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에서 스페인 다음으로 가장 많은 오렌지를 생산하는 국가입니다. 이중 상당수는 이탈리아 남쪽 시칠리아섬에서 나옵니다.
데이터 통계 사이트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18년 한해 동안 이탈리아에서 약 160만 톤 이상의 오렌지가 수확됐습니다. 이중 100톤가량이 시칠리아에서 생산됐습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시칠리아에서는 많은 양의 오렌지 폐기물이 나온단 뜻입니다. 모양이나 품질이 떨어진단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못난이 오렌지의 양도 상당한데요.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순환디자인 스튜디오 크릴디자인(Krill Design)은 오렌지껍질을 수거해 조명을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오미(Ohmie) 램프’인데요. 램프 한 개를 만드는데 2~3개 분량의 오렌지가 필요합니다. 오렌지껍질은 시칠리아에서 운영 중인 식품 제조 공장에서 수급한다고 스튜디오 측은 밝혔습니다.
오렌지껍질이 순환자원으로 활용하기 적합하다고 스튜디오 측은 설명합니다. 오렌지껍질 속에 탄수화물이 풍부할뿐더러, 생분해성 바이오폴리머와 잘 결합하기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재료 수급과 생산에 이르는 전 체계를 이탈리아에서 구축할 수 있단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스튜디오 측은 이야기했습니다.
램프는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오렌지껍질을 수거한 후 수분이 날아갈 때까지 건조시킵니다. 이후 말린 오렌지껍질을 곱게 갈아 식물성 바이오폴리머와 섞어 펠릿(pellet)* 형태로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펠릿을 3D프린터에 넣어 램프를 출력하면 끝입니다.
은은한 오렌지향이 나는 램프 하나를 생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3시간. 스튜디오 측은 해당 램프가 3D프린터로 출력한 덕에 생산 중 폐기물이 전혀 나오지 않는단 점을 강조합니다.
뿐만 아니라, 램프의 수명이 끝나면 작게 조각내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면 됩니다. 혹은 퇴비로 사용할 수도 있는데요.
다만, 램프 속 전선과 케이블 등 일부 전자폐기물이 나온다고 스튜디오 측은 덧붙였습니다.
*펠릿(pellet): 3D프린팅을 위한 알갱이 단위의 원료.
그렇다면 크릴디자인 스튜디오는 왜 여러 가구 중에서 램프를 만든 것일까요? 이에 대해 스튜디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재택근무가 늘어나자, 스튜디오 측은 사람들의 집을 밝고 아늑하게 만들어줄 유용할 물건을 고민하게 됐는데요.
스튜디오 측은 “램프가 유용하고, 아름다울뿐더러, 순환디자인을 향한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설명합니다.
최근 크릴디자인 스튜디오는 오렌지껍질에서 한발 더 나아가 레몬껍질·커피찌꺼기(커피박) 같은 부산물을 활용해 여러 가정용 제품을 생산 중입니다.
스튜디오는 크게 혁신, 지속가능성 그리고 디자인을 기반으로 순환경제 전환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스튜디오 측은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이탈리아 경제인연합회(Confindustria)로부터 순환경제 부문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습니다.
또 미국에서 열린 ‘2022 굿 디자인 어워드(Good Design Award)’에서 수상하는 쾌거도 이뤘는데요. 굿 디자인 어워드는 올해로 72회째를 맞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디자인 공모전입니다.
미국 시카고 아테네움 건축 디자인 박물관과 유럽 건축·예술·디자인·도시 연구센터가 주최해 전자·운송·가구·컴퓨터 등 다양한 제품의 각 부문별 수상작을 매년 선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