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에서 나온 쓰레기, 업사이클링 기념품으로 만든다?

등산쓰레기 연 800만톤 해결 나선 ‘히말라야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가을맞이 등산객이 늘어나며 덩달아 증가한 불청객이 있습니다. 바로 쓰레기입니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전국 국립공원에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5,180만 톤 규모의 쓰레기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히말라야 산맥의 경우 매년 최대 800만 톤의 등산쓰레기가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례로 등산객 1인이 사용하는 물병만 평균 38개나 됩니다.

이에 네팔에서는 등산 중 발생한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한 이니셔티브가 추진됐습니다.

현지·해외 단체 3곳이 협업한 국제 프로젝트 ‘히말라야에서(From the Himalayas)’ 이야기입니다.

 

▲ 히말라야 산맥 등산객들이 버린 쓰레기는 인근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지에 방치된다. ©Martin Edstrom, Instagram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산, ‘쓰레기장’ 신세 🗑️

프로젝트는 2019년 시작됐습니다. 네팔 비영리단체 ‘사가르마타넥스트’가 자국의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내 폐기물 문제 착안하며 시작됐습니다.

히말라야 산맥은 중국·인도·부탄·네팔 등에 걸친 거대한 산맥입니다.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해 8,000m 이상의 세계 최고봉 14곳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연간 방문객은 8만 명이 넘습니다.

문제는 히말라야 산맥의 특성상 적절한 폐기물 처리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등산객이 버린 쓰레기 대부분은 현재 인근 마을로 옮겨집니다. 이후 마을 근처 쓰레기 매립장에서 소각·매립됩니다. 이 과정에서 나온 독성물질이 대기와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네팔 역시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에 네팔 정부는 2014년부터 등산객에게 쓰레기 회수 보증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4,000달러(약 538만원)의 보증금을 받는 대가로 등산객이 쓰레기를 8㎏ 이상 회수해와야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보증금 회수율은 절반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네팔 시민단체와 네덜란드 기업이 연합한 프로젝트는 등산객이 본인의 쓰레기를 쉽게 수거해갈 수 있도록 돕는 수거 전용 가방을 제공한다. ©Sagarmatha Next

등산쓰레기 전용 가방? “시작부터 책임지도록” 🏔️

이에 단체는 네덜란드 디자인스튜디오 ‘슈퍼로컬’과 네팔 스타트업 ‘모어웨어’와 협업 프로젝트에 나섭니다.

개발진은 ‘자기 쓰레기는 되가져가기’라는 오랜 지침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이에 등산객이 쉽게 쓰레기를 회수하도록 돕는 ‘나를 되가져가세요(Carry Me Back)’ 가방을 선보였습니다.

쓰레기 수거 전용 가방입니다.

이 가방은 등산객 배낭에 클립으로 고정할 수 있어 휴대성을 높였습니다. 등산객은 귀갓길에 지역공항 내 수거 거점에 들려 가방째로 반납하면 됩니다. 이렇게 모인 쓰레기는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재활용 센터로 전달돼 처리됩니다.

핌 반 바센 슈퍼로컬 디자이너는 “고도가 높고 재활용 기반시설이 제한된 현지 특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수거된 폐기물 중 재활용이 어려운 병뚜껑은 따로 모아 업사이클링 기념품으로 재탄생한다. ©Sagarmatha Next

병뚜껑 업사이클링 기념품, 환경훼손 방지까지 🌲

쓰레기 중 색색의 플라스틱 병뚜껑은 따로 모아 업사이클링 기념품으로 재탄생했습니다.

개발진은 수거된 쓰레기 중에서도 유독 병뚜껑 재활용이 어렵다는 것을 발견해 이같은 아이디어를 구상했다고 설명합니다.

사가르마타넥스트 총괄관리자인 에바 빌라돈 그란데는 “뚜껑이 없는 플라스틱 병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며 “(그런데) 뚜껑 자체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매립지로 버려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업사이클링 기념품에는 최대 38개의 병뚜껑이 사용됩니다.

등산객으로 인한 환경훼손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개발진의 설명입니다. 많은 등산객이 히말라야 산맥의 자갈 등 자연물을 기념품으로 챙겨가기 때문입니다. 업사이클링 기념품은 이를 대신할 수 있도록 등산 중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자갈 모양을 본떴습니다.

히말라야 산맥을 기념할 수 있도록 에베레스트산 등 주요 봉우리 모양을 본뜬 기념품도 제작됐습니다.

이를 통해 등산객들이 여행에 대한 기념과 함께 환경에 대한 책임을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개발진은 설명했습니다.

 

▲ 기술을 활용해 에베레스트산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네버레스트 프로젝트’는 지난 2022년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시작됐다. 사진은 개발진이 상상 중인 지속가능한 베이스캠프의 모습. ©The NeverRest Project

히말라야 등산 쓰레기 해결 프로젝트, 다음 단계는? 🤔

시범 도입 결과, 2019년에만 2,500명의 등산객이 참여해 약 4톤의 쓰레기가 수거됐습니다.

다만, 정식 도입은 2022년에야 이뤄졌습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영향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다른 측면에서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2019년 시행 예정이었던 ‘지속가능한 고형폐기물 관리 계획’ 시행이 지연된 것입니다. 이는 ▲폐기물 분리수거 ▲분류 ▲파쇄 ▲운송 ▲카트만두 시설 재활용 등 5단계 절차를 구축할 예정이었습니다.

오히려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작된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2022년 시작된 비영리 이니셔티브 ‘네버레스트 프로젝트(NeveRrest Project)’입니다.

특징은 기술을 활용해 고지대 폐기물 관리 혁신에 나섰다는 점입니다. 첫 단계로는 에베레스트산의 폐기물 분포 현황을 데이터화했습니다. ▲방문객 수 ▲방문 목적 ▲폐기물 배출량 ▲폐기물 수거량 ▲폐기물 유형 분류 등의 정보가 수집·관리 중입니다.

한편, 개발진은 지속가능한 등산을 위한 베이스캠프 아이디어도 고안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휴대용 태양광 텐트, 소변을 물로 바꾸는 필터가 내장된 소변기, 식수 자급을 위한 인공빙하 등이 주요 아이디어로 제시됐습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쓰기

관련 기사

테슬라와 BMW는 BYD, SAIC 등 다른 중국 자동차업체와 함께 중국산 전기차 수입에 대해 EU로부터 약 20% 관세를 부과받았다.

그린비즈, 산업

테슬라·BMW,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에 법적 대응 나서

그린비즈, 산업

트럼프 손잡은 오픈AI·오라클·소프트뱅크 “AI 인프라 5000억 달러 투자”

그린비즈, 산업

스웨덴 최대 철강기업 사브, 미국 녹색철강 프로젝트서 소리 소문 없이 철수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