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는 최근 ‘오래된 미래 소재’로 주목받습니다. 지속가능한 소재인 동시에 탄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덕분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나무를 베지도 않고 살아있는 상태로 소재화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최근 벨기에의 디자인 기업 ’스튜디오 파트’는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가져왔습니다.
바로 살아있는 어린 버드나무를 활용해 공원의 벤치로 만드는 ‘테니르(Tenir)’입니다. 의미는 ‘잡아라’는 뜻의 프랑스 동사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단어 그대로 버드나무 가지가 서로를 지탱해 의자 모양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붙잡는 역할을 합니다.
오는 5일부터 14일(이하 현지시각)까지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파리 디자인위크 2024’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나무 거푸집’으로 만든 살아있는 벤치 🪑
테니르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유연한 특성을 지닌 버드나무를 의자 모양으로 자라게 해 어떠한 가공 없이 가구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때 테니르는 일종의 나무 거푸집 역할을 합니다. 버드나무가 의자 모양을 형성할 수 있도록 모양을 잡는 역할입니다. 버드나무 가지의 경로를 잡기 위해 테니르는 구멍이 뚫린 금속관과 금속 덮개로 구성됐습니다.
우선 금속관의 구멍을 따라 버드나무를 X자로 교차하며 자리를 잡아줍니다.
금속 덮개는 어린 버드나무가 튼튼한 의자로 자랄 때까지 보호합니다. 의자로서의 기능성을 해칠 수 있는 옆가지들의 성장을 막는 역할도 합니다.
덕분에 첫해 물주기와 가지치기를 제외하면 사람의 관리는 거의 필요가 없습니다.
이후 가지들이 얽히고 튼튼해지면 금속관과 덮개를 제거합니다. 스튜디오측은 3~4년가량이면 나무가 오롯이 의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탄소네거티브 벤치 “인간과 자연 관계 나타내” 🌐
스튜디오 측은 이번 아이디어가 완전히 친환경적이면서도 ‘탄소네거티브’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나무는 계속 자라면서 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굳이 살아있는 나무로 의자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스튜디오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 엮어 있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합니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이러한 디자인을 접하면서 살아있는 재료에 대한 철학과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기를 원했다는 것입니다.
밴 멀더스 회사 공동창립자는 “인간은 세상이 중심이 아니라 다른 유기체와 함께 살아가고 공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테니르의 금속 덮개에도 이러한 취지를 담은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나무는) 호흡을 통해 성장하며 과거·현재·미래 사이의 유대는 나날이 강해진다”는 말입니다.
벤치 늘어날수록 나무도 ↑…”벤치 30개면 1170그루”🌲
다만, 나무 의자를 만드는 작업에 고탄소 소재인 철강이 사용된다는 점은 우려될 수 있습니다.
멀더스 공동창립자는 테니르가 여러 번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더 많은 의자를 만들수록 많은 나무가 식재되며 환경 영향이 상쇄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테니르 1개를 재사용하면 90년간 30개의 벤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벤치 1개를 만드는데 버드나무 39그루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1,170그루가 식재되는 셈입니다.
스튜디오는 앞서 지난 3월 벨기에의 보크릭 박물관에 첫 프로토타입(시제품) 벤치를 설치했습니다.
현재는 더 작은 크기로 이동이 가능한 벤치를 만들었다는데요. 해당 벤치는 파리 디자인위크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