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 아마존이 인공지능(AI) 소재 개발 스타트업 오비탈머티리얼즈(이하 오비탈)와 중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목표는 데이터센터의 탈탄소화 혁신입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DAC(직접공기포집) 기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오비탈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두 기업의 과제는 명확합니다. 오비탈의 생성AI를 사용해 AWS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획기적인 탄소포집 소재와 공정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개발된 기술은 AWS의 신규 데이터센터에 적용돼 실험과 평가를 거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체적인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오비탈은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탄소포집 소재·공정을 2025년 연말까지 출시할 예정입니다. 2025년부터 3년간 시범 적용한다는 계획입니다.
AWS ‘데이터센터 DAC’ 프로젝트 나선 까닭 ⚡
세계 최대 클라우드컴퓨팅 기업인 AWS는 전 세계 34개 지역에서 108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AI 수요 증가에 따라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확충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데이터센터의 환경영향이 막대하다는 것입니다. 전력소비량이 매우 높고, 이와 함께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아마존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AWS가 데이터센터 내 DAC를 접목하기로 나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에서는 막대한 폐열이 발생합니다. DAC 설비의 경우 탄소를 포집할 때 상당한 열이 필요합니다. 데이터센터와 DAC 설비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겁니다.
일찍이 여러 기업이 데이터센터에 DAC를 접목한다는 아이디어를 시도한 바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탄소제거 기술개발 스타트업 280어스입니다. 2022년 구글의 혁신 연구소인 X디벨롭먼트(구 문샷 팩토리)에서 분사해 설립됐습니다. 특징은 데이터센터와 연계 가능한 DAC 설비를 개발했다는 것입니다.
메타(구 페이스북) 역시 탄소포집 관련 기술 특허를 다수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딥마인드 출신 오비탈 CEO, 12개월 만에 신소재 개발 🤖
그렇다면 AWS와 오비탈의 협력은 어떤 점에서 다른 곳과 차별화될까요?
오비탈은 2022년 미국에서 설립된 AI 스타트업입니다. 조나단 고드윈 오비탈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했습니다. 그는 구글 산하 AI 연구소 딥마인드의 전임 수석연구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딥마인드에서 AI를 활용한 소재 개발 연구팀을 이끈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드윈 CEO는 AI를 활용해 반도체·배터리 등 다른 산업의 탈탄소화를 도울 첨단소재를 개발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고드윈 CEO는 오비탈의 생성AI가 소재 성능 개발에 걸리는 시간 단축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AWS와의 협력에서는 데이터센터에 적합한 탄소흡착 소재를 찾는 것이 목표입니다.
고드윈 CEO는 “지금까지 신기술 개발은 실험실에서 장기간 시행착오를 겪는 방식에 의존해 왔다”며 “성공하려면 수년에 걸친 실험이 필요했다”고 말합니다.
이와 달리 오비탈은 탄소흡착제를 개발한 지 12개월 만에 프로토타입(시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고드윈 CEO는 강조했습니다.
AI 덕에 단기간에 탄소흡착제 성능을 기존 대비 10배 개선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오비탈 “DAC용 탄소흡착제 개발, 생성AI 덕분” ⏰
오비탈의 핵심 기술은 AI 기반의 소재 시뮬레이션 모델인 ‘오브(Orb)’입니다. 사측이 개발한 생성AI ‘리누스(LINUS)’를 기반으로 작동됩니다.
오비탈이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DAC 맞춤형 탄소흡착제를 개발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오비탈은 데이터센터의 냉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해 DAC 내부의 공기 온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에 연구팀은 뜨거운 공기 속에서 탄소를 흡수하는데 적합한 분자구조를 찾는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형태나 밀도 같은 특성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리합니다.
시뮬레이션에 해당 특성을 입력할 시 새로운 탄소흡착제 이미지가 생성됩니다. 때로는 물리적으로 구현이 어려운 아이디어도 제시됩니다. 역으로 말하면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소재 개발이 가능하단 뜻입니다.
이후 연구진은 그 아이디어를 직접 검증하며 실현 가능한 소재로 구현해냅니다. 그 결과, 탄생한 탄소흡착제 시제품이 바로 보라색 분말의 소재입니다. 아직 이름은 없는 상태입니다.
보라색 분말인 탄소흡착제를 분자 수준으로 들여다보면 스펀지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 고드윈 CEO의 설명입니다.
“(스펀지의) 각 구멍은 이산화탄소에만 반응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단, 어떤 화학구조나 물질이 사용됐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사측은 현재 자사의 기술로 기존 인프라(기반시설)에서도 연간 1,0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데이터센터 DAC, 고품질 탄소크레딧 창출 가능할까 💰
한편, 오비탈 측은 자사 기술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으로 비용 절감을 내세웠습니다. 신소재 개발에 드는 비용은 AI 훈련을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임대하는 시간당 비용의 약 10%에 불과하다는 것이 사측의 주장입니다.
고드윈 CEO는 “이는 탄소상쇄 (크레딧) 가격의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기존에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등으로 인한 탄소배출을 막대한 양의 탄소상쇄 크레딧을 구입해 충당한 것을 짚은 것입니다.
만약 데이터센터의 DAC 비용이 충분히 낮아질 수 있다면 새로운 수익 창출원이 될 수 있단 기대도 나옵니다. 탄소제거 크레딧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중간 사업자가 없고 포집된 탄소배출량을 확인하기 수월하다”는 점에서 데이터센터와 DAC 사업 간의 결합이 매력적일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