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열파로 산호 폐사율 ↑…‘바닷속 에어컨’으로 산호 보존 가능하다면?

히브리대 물리학연구소서 추가 연구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고치”란 문장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요즘입니다.

세계 주요 기상 관측지표들이 올초부터 연이어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습니다. 일례로 2023년에만 지구 평균 최고 기온 기록이 17번이나 갱신됐다고 세계기상기구(WM0)가 밝힌 바 있습니다.

해수 온도 상승 또한 심상치 않습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국립데이터부표센터(NDBC)에 의하면, 지난 7월 24일(현지시각)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남쪽으로 약 64㎞ 떨어진 매너티베이에 있는 한 부표에서 측정한 수온은 38.4℃까지 치솟았습니다.

제프 마스터스 미 예일대 기상학자는 같은날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매너티베이에서 측정된 수온을 두고 “경악할만한 해수 온도 상승을 기록했다”며 “일반적으로 뜨거운 욕조의 물 온도”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해당 부표가 위치한 곳의 지리적 특이성 때문에 발생했단 의견으로 인해 38.4℃는 비공식적으로 현재까지 가장 뜨거운 해수 온도로 기록된 상태입니다.

한편, 지난 4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C3S)는 세계 해수 평균온도가 20.96℃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해양 열파로 산호 백화 현상 심화…“바닷속 ‘에어컨’으로 해결한다면?” 🤔

그럼에도 이같은 해수 온도 상승은 현실이며 최고 기온이 연일 갱신되고 있단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장기간 비정상적으로 해수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해양 열파(Marine heatwave)’라 부릅니다.

주요 기상학자와 환경단체들은 해양 열파로 인해 발생할 여러 문제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산호 백화(白化)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이는 급격한 수온 상승이나 오염물질 등으로 인해 산호가 색을 잃고 하얗게 변하는 현상으로, 지속 시 산호는 끝내 폐사합니다.

 

▲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산하 국립데이터부표센터에 의하면, 2023년 7월 24일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약 64㎞ 떨어진 매니터베이의 한 부표에서 측정한 수온이 몇 시간 동안 약 38℃를 넘었다. ©NOAA, Coral Reef Watch

이는 곧 산호와 연관된 여러 생태계는 물론 이에 의존하는 어업과 관광업도 모두 위기를 맞이했단 뜻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 산호초는 연간 약 1,720억 달러(약 230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2021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원어스(One Earth)에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1950년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산호의 절반가량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기후변화와 해양오염이 주된 원인으로 나타났습니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한 산호초 폐사를 막을 해결책은 없을까요?

이스라엘 대표 예술 교육기관 베잘렐예술대 출신인 소재디자이너 써니 루스토프는 ‘바닷속 에어컨’을 해결책으로 제시했습니다.

일명 ‘네레이드(Nereids)’ 프로젝트 이야기입니다.

 

 

▲ 이스라엘 히브리대 라카물리학연구소에서 혁신소재를 연구 중인 써니 루스토프는 산호생태계 인근 해수온도를 낮춰줄 수 있는 구조물, 이른바 ‘네레이드’ 프로젝트를 설계했다. ©Sunny Lustov, 유튜브 캡처

소재디자이너 루스토프, 하이드로젤 기반 수중 구조물로 해수 온도 ↓ 🌡️

네레이드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바다의 여신 또는 님프(요정)를 뜻합니다. 바닷속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뱃사공들의 길라잡이가 되거나 바다에서 위험에 빠진 이들을 도와주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신화 속 등장인물의 이름을 빌려온 루스토프. 그는 바다가 이제 스스로를 돌봐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합니다.

루스토프는 해수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수중 구조물을 설계했습니다. 흡사 해조류와 같은 구조물로, ‘온도 감응성 하이드로젤(NIPA)’이 주재료로 사용됩니다.

NIPA로 구성된 이 구조물은 주변에서 열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흡사 얼음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슷하단 것이 루스토프의 설명입니다.

 

▲ 온도 감응성 하이드로젤, 일명 NIPA는 특정 온도에서 수축되며 열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Sunny Lustov

네레이드 프로젝트는 크게 2가지 방법으로 해수 온도를 낮춥니다.

먼저 주변의 온도가 높을수록 NIPA가 수축되며 열을 흡수하는 것. 젤 자체가 냉각되므로 NIPA 1g당 물 10g을 최대 1℃까지 낮출 수 있다고 루스토프는 주장합니다.

다른 하나는 NIPA, 즉 젤 자체의 변형적 특성을 활용하여 단계별 냉각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구조물을 설계한 것입니다. NIPA 변형 시 주변 물을 담을 수 있도록 설계해 냉각 효과를 높였다고 루스토프는 설명합니다.

쉽게 말해 정상 온도에서는 NIPA가 변하지 않지만, 일정 온도가 넘어가면 열을 흡수한 구조물이 자체적으로 수축하고 접혀 장기간에 걸쳐 주변온도를 안정화시키는 냉각 효과를 만든단 것.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NIPA 구조물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열을 흡수함으로써 주변 산호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다고 루스토프는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효과 덕에 NIPA는 주로 건축물에서 효과적인 냉방 시스템의 기술 중 하나로 연구 중이나 재료 개발 상태 자체가 미흡한 상황입니다.

 

▲ 온도 감응성 하이드로젤, 일명 NIPA는 27°C에서는 변화가 없으나 이후 온도에서는 수축돼 열을 흡수한다. ©Sunny Lustov

산호·해조류 본뜬 생체모방 디자인 통해 산호 군락지서 ‘국지적 냉각’ 가능 🧊

루스토프는 지난해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산하 섬유소재 개발 연구실에서 인턴십을 밟던 중 네레이드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됐습니다. 당시 그는 MIT에서 음향 섬유*로 해양생물 모니터링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루스토프는 “네레이드 프로젝트 설계 당시 크게 두 가지를 고민했다”고 밝혔습니다.

하나는 NIPA로 만든 구조물이 정상적인 온도에서는 물 흐름, 즉 해류를 방해하지 말아야 했던 것. 이는 산호에 영양분을 방해 없이 전달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NIPA 구조물 수축 시 냉각 용기가 효과적으로 생성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그는 산호초와 해조류 등의 특성을 관찰해 프로젝트 구조물을 설계했습니다. 즉, 살아있는 생물의 구조와 행동 등을 모방하는 ‘생체모방(Biomimetics)’ 디자인이 사용된 것입니다.

루스토프는 “네레이드 구조물은 멸종위기에 처한 산호 군락 지역에 국지적으로 냉각을 제공하는 수중 숲을 조성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음향 섬유: 직물 속에 고무나 플라스틱이 함유된 것으로 소리를 증폭시키거나 반사할 수 있다.

 

▲ 소대디자이너인 써니 루스토프는 산호와 해조류 등을 본뜬 생체모방 디자인을 기반으로 네메이드 구조물 겸 프로젝트를 설계했다. ©Sunny Lustov

루스토프, 히브리대 물리학연구소서 추가 연구 수행 중 🧪

네레이드 프로젝트는 베잘렐예술대 대학원 졸업 전시 작품으로 지난 8월 13일부터 23일까지 소개됐습니다. 실제로 이 구조물이 바닷속에 설치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히브리대 물리학과 교수인 에란 샤론 박사와 함께 공동연구를 통해 탄생한 프로젝트로 이론 및 실험상으로는 해수 온도를 낮출 수 있단 것이 루스토프의 설명입니다.

현재 루스토프는 히브리대 산하 라카물리학연구소(The Racah Institute of Physics)에 들어가 관련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루스토프는 “구조물 조립은 수면 위 선박에서 진행된 후 사람을 통해 수동으로 배치해야 한다”면서도 “추후에는 수중 3D프린팅으로 통해 바닷속에서 네레이드 구조물이 들어서는 미래를 상상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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