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얼음 다시 얼려라…英 리얼아이스, 2024년 초기 실험 성공

“실행 불가능한 아이디어 지적도…지역 대안 필요”

기후변화로 인해 극지방의 얼음이 빠른 속도로 소실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영국의 리얼아이스란 스타트업이 바다 위 해빙(海氷)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초기 실험에 성공했다고 최근 발표했습니다. 해빙은 바닷물이 얼어서 만들어진 얼음을 말합니다.

리얼아이스는 2021년 설립된 업체입니다. 북극 해빙 위로 해수를 끌어 올려 얼리는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캐나다 극지지식청과 영국 케임브리지대 기후복구센터와 공동으로 연구 중입니다.

리얼아이스의 전략은 먼저 북극 빙붕(氷棚) 아래 구멍을 뚫은 후 차가운 바닷물을 육지로 퍼 올리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바닷물이 차가운 공기와 만나 얼음으로 변하는 방식입니다.

바닷물이 눈 속의 공기주머니를 채워 그대로 얼어붙는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더 많은 눈이 얼음으로 변하며 전체적으로 기온이 더 내려갑니다. 덕분에 기온이 상승하는 여름철에도 해빙이 덜 녹는다는 것이 사측의 주장입니다.

리얼아이스는 올해 상반기(1~5월) 캐나다 북부 누나부트 준주에 있는 켐브리지만에서 실제 아이디어가 작동하는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수소연료전지로 작동되는 해수 펌프가 분당 약 1,000리터의 바닷물을 육지 위로 퍼올렸습니다.

4일 회사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올해 초 실험을 통해 얼음 두께가 최대 50㎝ 두꺼워진 것이 확인됐다고 리얼아이스는 밝혔습니다. 빙붕 아래로도 25㎝ 정도 얼음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축구 경기장 면적과 맞먹는 얼음 1,000톤을 새로 만들었다고 리얼아이스는 밝혔습니다.

 

“북극 얼음 보존…가능한 모든 선택지 고려해야” 🧊

연구에 참여한 케임브리지대 기후복구센터의 숀 피츠제럴드 연구원은 “새로운 얼음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피츠제럴드 연구원은 극지방 얼음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피력했습니다.

예컨대 빙하 면적이 줄어들 경우 북극곰 등 이에 의존하는 북극동물 서식지가 사라질뿐더러, 외래종이 지역 생태계를 교란할 가능성도 큽니다. 빙하는 또 파도 영향을 완충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위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콜로라도대학 연구진은 이르면 10년 안에 여름철 북극의 해빙이 완전히 녹아 얼음을 아예 볼 수 없는 상태가 찾아 것이란 예측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통상 북극 해빙은 9월 무렵 최저 면적에 이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의 경우 1년 중 최대 9개월간 북극에서 얼음이 없는 상태가 찾아올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습니다. 이 연구는 지난 3월 과학저널 ‘네이처 리뷰 지구&환경’에 발표됐습니다.

회사 과학고문이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천체물리학과 교수인 스티븐 데쉬 박사는 “(리얼아이스의) 목표는 얼음을 두껍게 만들어 북극 해빙을 보존하는 것”이라며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리얼아이스는 추후 그린수소로 움직이는 수중드론을 이용해 극지방 얼음을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100만㎢의 얼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년 수중드론 50만여대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Real Ice

2026년 대형 실험 계획…“이탈리아서 수중드론 개발” 🌊

리얼아이스는 2026년부터 더 큰 면적의 실험을 계획 중입니다.

아예 새로운 방식도 연구 중입니다.

올해 실험의 경우 해수 펌프로 바닷물을 끌어올렸으나, 북극에서는 이 방식을 계속 사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추운 기온으로 인해 펌프가 고장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사측은 수중드론을 사용한다는 구상입니다. 수중드론이 얼음을 뚫고 바닷물을 퍼 올린다는 방식입니다. 운용에 필요한 에너지는 그린수소로 작동한다는 방식입니다.

해당 수중드론은 이탈리아 산타나 고등연구대학 산하 바이오로봇연구소와 협업해 만들기로 했습니다.

사측은 수중드론 한 대가 2㎢ 면적의 얼음을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매년 겨울에 수중드론 50만여대를 투입해 100만㎢의 얼음을 새로 만든다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이는 한반도 면적보다 약 5배 더 큽니다.

 

“최대 60억 달러 필요…기후과학자, 실행 불가능한 아이디어” 🤔

물론 실현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나옵니다.

사측은 50만여대 수중드론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최대 60억 달러(약 8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기업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액수입니다.

이에 리얼아이스는 유엔을 통해 각국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거나, 기업이 북극 복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접근이 인위적으로 지구 기후를 조절하는 ‘지구공학’ 기술이란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지구과학과 교수 겸 캐나다 매니토바대 산하 지구관측과학센터장인 줄리엔 스트로브 박사는 “(리얼아이스의 계획은)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스토로브 박사는 “이 계획이 눈을 이용해 굴을 파서 생활하는 북극곰이나 바다표범 같은 동물에게도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북극해 전체에 걸쳐 대규모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리얼아이스의 계획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습니다.

이에 대해 리얼아이스는 “현지 가이드와 협력해 야생동물에 대한 잠재적인 부정적인 영향을 제거하고자 한다”고 답했습니다.

 

▲ 리얼아이스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캐나다 북부 누나부트주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Real Ice

탈탄소화 노력 최우선순위…리얼아이스 “일부 대안 필요” ⚗️

국제환경법센터(CIEL)의 화석경제 프로그램 책임자인 릴리 푸르는 “대량의 바닷물로 육지 위로 끌어올릴 경우 해양화학이 변화할 수 있다”며 “하위 생태계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햇습니다.

다른 과학자들 역시 리얼아이스의 접근법이 예기치 못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영국 엑시터대 기후과학자인 마틴 지거트 박사도 BBC에 “대다수 극지 과학자들은 이 실험이 결코 잘 될 리 없다고 본다”고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리얼아이스의 프로젝트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물류 이동 등 여러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 지거트 박사의 설명입니다.

무엇보다 온실가스가 현 추세대로 배출되는 이상 리얼아이스의 실험이 ‘일시적’인 조치란 점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리얼아이스 역시 이러한 지적들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탈탄소화를 향한 노력이 최우선순위란 것이 사측의 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리얼아이스의 설명입니다.

리얼아이스와 함께 연구를 수행 중인 제이콥 팬들링 케임브리지대 박사후연구원은 “취약한 생태계와 기후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지역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이 기술이 온실가스를 계속 내뿜을 수 있는 변명으로 사용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사측은 연구개발(R&D)과 모니터링 현황을 주기적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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