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국제 질서가 급변하는 가운데 주요국이 협력 형태로 기후대응에 나섰습니다.
이른바 ‘기후클럽’이 부상한 것입니다. 주요 7개국(G7)이 만든 G7 기후클럽이 대표적입니다. 이 가운데 한국 역시도 유사한 조건을 가진 국가들과 협력해 한국형 기후클럽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는 현재 국제사회에 등장한 여러 기후클럽의 사례를 살펴보고 한국에 대응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제작됐습니다.
기후클럽은 회원국에게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여 실제로 탄소중립을 앞당길 수 있는 수준의 감축 노력을 이끌어내는 협력 모델로 정의됩니다.
이니셔티브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이니셔티브는 강제력이 없는 반면, 기후클럽은 국가 간 공동의 목표하에 비참여국에게 제재를 주기 때문입니다. 이와 달리 회원국에게는 혜택이 주어질 수 있습니다.
8일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연구원은 “저탄소 전환을 위해 제도 개선 및 협력 확대의 기회로 기후클럽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기후클럽, 국제표준 개발·핵심광물 공급망·기술협력 공유 🌐
현재 기후클럽이 대두된 배경은 크게 2가지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현 다자협력체제로는 탄소누출이나 무임승차 같은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파리협정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게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합니다. 그렇지만 국가별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노력에 기반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 국가는 감축을 열심히 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국가도 있습니다. 이를 강제로 이행할 수단은 마땅치 않습니다.
이에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기후대응과 환경보호를 이유로 각종 법안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또 다른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개별 국가 차원의 기후대응과 환경보호 조치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성격을 띤다는 점입니다.
기후클럽이 대두된 두 번째 이유입니다. 녹색보호무역주의와 기후통상 정책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클럽이 떠올랐다는 뜻입니다.
회원국들끼리 기후정책 또는 기후통상 규제와 관련해 표준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청정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핵심광물 공급망과 기술협력 역시 강화하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41개국 가입한 G7 기후클럽 “인센티브 체계 논의 중” 🗣️
G7 기후클럽이 좋은 사례입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제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2050년 탄소중립과 파리협정 1.5℃ 제한 목표 달성의 효과적 이행을 목표로 합니다.
작년 12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계기로 공식 출범했습니다. 8월 기준, G7 회원국은 물론 칠레·인도네시아·태국 등 41개국이 가입돼 있습니다. 한국 역시 가입했습니다.
핵심은 탄소중립으로 산업의 전환을 촉진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탈탄소화가 어려운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3대 산업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탄소중립 가속화를 위해 인센티브 체계를 구축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인센티브 중 하나로 ‘탄소국경세’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노력 등 규칙을 잘 지킨 회원국에게 탄소국경세 적용을 면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와 달리 비참여국에게는 탄소국경세가 곧장 적용될 수 있습니다.
G7 기후클럽은 장기적으로는 구체적 형태의 최저 탄소가격제나 국제 탄소가격제 도입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아직 운영 상당 부분은 미정인 상태입니다. 참여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 이행을 유도하기 위한 유인책, 비참여국의 무임승차 억제를 위한 방안 모두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달리 말하면 기후클럽 참여국과 비참여국에게 각각 어떤 유인책과 벌칙을 줄 것인가가 주된 쟁점이란 뜻입니다.
이에 대해 201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노드하우스는 비참여국에게 무역 제재를 통한 탄소누출과 무임승차 문제 해소 없이는 기후클럽의 효과성과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G7 기후클럽 공동의장국인 독일과 칠레는 지난 6월 “탄소누출 같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답은 29차 당사국총회(COP29)까지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COP29는 오는 11월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립니다.
韓 G7 기후클럽 가입, 산업계 반응은? 🤔
기후클럽은 공정 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저탄소 기술개발 촉진 ▲상호인정 ▲국제표준 개발 등 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입니다. 회원국별로 탈탄소화 모범사례 공유도 이뤄집니다.
한국 산업계는 가입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함께 드러냈습니다.
철강 업계는 기후클럽 가입 시 표준개발이나 공급망 협력 등에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단,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과 탄소규제 강화에 대해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시멘트 업계 또한 표준개발 논의에서 각국의 특성이 반영된 기준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점을 기대했습니다. 반면, 석유화학 업계는 기후클럽 내에서도 분야별 저탄소 전환 논의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이 주를 이뤘습니다.
직접배출 규제 대상이 아니나 플라스틱 업계도 긍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해외 모범사례나 정책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탈탄소화 기후테크 협력·투자 규범 수립 예고 🧪
연구원은 기후클럽 가입이 단기적으로 부담 요인이란 점은 인정했습니다.
그렇지만 기후통상 규제가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기후클럽 참여를 계기로 규제 논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원의 말입니다.
기관은 실용적 협력의 필요성을 주문했습니다.
G7 기후클럽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저탄소 기술, 즉 기후테크 산업 육성과 협력을 목표로 합니다. 이와 관련해 투자 관련 규범도 수립한다는 구상입니다.
공동 투자를 통해 탈탄소화 기술개발을 혁신할뿐더러, 이에 수반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입니다.
연구원은 기후테크 투자 시 ▲추가 인센티브 제도·행정절차 간소화 허용 노력 ▲모니터링 전담 전문기관 지정·운영 ▲투자 성과에 대한 지식재산권 일정 부분 공유 규범 구축 등의 과제가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도 언급됐습니다.
이른바 ‘매칭 플랫폼’을 활용해 산업계의 탈탄소화를 지원한다는 구상입니다. 탈탄소화 기술을 요구하는 개도국과 민간 기후테크 기업을 서로 연결하는 플랫폼입니다.
“탄소중립 달성 여력 부족한 국가들끼리 뭉쳐야” 🤝
아울러 연구원은 ‘한국형 기후클럽’ 구성의 필요성을 제안했습니다.
수소 수입 등 자체적인 탄소중립 달성 여력이 부족한 중간 규모 국가들끼리 뭉쳐야 한단 것이 기관의 말입니다.
실용적인 방식으로 경제와 환경 이익을 공유하는 등 운영 방식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됐습니다.
경제동반자협정(EPA)이나 양자간 기후협정을 토대로 회원국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 분야를 알아내야 한다는 점이 전제로 달렸습니다.
연구원은 “탄소중립 추진 강도를 국내 상황에 맞게 조절하면서 주요국의 무역왜곡적 일방주의 정책에 대한 공동 견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연구원은 G7 기후클럽이 실질적으로 감축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중국과 인도 같은 주요 배출국 역시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온실가스를 주로 배출하는 국가들까지 포섭하지 않을 경우 무임승차 문제는 반복된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