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전 세계 보조금 규모 10배 급증

첨단산업 위주 보조금 늘어…대한상의, 한국도 ‘직접보조금’ 필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기점으로 각국이 자국의 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첨단산업 경쟁과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전 세계가 보조금 경쟁 시대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스위스 민간 무역정책 연구기관인 세계무역경보(GTA) 데이터를 통해 세계 각국이 발표한 제조업 보조금을 분석했습니다.

4일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5년 584억 달러(약 80조 원)였던 보조금 규모는 2023년 5,502억 달러(약 759조 원)까지 늘었습니다. 올해 9월에는 5,060억 달러(약 698조 원)에 이르렀습니다. 남은 3개월간 투입될 보조금 규모를 고려하면 2024년 보조금 규모는 전년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전후 5년을 비교하면 보조금 차이는 더 명확합니다.

대유행 이전 5년간(2015~2019년) 보조금 규모는 5,142억 달러(약 709조 원)이었습니다. 이후 5년간(2020~2024년 9월) 1조 9,728억 달러(약 2,723조 원)로 약 3.8배 증가했습니다.

 

 

보조금 유형? 재정보조금 > 무역금융 > 자본투입 순 💸

제조업 보조금을 GTA가 분류한 세부유형별로도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간(2015~2024년 9월) 정부대출이 6,365억 달러(약 878조 원)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기업에게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재정보조금’이 5,862억 달러(약 809조 원)로 뒤를 이었습니다.

수출기업에 대한 무역보증과 대출인 ‘무역금융’이 2,377억 달러(약 328조 원), 구제금융·정부출자 등 ‘자본투입’이 1,912억 달러(약 264조 원) 순이었습니다. ‘대출보증’은 1,074억 달러(약 148조 원)로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중 재정보조금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최근 5년간 재정보조금은 4,995억 달러(약 689조 원)로 대유행 이전 5년전과 비교해 약 6배나 늘었습니다.

상위 5개 규모 보조금 유형 중 재정보조금을 제외한 정부대출·무역금융 등은 모두 비중이 소폭 줄은 것과 대비됩니다.

 

미국·EU·일본 등 주요국 재정보조금 규모 ↑ 📈

한국은 간접 금융지원 방식의 지원이 제조업 보조금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상위 5개 제조업 보조금 유형을 살펴본 결과, 무역금융이 775억 달러(약 106조 원)를 기록했다고 대한상의는 밝혔습니다.

이와 달리 주요국들은 재정보조금을 크게 늘리는 추세라고 대한상의는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재정보조금 규모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28억 달러(약 3조 원) 수준이었습니다. 대유행 이후에는 1,048억 달러(약 144조 원)로 37배 늘었습니다.

2022년 발표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CHIPS)의 영향이 컸습니다.

유럽연합(EU) 또한 코로나19 대유행 전후로 168억 달러(약 23조 원)에서 828억 달러(약 114조 원) 규모로 재정보조금 규모가 늘었습니다. 같은기간 일본 역시 재정보조금 규모가 4억 달러(약 5,500억 원)에서 665억 달러(약 91조 원)까지 늘었습니다.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재정보조금 ↑ 🧪

주요국들의 보조금은 주로 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 집중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도체 분야가 두드러집니다. 반도체 분야의 재정보조금 규모가 코로나19 대유행 전후로 6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최근 5년간 반도체 산업 내 재정보조금 규모는 1,332억 달러(약 183조 원)로 집계됐습니다.

주로 자국 내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보조금이 활용됐습니다. 일례로 중국은 2014년부터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투자기금을 조성해 운용 중입니다. 최근에는 3차 기금조성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인도와 미국 등 다른 국가들 역시 비슷한 보조금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바이오 분야 역시 재정보조금 규모가 대유행 이후 994억 달러(약 137조 원)로 13배가량 급증했습니다. 코로나19 백신개발을 위해 각국 정부가 보조금 정책을 시행한 결과로 해석된다고 대한상의는 밝혔습니다.

이차전지 분야의 경우 최근 5년간 총 523억 달러(약 72조 원) 규모의 보조금이 책정됐습니다. 미국이 179억 달러(약 24조 원)로 가장 많았고, EU가 85억 달러(약 11조 원)로 뒤를 이었습니다.

디스플레이 분야 역시 대유행 이후 총 397억 달러(약 54조 원)의 재정보조금이 발표됐습니다. 중국이 159억 달러(약 21조 원)로 가장 많았고, 일본이 74억 달러(약 10조 원)로 뒤를 이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세계적인 보조금 흐름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충격에 대응하고자 각국 정부가 보조금을 늘리며 시작됐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후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공급망과 경제안보 우려로 인해 보조금 경쟁이 격화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한국도)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게 하는 글로벌 트렌드에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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