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해 태풍 강도가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가을철 발생하는 태풍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넥스트는 최근 이같은 제언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넥스트는 기상청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태풍 관측을 시작한 1951년 이후 한국에 영향을 중 태풍 236개 중 178개(75%)가 여름(6~8월), 55개(23%)가 가을(9~11월)에 영향을 준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태풍으로 인한 피해 상당수는 가을 태풍이 일으켰다는 것이 넥스트의 설명입니다.
2일 해당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넥스트는 “단순 자산 피해액 규모로는 가을 태풍이 여름 태풍보다 1.5배 정도 컸으나 복구 비용은 2.4배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큰 피해를 일으킨 가을 태풍이 공공시설이 많은 지역을 지나간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넥스트는 “최근 20년 동안 태풍 피해 발생일이 2주가량 늦춰졌고 앞으로도 더 미뤄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태풍은 여름’이라는 기존 가치관에서 벗어나 ‘태풍은 가을’이라는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10년간 태풍 피해복구액 95% 가을 태풍으로 발생 💸
최근 10년간(2013~2022년) 국내 자연재해 피해액 규모에 따르면, 호우로 인한 피해가 전체 61.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어 태풍이 31.3%로 뒤를 이었습니다.
넥스트는 한 연구를 인용해 기후변화에 따라 태풍 강도가 증가하고 있을뿐더러, 한국 등 동아시아를 지나가는 가을 태풍의 빈도수 역시 늘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구체적으로 같은기간(10년간) 태풍 피해복구액은 총 4조 6,363억 원이었습니다. 이중 95%인 4조 3,887억 원이 가을 태풍 피해를 복구하는 비용이었습니다.
보고서는 “1,000억 원 이상 기준으로 18개 태풍 중 13개가 가을 태풍으로 확인됐다”며 “상위권으로 한정해서 봐도 가을 태풍이 여름 태풍보다 실질적으로 큰 피해를 야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역대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킨 것으로 꼽히는 2003년 태풍 ‘매미’도 9월에 발생한 가을 태풍입니다. 2022년 9월 가을 태풍인 ‘힌남노’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역시 큰 침수 피해를 입어 한동안 운영에 차질을 빚은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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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태풍의 길’ 열릴 가능성 높아져” 🌀
가을 태풍의 피해규모가 더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넥스트는 가을 태풍이 여름 태풍보다 상대적으로 태풍 최대강도가 세고, 일일 최대 강수량 역시 많은 점을 짚었습니다. 단, 개별 태풍 피해 분석 결과에서 두 요소의 크기가 태풍 피해복구액 규모와는 비례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기관이 짚은 다른 원인은 태풍 경로입니다.
태풍 피해가 컸던 경로를 살펴본 결과, 한반도 남해안에 직접 상륙하여 부산·울산 등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피해복구액이 작은 태풍 일부는 일본이나 드물게 전남을 관통한 경우가 확인됐습니다.
가을 태풍이 잦아진 원인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 변화가 언급됐습니다. 일반적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은 여름철에 한반도까지 확장한 뒤, 가을철에 동쪽으로 물러납니다.
가을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 경계를 따라 움직이는 만큼 그간 국내보다는 일본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가을철이 돼도 과거만큼 물러나지 않게 됐습니다. 이는 가을 태풍 경로가 국내로 향할 확률을 높게 만들었습니다.
기관은 실제로 최근 태풍 피해 시작일이 매년 약 1.2일씩 늦춰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최근 20년간 태풍 피해 시작일이 약 3주 정도 늦춰진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기관은 덧붙였습니다.
특히, 올여름처럼 가을에도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지 않고 한반도 주변에 자리해 ‘태풍의 길’을 제공할 가능성도 기후변화로 인해 커졌습니다.
현재 한반도 주변 해수온도가 평년보다 2~4℃ 높아 언제든지 강한 태풍이 발생할 위협도 큽니다.
송강현 넥스트 책임연구원은 “가을 태풍이 여름 태풍보다 (빈도수는) 훨씬 적지만 더 심각한 피해를 준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기후변화로 가을 태풍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