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디자이너, 버려진 립스틱·아이섀도로 업사이클링 페인팅 패션 공개

SNS 유행으로 번진 패스트뷰티, 지속가능성 고민 필요해

2023년 기준 전 세계 색조 화장품 시장 규모는 777억 달러(약 106조원)로 추산됩니다.

이렇게 생산된 색조 화장품의 최대 40%는 다 사용하지 못한 채 유통기한 만료로 폐기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 프랑스 뷰티 스타트업의 자체 조사 결과입니다.

대개 색조 화장품은 기초 화장품보다 환경영향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양한 색상을 내기 위해 여러 광물 안료와 플라스틱, 화학물질 등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패스트패션의 유행과 함께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화장품 또한 소셜미디어(SNS)의 유행으로 판매 주기가 더 빨라진 것입니다. 이른바 ‘패스트뷰티’ 현상입니다.

이 가운데 유통기한이 지난 색조 화장품을 사용해 패스트뷰티 문제를 알리기 위해 나선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색조 화장품 업사이클링 페인팅에 도전한 영국 디자이너 아니카 레이라의 이야기입니다.

 

▲ 영국 종합예술대학 센트럴세인트마틴스 여성복 학과 졸업 작품으로 출품된 화장품 페인팅 드레스의 모습. 현재는 캔버스 그림 작품으로도 제작하고 있다. ©Anika Leila

‘분홍 괴물’ 드레스 “염료 대신 화장품 사용” 💄

레이라 디자이너는 2020년 동영상 공유 소셜미디어(SNS) 틱톡에 올린 드레스 영상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영국 종합예술대학 센트럴세인트마틴스(CSM) 여성복학과 졸업 작품으로 준비 중이던 ‘아니카의 오디세이’란 작품 영상입니다. 하얀 드레스를 바탕으로 분홍색의 일그러진 얼굴이 그려져 있습니다.

섬뜩하면서도 기묘한 얼굴이 자신의 뿌리인 인도 정체성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고 작가는 설명합니다. 그는 자기 내면을 돌아보는 과정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 감정을 건드린 이 작품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습니다.

이와 함께 대중의 이목을 끈 부분은 물감이나 염료 대신 유통기한이 지난 색조 화장품을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아이섀도·립스틱·블러쉬 등 다양한 색조 화장품들이 재료로 사용됐습니다.

 

▲ 색조 화장품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니카 레일라 디자이너의 모습. 화장품 페인팅이 끝나면 자체 제작한 코팅제를 사용해 고정한다. ©Anika Leila

시행착오 끝 탄생한 ‘화장품 페인팅’ 비결은? 🖌️

아이디어는 유통기한이 지난 색조 화장품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시작됐습니다.

레이라 디자이너는 오래돼 얼굴에 사용하기 어려운 화장품을 재사용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종이에 물감 대신 색조 화장품을 사용한 것입니다.

이후 패션 전공을 살려 옷에 그림을 그리기로 그는 마음을 먹습니다.

문제는 직물은 종이와 달리 염료가 번지기 쉬울뿐더러, 세탁이란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화장품 자체도 물에 씻기도록 설계됐단 점에서 어려움을 더했습니다.

실제로 레이라 디자이너는 아이디어 실현에서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부분은 적절한 코팅제를 찾는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화장품을 옷에 잘 고정시키면서도 인체에 무해한 제형을 찾는데 거의 5년이 걸렸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단, 어떤 원료의 코팅제가 사용됐는지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 아니카 레일라 디자이너가 실제로 사용하는 아이섀도 모습. 유통기한이 만료돼 버려질뻔한 화장품을 공수해 사용한다. ©Anika Leila

SNS 메이크업 열풍 쓸고 간 자리 쓰레기 산 남아 ⛰️

레이라 디자이너가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된 때는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는 당시를 유튜브 중심으로 뷰티 인플루언서들의 황금기가 정점에 달했던 때라고 회상했습니다.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자신만의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해 신상품이 쏟아졌습니다. 작가 또한 당시 지인들로부터 많은 화장품 선물을 받았습니다. 화려한 색상의 립스틱과 아이섀도가 주를 차지했습니다.

그는 일찍부터 엄청난 폐기물이 생길 것이 염려됐다고 말합니다. 인도계 출신으로 패션 산업의 폐기물이 아시아에 끼치는 영향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화장품은 유통기한이 있어 완전히 사용하기 전에 버려지기 쉽습니다. 위생 문제로 인해 재판매도 불가능합니다.

이에 그는 자신의 화장품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의 화장품을 모아 활용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인들에게 버려지는 화장품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 아니카 레일라 디자이너가 2021년 틱톡에 공개한 영상. 알리익스프레스의 표절로 인해 영상에서는 작품 일부분만 공개한다는 설명이 나와 있다. ©Anika Leila, TikTok 캡처

패스트패션 쉬인·알리 디자인 표절에 속앓이도 🤔

현재 레이라 디자이너는 영국에서 맞춤 의류 제작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옷을 캔버스 삼아 색조 화장품으로 자신만의 그림을 더한 것입니다. 그림의 바탕이 되는 옷은 직물 폐기물을 사용해 직접 제작합니다. 이밖에도 캔버스에 화장품 업사이클링 그림을 그려 작품으로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는 당분간은 대규모 판매 대신 실험과 아이디어 탐구에 시간을 할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디자인 표절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2021년 쉬인과 알리 익스프레스가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자신의 디자인을 표절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대응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화가 났다고도 토로했습니다.

그럼에도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의 응원 덕분에 “많은 사람이 진짜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고품질의 디자인에 집중하겠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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