습니다.
지난해 말 미국 주요 은행들의 집단 탈퇴 이후 아시아로 확산되는 흐름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강화된 화석연료 친화 정책과 미국의 시장·에너지 외교 전략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일본 은행들은 미국 LNG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압박, 자국 내 에너지 안보 논리 등을 이유로 기후금융 약속보다 현실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스미토모 미쓰이 금융그룹(SMFG)은 탈퇴 직전 미국 시장 확대를 전략으로 제시했습니다. 탈퇴사유로 최근 알래스카 LNG 투자 요구가 주요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현재 NZBA 회원 수는 한때 140여 개에서 129개로 감소했습니다. 일본은 아시아 회원의 25% 이상을 차지했던 만큼 이번 탈퇴는 아시아 지역 내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자발적 약속의 구조적 한계”와 “기후금융의 지정학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합니다.
일본 회원사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스미토모 미쓰이 트러스트 그룹(SMTG)은 “다른 기업들의 탈퇴를 인지하고 있으나, 4월 7일 기준으로 탈퇴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조만간 연합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합니다.
일본의 ‘넷제로 약속’, 선언은 남고 행동은 실종 🌏
일본 은행들은 NZBA 탈퇴 이후에도 자체 감축 목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금융 행태는 이와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마켓포스’의 에리 와타나베 캠페이너는 “은행들이 독자적으로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약속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NZBA 회원 시절에도 일본 은행들은 연합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 미즈호 금융그룹은 2024년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화석연료 기업 자금을 지원한 은행으로 기록됐습니다. 비영리단체 연합이 발표한 ‘기후혼란 속 은행 보고서(Banking on Climate Chaos)’에서 확인됩니다.
전문가들은 일본 금융권이 기후 목표를 설정해도 국내 에너지 정책과 산업 구조의 한계로 실행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합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국제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와 정렬된 공시 기준을 발표했지만, 탄소 포집·그린수소 등 기술적 불확실성이 큰 분야까지 녹색채권 대상에 포함시켜 논란이 되었습니다.
게이오대 시라이 사유리 교수는 “일본 정부가 석탄 발전소 폐지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금융기관들 역시 화석연료 자금 지원을 중단할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일본의 ‘넷제로 선언’은 정책적 상충 속에서 실질적 감축 효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글로벌 기후 리더십에도 의문을 남기고 있습니다.
아시아 기후금융, 일본發 탈퇴 도미노로 흔들리나 🔮
일본 은행들의 연쇄 탈퇴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 확산될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현재 NZBA에는 한국 7개, 싱가포르 3개, 중국 1개 등 총 18개의 아시아 금융기관이 회원으로 남아 있습니다.
현재 NZBA는 이탈을 막기 위해 회원 자산을 파리협약의 1.5도 목표에 맞추도록 한 의무 조항 완화를 논의 중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준 완화는 자발적 약속의 신뢰도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일본 지속가능환경사회센터 타나베 유키 디렉터는 “일본 은행들의 탈퇴는 자금 조달 배출량 감축 노력에 심각한 공백을 초래한다”며, “2030년 감축 목표와 현재 금융 배출량 사이의 간극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일본의 탈퇴 행렬은 ‘기후 약속’보다 ‘에너지 안보’와 ‘정치적 현실’이 우선시되는 국제금융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입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속화된 에너지 자립 필요성과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압박이 맞물리며, 글로벌 기후금융 공조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