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재사용 자재로 만든 중국 가구 전시회 ‘여행하는 창고’

‘빌려온 전시회’로 제작비 92% 회수

최근 중국국제가구박람회(CIFF)에서 2년 연속 재사용 자재로 가구 전시회에 나선 브랜드가 화제입니다.

중국 가구 브랜드 캠리치디자인 스튜디오 시메스터(이하 스튜디오)가 함께 선보인 ‘여행하는 창고(The Travelling Warehouse)’ 파빌리온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파빌리온은 영구적 건축물이 아닌 임시 건축물을 뜻합니다.

이들은 제로웨이스트를 주제로 전시장의 자재와 소품 98% 이상을 ‘빌려와’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박람회는 중국 상하이에서 지난 9월 11일부터 같은달 14일(이하 현지시각)까지 열렸습니다.

 

▲ 전시회 ‘여행하는 창고’는 캠리치의 연구실과 창고에서 가져온 자재와 소품들이 사용됐다. 해당 물품들은 전시회가 끝난 후 수거·반납돼 재사용된다. ©Camerich

전시장 98% 재사용한 ‘여행하는 창고’ 📦

올해 전시에서 캠리치는 의자와 침대, 탁자 등 다양한 가구를 선보였습니다.

특이한 점은 전시 공간의 모습이 이름 그대로 창고 모양이었단 점입니다. 전시에 사용된 선반과 조명, 배경천 등 재료 대부분을 실제 캠리치의 연구실과 창고에서 가져왔습니다.

118개의 전시용 가구 또한 포장용 박스에 담겨 전시됐습니다. 가구들은 나흘에 걸쳐 순차적으로 공개됐습니다.

이는 ‘창고’라는 주제를 역으로 활용했습니다. 창고는 자재 사용량도 많지 않고 설치와 해체가 빨라 자원 순환에 용이합니다. 동시에 네모반듯한 선반에 상자들이 쌓인 모습은 자칫 삭막하고 지루해 보일 수 있습니다.

가구들을 포장재로 가려 관객들의 호기심을 유발한 것입니다.

동시에 모든 자재와 소품에는 원래 있던 장소 또는 되돌아갈 장소를 표시했습니다. 전시회가 끝나고 재사용될 공간으로 더 손쉽게 운송하기 위해서입니다.

▲ 시메스터 스튜디오는 2023년 중국국제가구박람회에서 처음으로 재사용 전시회 공간을 선보였다. ©Camerich

첫 재사용 전시회 ‘임시 보관 정원’ 🌴

시메스터 스튜디오가 캠리치와 함께 재사용 전시회 공간을 선보인 것은 작년에 이어 올해가 2번째입니다.

첫 작업은 2023년 9월 중국국제가구박람회에서 공개된 ‘임시 보관 정원(Temporary Storage Garden)’이었습니다.

재사용된 자재들을 사용해 만들어진 휴식 공간입니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자재와 소품은 사측의 연구소나 공장에 이미 있던 것들로 조달했습니다.

정원 조경에 사용된 식물과 자갈 등만 일부 새롭게 구매한 물품들입니다. 이 또한 전시회가 끝난 이후 자재들은 캠리치의 중국 저장성 공장에 보내져 사용된다고 스튜디오 측은 설명했습니다.

 

▲ 재사용을 높이기 위해 천장을 장식한 커튼은 자르지 않고 아치형태로 접어서 사용됐다. 나무 자재들 또한 나사나 접착제 대신 주황색 끈으로 묶어 고정됐다. ©Camerich

설계부터 재사용 고려…제작비 92% 회수 ♻️

스튜디오 측은 전시 설계부터 투입 자재들의 재사용 단계를 고려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재료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용했다”는 설명입니다.

예컨대 천장을 장식한 커튼은 100m 길이의 천을 자르지 않고 아치 형태로 접어 사용했습니다. 절단하면 활용처가 크게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나무 또한 묘목장에서 퍼올 때부터 다시 심기 쉽도록 포장됐습니다.

선반과 목재 등은 나사, 못, 접착제를 사용하는 대신 쌓거나 끈으로 묶는 방식으로 조립했습니다. 전시회 설치 과정에서 자재 손상을 방지해 원래 용도로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 결과, 2023년 전시회에서는 총제작비용 9만 4,000파운드(약 1억 6,900만 원) 중 92%가량인 8만 4,000파운드(약 1억 5,100만 원)만큼의 가치가 회수됐습니다.

 

▲ 시메스터 스튜디오는 전시회 직후 바로 재사용할 수 있도록 기존의 자재를 대여해 오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Camerich

7일짜리 전시회의 지속가능성이란? 🤔

이들이 재사용에 주목한 이유는 전시회라는 공간의 특성 때문입니다. 중국국제가구박람회의 경우 전시회 기간은 단 일주일에 불과합니다. 전시 종료 후 대부분의 가벽과 설치물 등 일회성 자재들은 대량 폐기됩니다.

과거 부산현대미술관은 전시회 1번에만 5톤 트럭 4대 분량의 폐기물이 나온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따라서 스튜디오는 전시회의 특성을 고려해 ‘일시적인 지속가능성’을 탐구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일반 건축물과 다릅니다. 전시회에 순환성이 높은 소재나 자재를 사용하더라도 해체와 제거가 어렵다면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스튜디오가 자재와 소품을 ‘구매’가 아닌 ‘대여’ 형태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전시회가 끝나면 이를 회수해 원래 상태로 복구함으로써 자재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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