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세계 최대 산호 군락 ‘대보초’ 400년 만에 해수온도 최고

“1.5℃ 제한 목표 지켜도 세계 산호 90% 사라질 수도”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인 호주 대보초(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해역의 해수온도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보초 해역이 지난 400년 간 최근 10년이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호주 멜버른대·퀸즐랜드대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에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대보초는 호주 동북부 해안을 따라 형성된 약 2,300㎞ 길이의 거대 산호 군락입니다. 세계 전체 산호초의 약 10%를 차지하며, 198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인해 대보초가 소멸할 수 있다는 경고가 계속 나옵니다.

13일 해당 연구를 살펴본 결과, 기후변화로 인한 전례없는 해수온도 상승세가 대보초를 소멸하게 할 것이란 경고가 주요 수치와 함께 제시됐습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신속하고 야심찬 국제사회의 행동이 없을 경우 인류는 지구의 위대한 자연경관 중 하나가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10년 새 대량 백화현상 5번 겪은 대보초 🌡️

산호는 조건만 맞으면 수명이 수백 년에 달합니다. 그러나 수온이 30℃를 넘어가는 순간 산호에 색상과 영양분을 제공하는 공생조류가 떠나거나 죽습니다. 이른바 ‘백화현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백화현상이 길어질수록 산호는 점점 약해지다가 결국 폐사합니다.

대보초 일대는 이미 백화현상이 1980년대부터 여러 번 발생했습니다. 특히, 10년 새 대규모 백화 현상이 5번이 넘게 일어났습니다. 올해 3월에도 대보초 일대는 백화현상을 겪었습니다.

이에 연구진은 대보초 산호의 골격 표본을 채취해 화학적 구성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1618~1995년 대보초 해역의 수온 변화 데이터를 재구성했습니다.

기존에 대보초 일대 해수온도 분석은 1900년대부터 도구를 이용한 수온 측정해 국한됐다는 것이 연구진의 말입니다.

과거 수온 데이터를 알 수 있던 이유는 산호 골격 속에 포함된 칼슘과 산소 동위원소를 분석한 덕분입니다. 골격에는 형성 당시 수온 등 여러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이후 연구진은 해당 데이터를 1900~2024년 측정된 대보초 해역 해수온도 기록 데이터와 결합해 비교합니다. 마지막으로 해당 데이터를 백화현상이 심하게 발생하는 기간(1~3월) 평균온도를 연도별로 비교합니다.

그 결과, 올해 1~3월 대보초 해역의 수온이 1900년 이전 평균치에 비해 1.73℃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최소 407년간 가장 높은 온도라는 것이 연구진의 말입니다.

 

▲ 멜버른대 등 국제 연구진이 과거와 현재의 해수온도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대보초에서 대규모 백화현상이 일어난 최근 5차례의 해수온도는 1900년 이전의 어느 해보다 높았다. ©Nature

“1.5℃ 목표 지켜도 세계 산호 90% 사라질 수도” 🌊

특히, 1960년부터 2024년 사이 1~3월까지 10년 간격으로 해수온도가 연평균 0.12℃ 상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대보초에서 대규모 백화현상이 발생한 ①2016년 ②2017년 ③2020년 ④2022년 ⑤2024년의 경우 1~3월 평균 해수온도가 1900년 이전의 어느 해보다 높았습니다.

반면, 산업화 이전 시기인 1900년 이전까지 해수온도가 비교적 안정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달리 말하면 온실가스 배출 등 인간 활동의 영향으로 인해 바다가 급격한 온난화를 겪고 있다는 뜻입니다.

대규모 백화현상이 발생해도 시간이 흐르면 산호는 다시 회복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회복력이 한계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연구진의 지적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발간한 제6차 종합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1℃ 상승했습니다. IPCC는 지구 평균기온이 한 차례 1.5℃를 넘어섰다가 내려가는 ‘오버슛’ 시나리오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지구 평균기온을) 파리협정의 목표인 1.5℃ 이내로 제한하더라고 현재 산호초의 70~90%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산호의 기후적응 속도보다 해수온도 상승세가 더 빠르기 때문입니다.

이에 미래 해양생태계는 산호가 없는 아예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연구진은 우려했습니다.

 

▲ 올해 4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2023년 2월 이후 세계 최소 50여개국 영해에서 대규모 산호 백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NOAA

연구 주저자 “현 추세 시 산호 현재 형태로 생존 불가능” 🐠

백화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의하면, 2023년 2월 이후 최소 50개국의 영해에서 산호 백화현상이 확인됐습니다. 전 세계 산호초의 약 54%가 수온이 급격히 높아진 열스트레스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로 인해 세계 각지 산호 군락에서 대규모 백화현상이 관찰됐습니다.

세계적 규모로 나타난 백화현상은 올해가 4번째입니다. 과거 1998년(20%)과 2010년(35%) 그리고 2014~2017년(56.1%)에도 세계적인 백화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세계자연기금(WWF) 호주지부의 해양책임자인 리처드 렉은 AFP통신에 “(백화현상이 일어나도) 지금은 산호초가 회복력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언젠가는 그 탄력성이 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호주해양과학연구소(AIMS)의 산호생물학자인 닐 캑틴 박사도 “온난화 수준이 더 가속화될 경우 산호 표백현상이 더 빈번해질 것”이라며 “산호의 회복 탄력성이 빠르게 저하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호주 정부 역시 대보호초 등 산호초 복원과 적응 사업을 위해 수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에 대해 멜버른대 산호 생태학자인 로버트 스트레이트 연구원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연구 주저자겸 멜버른대 농식품·생태계 과학부 교수인 벤자민 헨리 박사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헨리 박사는 현 온난화 추세라면 산호란 종(種) 자체가 현재 형태로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대보초가 향후 20~30년 안에 매우 다른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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