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탑승자 179명 사망 “사고 원인, 조류충돌 추정”

원인 정밀조사 필요…기후변화로 조류충돌 ↑ 주장도

지난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공항 외벽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하며 2020년대 들어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항공사고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국토교통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총 181명의 탑승자 중 179명이 사망했습니다. 승객 175명(한국인 173명, 태국인 2명)과 조종사·객실 승무원 4명이 사망했습니다. 현장에서 구조된 승무원 2명은 기체 후미에 타고 있었고 현재 서울 소재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탑승객 대다수가 크리스마스 연휴를 이용한 단체·가족 여행객으로 알려졌습니다.

30일 오전 7시 25분께 사망자 179명 중 140명의 신원 확인이 완료됐습니다. 수습한 유해는 무안공항 격납고 등에 임시로 안치됐습니다. 유해 인도는 신원확인과 수사기관의 검시 등 수습절차가 마무리된 뒤 이뤄질 예정입니다.

무안공항 활주로에서는 유류품 수습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사고원인 조사를 위해 현장을 당분간 보존됩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고 직후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최 권한대행은 “(오는) 1월 4일까지 7일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해 희생자에 대한 조의와 애도를 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사회적 참사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2022년 이태원 참사 이후 2년만입니다.

 

“메이데이” 2분 만에 …준비 못 한 동체착륙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에 대규모 사상자를 낸 제주항공 7C2216편은 오전 8시 54분께 무안공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했다가 다시 이륙했습니다. 8시 57분께 관제탑은 2차 착륙을 시도하는 조종사에게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를 경고합니다. 조류충돌을 뜻하는 항공 용어입니다.

이후 2분 뒤, 조종사가 관제탑에 조난신호인 메이데이를 요청합니다. 그 사이 조류충돌이 일어났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합니다

그리고 조난신호 단 4분 만에 여객기는 활주로에 몸통으로 미끄러지듯 착륙하며 외벽에 충돌했습니다. 이때가 9시 3분께였습니다. 당시 목격자 영상에 의하면 항공기는 지면에 ‘랜딩기어(착륙장치)’ 없이 착륙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동체 착륙’입니다.

외벽에 부딪힌 충격으로 항공유가 발화하며 인명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사고가 발생한 29일 사고현장에서 수습작업이 진행 중이다. ©독자 제공

정부, 원인 조사 나서…1차 원인 ‘버드 스트라이크 ’ 추정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관은 사고 여객기의 음성기록과 비행기록이 담긴 블랙박스 2개를 수거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한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블랙박스 해독까지 최소 한달 또는 최장 6개월까지 걸릴 수 있어 정확한 사고원인이 밝혀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부 역시 조사가 길게는 3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현재까지는 조류충돌로 엔진에 문제가 생긴 후 모종의 이유로 인해 착륙장치가 내려오지 않아 동체착륙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한 탑승객은 사고 직전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 못하는 중”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생존 승무원 한 명도 조류충돌로 추정된다는 말을 구조대에 전했습니다.

무안공항이 철새 도래지 인근에 위치한 것도 이같은 추측을 키우는 대목입니다. 조류충돌 외에도 사고를 키운 원인이 추가로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조류충돌이 발생했더라도 2개의 엔진 중 하나만 작동했다면 더 차분하게 착륙을 시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착륙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지도 조사 대상입니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도 한국 정부의 조사를 돕기 위해 조사팀을 꾸려 참여하겠단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항공·해양·철도 등 민간 교통사고를 담당하는 기관입니다.

로이터통신은 조사팀에 사고 여객기 제조사인 보잉과 미국 연방항공청(FAA)도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주요 국제 항공기구, 기후변화로 조류충돌 ↑ 경고

한편, 이번 참사의 배경에 기후변화도 일부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옵니다.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조류충돌이 기후변화로 인해 최근 더 증가했다는 주장입니다.

한국공항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여간(2019년 1월~2024년 8월) 전국 14개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충돌 건수는 650건에 달했습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영향을 제외하면 꾸준히 늘어난 모습입니다.

기후변화로 철새가 텃새로 자리 잡거나 출몰 시기·지역이 변화하며 조류충돌 사고가 증가했을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항공교통국인 미국에서도 조류충돌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미 연방항공청 자료를 확인한 결과, 조류충돌 건수는 2019년 1만 7,164건에서 2023년 1만 9,367건으로 증가했습니다.

2021년 유럽항공안전기구(EASA) 또한 기후변화가 항공 안전에 미칠 영향으로 심한 난기류·극한 바람 등과 함께 조류충돌 위험 증가를 꼽았습니다.

비슷한 시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도 기후변화가 지역 내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끼치면 철새의 개체수 변화를 일으켜 조류충돌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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