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조명 스튜디오, 오렌지껍질 폐기물→가죽 전등으로 재탄생

환경영향 저감 위해, ‘슬로테크’ 접목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이 생산되는 과일은 바로 오렌지입니다.

14일 미국 농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세계 오렌지 생산량은 4,883만 톤에 달합니다. 즉, 그만큼 연간 오렌지껍질 폐기물의 배출량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오렌지껍질을 순환하기 위한 노력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영국의 한 디자인 스튜디오가 오렌지껍질로 만든 전등갓을 공개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오렌지껍질의 질감을 그대로 살렸단 점입니다.

스튜디오 ARP의 ‘시트러스 시넨시스(Citrus Sinensis)’ 프로젝트의 이야기입니다.

 

▲ 스튜디오 ARP 설립자 겸 디자이너인 알케시 파마는 오렌지껍질을 가죽 같은 소재로 가공해 전등갓으로 재탄생시켰다. ©Studio ARP

버려진 오렌지껍질, 가죽 전등으로 재탄생 🍊

스튜디오 ARP가 만든 오렌지껍질 전등은 지난달 14일부터 22일까지(이하 현지시각) 열린 영국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2024’에 전시됐습니다. 정확히는 페스티벌 중 산하에서 열린 ‘머터리얼 매터 페어’에 전시됐습니다.

스튜디오 ARP 설립자인 알케시 파마 디자이너가 제작했습니다. 인도 출신인 그는 영국 왕립예술대학(RCA)에서 재료학부를 전공했습니다. 이후 2011년 영국 런던에서 지속가능한 조명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 ARP를 설립합니다.

프로젝트명 ‘시트러스 시넨시스’는 일반적으로 재배되는 오렌지의 학명입니다. 오렌지에서 나오는 껍질을 지속가능한 소재로 재탄생하는 것이 사측의 목표입니다.

파마 디자이너는 오렌지껍질이 전등갓뿐만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순환소재라고 설명합니다.

 

▲ 오렌지껍질 가죽은 오렌지껍질 폐기물의 속껍질을 제거하고 건조해 압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일명 ‘어필’ 공정이다. ©Studio ARP

오렌지주스 폐기물→가죽, 어떻게 가능할까? 🧃

오렌지껍질을 가죽으로 만든 방법은 간단합니다.

파마 디자이너는 지역 상점에서 오렌지주스를 압착하고 남은 껍질을 제공받습니다. 이후 껍질에서 남은 과육과 하얀색 속껍질을 제거합니다.

그 다음 껍질을 깨끗이 세척하고 반쯤만 건조한 뒤, 일정한 두께로 평평하게 다듬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리미로 빠르게 압착하면 오렌지껍질 가죽이 완성됩니다. 파마 디자이너는 이를 ‘어필(Apeel)’ 공정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완성된 가죽은 크기가 매우 작습니다. 따라서 가죽 조각을 연결하듯 실로 꿰매 큰 가죽으로 가공됩니다. 이를 통해 전등갓 등 다양한 작품의 소재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완성된 작품은 곰팡이가 피거나 부패하지 않도록 왁스로 표면을 코팅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죽이 오렌지 향기를 일부 풍긴다고 파마 디자이너는 설명했습니다.

 

▲ 왼쪽부터 흙으로 만든 테라코타 전등과 코르크 마개를 분쇄해 만든 전등의 모습. ©Studio ARP

파마 디자이너가 처음부터 가죽 형태를 구상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는 기존 업계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이나 목재를 대체할 소재를 찾길 원했다고 회상했습니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 문제와 무분별한 삼림벌채로 인한 환경파괴를 지양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초기에 전통소재인 흙을 이용한 테라코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이탈리어어로 구운(Cotta)과 흙(terra)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이후 그는 코르크 마개 폐기물에서 오렌지껍질까지 다양한 소재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게 됩니다.

최근에는 오렌지껍질의 겉껍질에 이어 속껍질을 활용한 가죽도 선보였습니다.

 

▲ 알케시 파마 디자이너가 개발한 오렌지껍질 재활용 소재의 초기 모습. ©Studio ARP

의도적 저가공 기법 ‘어필’ 개발한 까닭 🤔

초기에는 오렌지껍질을 분쇄해 플라스틱이나 도기를 대체할 수 있는 단단한 소재를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습니다. 오렌지껍질을 단단한 재료로 가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첨가제가 추가돼야 한단 것입니다.

이에 그는 환경영향을 줄이기 위해 가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바로 ‘슬로테크(Slowtech)’ 접근법입니다. 첨단기술을 지향하는 대신 느리더라도 사회에 더 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을 지향합니다.

그 결과, 의도적으로 가공 기술을 단순화한 방식인 어필입니다.

파마 디자이너는 이 기술이 오렌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귤류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이를 통해 현지소재의 잠재력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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