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한국 부산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를 위한 마지막 회의(INC-5·이하 5차 회의)가 열립니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협약의 최종안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국제사회는 개최국으로서 한국에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정작 한국에서는 ‘산업 피해 대 환경 피해’·’재활용 대 생산감축’ 등 플라스틱을 두고 날 선 대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일부 쟁점에 매몰돼 플라스틱으로부터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 준비 과정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그리니엄에서는 한국 사회의 이러한 대립 구조를 해소하고, 합리적이며 생산적인 혁신을 도출하기 위해 여러 전문가를 인터뷰하는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지난 30일까지 ▲폐기물 전문가 ▲산업계 관계자 ▲국내외 환경단체 활동가들 ▲정부 자문단 등 8명의 전문가로부터 협약과 관련한 상황을 다각도로 전달받았습니다.
①홍수열 자원순환경제사회연구소장 ②김평중 한국화학산업협회 본부장 ③이유나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국제협력팀장 ④이세미 브레이크프리프롬플라스틱 글로벌 정책고문 ⑤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 ⑥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⑦한민지 한국법제연구원 미래법제본부 글로벌법제전략팀 부연구위원 ⑧이소라 한국환경연구원 자원순환연구실장 순입니다.
각 전문가가 꼭 전하고 싶었던 플라스틱 국제협약 관련 메시지를 정리했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사회연구소장
“플라스틱 대응 문제는 사람들이 구체적인 나의 문제로 안 본다는 것이 문제다. 가령 총론에서는 일회용품 규제 강화해야 한다는 대답이 높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환경부 일회용컵 규제 완화에 대한 생각을 물으면 찬성 50 반대 50, 이렇게 나온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가 이 생각을 잡아내야 하는 거다.”
김평중 한국화학산업협회 본부장
“플라스틱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너무 많다. 사실 미세플라스틱의 가장 큰 발생원은 타이어로 인한 도로 먼지고, 세탁으로 인한 플라스틱 섬유다. 이걸 두고 플라스틱 전체를 다 나쁘다고 말하면 안 된다.”
이유나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팀장
“(플라스틱 문제에) 노동조합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노동조합에서도 계속 확인을 해야 하는 문제다.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할 때 어떻게 노동자들이 정의로운 전환을 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세미 브레이크프리프롬플라스틱 글로벌 정책고문
“기회가 된다면 (정부에) 꼭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다. 한국은 왜 5차 회의 개최국을 하고 싶어 했는가? 한국 정부의 태도는 우루과이·프랑스 등 이전 개최국이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과 비교된다. 한국 정부가 개최국으로서 뭘 이루고자 했는지 궁금하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
“플라스틱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불편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다. 그런데 이런 입장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니 시민들의 마음이 쌓여만 가고 있다. 시민들의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미래의 이야기를 더 구체적으로 해나갈 필요가 있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한국의 연간 석유화학 생산은 1,500만 톤 정도다. 지난 10년간 약 50% 늘었다. 자체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이대로면 2040년까지 2,000만 톤으로 증가한다. 국제협약이 마련되는 만큼, 한국도 점진적으로 (플라스틱) 생산감축에 대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한민지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국의 일회용품 규제에는 배달용기가 빠져있다. 일회용품을 정말 많이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단순하게 일회용품 규제로만 초점을 맞춘 것 같다. 규제에도 문화적 측면, 생활습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소라 한국환경연구원 자원순환연구실장
“(산업계와 시민단체 간) 갈등을 해소할 방안에 대한 질문을 주셨으나, 두 입장의 차이가 있다고 꼭 갈등을 해소해버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산업계는 산업 경쟁력을 위해 입장을 피력하고 또 환경단체는 환경보호를 위해 산업계를 제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갈등은 존재해야 한다.”
[플라스틱 ‘섀도복싱’을 멈춰라 시리즈 모아보기]
① ‘쓰레기 박사’ 홍수열 소장,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논의’ 출발점
②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 “플라스틱 30% 감축? 한국 감내할 수 있어”
③ 국내외 환경단체 “플라스틱 논쟁, 마치 섀도복싱 같아”
④ 정부 자문단 “순환성 강화 없으면 한국 산업 경쟁력 굉장히 힘들어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