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직조 기술 상용화가 멀지 않았습니다.
2015년 설립된 미국 패션 스타트업 언스푼이 3D 직조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맞춤 생산은 패션업계의 과잉생산을 막아 지속가능성을 높일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력과 기간, 비용이 모두 많이 들어 대중적으로 채택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언스푼은 로봇공학을 활용해 이같은 한계를 해결했습니다.
2021년 회사가 공개한 3D 직조 기술 ‘베가(Vega)’가 그 주인공입니다. 해당 기술은 그해 시사주간지 타임의 100대 혁신기술로도 선정됐습니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덕에 언스푼은 올해 3월 타임이 선정한 ‘미국 최고의 기후테크 기업 2024’에서 250곳 중 71위에 올랐습니다.
지난 7월에는 3,200만 달러(약 431억원) 규모의 시리즈 B 자금조달에도 성공했습니다. 작년 6월 1,400만 달러(약 188억원)의 시리즈 A를 조달한 지 불과 1년여만입니다.
언스푼, 3D 스캔에서 3D 직조로 👗
설립 당시부터 언스푼은 맞춤형 생산을 통한 의류의 지속가능성 향상에 목표를 두었습니다.
첫 시작은 3D 바디스캔 기술이었습니다.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자기 신체를 더 정확하게 파악해 몸에 더 잘 맞는 옷을 주문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입니다. 잘못된 주문을 방지함으로써 반품과 재고를 막는다는 구상입니다.
해당 기술 역시 2019년 시사주간지 타임의 100대 혁신기술로 선정됐습니다.
언스푼의 진정한 목표는 따로 있었습니다. 3D 스캔 그대로를 옷으로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였습니다.
회사 공동설립자 겸 최고제품책임자(CPO)인 베스 에스포넷은 3D 직조 기술은 설립 초기부터 세운 목표였다고 말합니다. 맞춤형 의류에 대한 잠재력을 확인하기 위해 3D 스캔으로 시작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그리고 2021년 언스푼은 미 캘리포니아주에 세운 첫 번째 마이크로공장에서 3D 직조 기술 베가를 공개했습니다.
3D 직조 기술 베가, 뜨개질·3D프린팅과 차이점은? 🤔
3D 직조 기술은 단어에서 기존의 직조과 3D 프린팅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에 대해 언스푼은 베가가 본질적으로 새로운 방식이라고 차별성을 강조했습니다.
기존의 직조 기술은 실을 짜서 직물을 만들고, 직물을 재단해 옷을 만듭니다.
반면, 3D 직조는 직물을 짜는 과정을 건너뛰고 실로 바로 옷을 만든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사측은 기존의 뜨개질과도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뜨개질은 실을 얽어 유연성을 높인 대신 내구성은 낮습니다. 이와 달리 3D 직조는 기본적인 구조는 직조 원단처럼 가로세로 실을 교차한 구조입니다. 더 질기고 튼튼합니다.
3D 직조라서 얻는 장점도 있습니다.
우선 생산시간이 단축됩니다. 실에서 바지 한 벌이 탄생하기까지 단 10분이면 가능합니다. 또 무재봉 생산으로 솔기(이음매)가 없어 더 가볍고 튼튼합니다.
에스포넷 CPO는 베가 기술을 동화 신데렐라에 나오는 요정 대모의 지팡이에 비유했습니다.
요정 대모가 지팡이를 휘둘러 신데렐라의 몸에 딱 맞는 드레스가 나타나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해당 기술로 상·하의와 드레스·외투·가방 등 모두 제작 가능하다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탄소배출·에너지소비↓ “현지 공급망 관리도 장점” 👍
3D 직조의 핵심은 생산 과정에서 폐기물 배출이 최소화된다는 것입니다.
재단 과정이 없기 때문에 옷감 자투리 발생이 원천 차단됩니다. 맞춤형 생산과 접목하면 재고도 줄일 수 있습니다.
운송 배출량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수요지 근처에 베가 기기를 설치해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기존 공정 대비 탄소배출량은 53%, 에너지소비는 49% 줄일 수 있다고 언스푼은 주장합니다.
나아가 3D 직조는 최근 증가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측면에서도 이점을 제공합니다.
3D 직조는 원사에서 의류 사이의 공급망을 단축합니다. 즉, 공급망 관리가 더 수월해진다는 뜻입니다. 기존 패션업계의 경우 환경·노동 조건이 열악한 아시아 국가에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단 점과 비교됩니다.
시리즈 B 투자에 참여한 기술 벤처캐피털 데이터콜렉티브(DCVC) 또한 이 부분을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월마트 협업 발표 “목표는 뉴욕 마트 옆 뉴욕 공장” 🗽
한편, 지난해 언스푼은 캘리포니아주 마이크로공장을 운영하며 소규모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이는 패션브랜드 엑하우스라타와의 협업으로 이뤄졌습니다.
현재 언스푼은 대규모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에는 월마트와의 파일럿(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월마트와 협력해 3D 직조 기술로 1,000만 벌 이상의 의류 생산에 도전합니다. 해당 의류는 캘리포니아 공장에서 생산돼 미국 월마트 전역에 공급될 예정입니다.
언스푼은 2030년까지 미국 내 350대의 3D 직조 기기를 설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대도시 외곽에서 익일 배송이 가능한 지역에 공장을 설립하는 것이 에스포넷 CPO의 구상입니다.
그는 “뉴욕시에서 뉴욕 주민을 위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