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의 취미로 여겨졌던 등산과 캠핑이 2020년대 들어 청년세대의 취미로 확장됐습니다.
이 가운데 순환디자인을 무기로 MZ세대(1981년~2010년에 출생한 세대)를 사로잡은 아웃도어 브랜드가 있습니다. 자투리 원단을 업사이클링한 재킷과 백팩이 특징인 ‘코토팍시’의 이야기입니다.
선명한 색상의 자투리 원단들이 소셜미디어(SNS)의 인증사진 문화를 저격한 덕분입니다.
100% 업사이클링 백팩, 색상도 100% 랜덤? 🎲
코토팍시는 2014년 미국 유타주에 설립된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입니다. 에콰도르에 위치한 동명의 화산 이름에서 사명을 따왔습니다.
코토팍시의 대표 아이템은 자투리 원단만을 업사이클링해 제작한 재킷과 백팩입니다.
특징은 사진과 똑같은 제품을 절대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제품을 주문하든 기능과 재질은 동일합니다. 대표 색상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단, 그 외의 원단의 색상과 조합이 모든 제품마다 다르다는 뜻입니다. 재킷의 경우 소맷단, 지퍼, 포인트 원단 등의 색상은 공장 내 재고 현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최근 유행한 랜덤(무작위) 박스 마케팅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백팩은 더 다채로운 색상을 자랑합니다.
백팩 앞면을 제외하고 어깨끈·손잡이·버클·지퍼·지퍼 손잡이 등 모든 원단과 부자재의 색상이 제각각입니다.
수납공간이 많은 만큼, 더 많은 색상의 원단이 사용됐습니다.
랜덤 방식의 의외성과 발랄한 색감에 MZ세대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이같은 반응에 힘입어 지난 1월 코토팍시는 선댄스 영화제 후원기업으로 선정됐습니다. 선댄스 영화제는 1985년부터 이어진 영화제입니다. 아웃도어 중에는 캐나다구스가 2013년부터 후원기업을 맡았습니다.
영화제 측은 MZ세대를 잡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코토팍시를 후원기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100% 지속가능성 달성한 비결, ‘슬로패션 원칙’ 📜
코토팍시의 모든 제품이 랜덤 방식으로 판매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킷과 백팩에서 각각 1개 라인을 제외하면 규격화된 제품을 판매합니다.
그 대신 코토팍시는 94%의 제품이 재활용 원료를 사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생산스크랩과 재고 원단, 자투리 원단이 주를 차지합니다. 올해 가을부터는 100%를 달성할 것으로 사측은 예상했습니다.
‘2024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사측의 지속가능성 표준 충족률은 2022년 97%에서 2023년 100%를 달성했습니다. 이는 코토팍시의 자체 표준입니다. ▲재활용 ▲재사용 ▲공정무역 인증 등으로 구성됐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신제품 생산주기를 극도로 최소화한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코토팍시는 ‘슬로패션’ 원칙에 따라 1년에 단 2번 제품을 갱신합니다. 대표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이 하루 평균 7,200여개의 신상품을 선보이는 것과 비교됩니다.
코토팍시는 이러한 생산 관행을 통해 절감한 비용을 정당한 노동환경 조성에 지불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체 공급업체 목록과 주소 등도 홈페이지에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수선에도 진심”…재판매 서비스 출시 ♻️
사측은 2018년부터 패션의 순환성을 높이기 위해 수선 프로그램도 운영 중입니다.
2017년 회사에 입사한 한 인턴의 어머니가 수선을 제안하며 시작됐다는 것이 코토팍시의 설명입니다. 이후 어머니의 이름을 따 ‘마마 마지’란 파일럿(시범) 수선 프로그램이 시작됐습니다.
현재 미 오리건주의 수선업체와 협업해 수선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운이 좋은 고객은 마마 마지의 수선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수선된 제품과 함께 ‘마마 마지’란 엽서가 배송됩니다.
지난 2월에는 재판매 서비스도 출시했습니다.
고객의 중고제품을 매입해 세탁·수선해 재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중고판매 플랫폼 트로브와의 협업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밖에도 룰루레몬·파타고니아·리바이스 등이 트로브와 협력해 재판매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진정한 지속가능성, 지역사회 관심까지 확장 🌐
한편, 코토팍시는 지속가능성 아웃도어 브랜드 경쟁에서의 차별화 전략으로 지역사회를 선택했습니다. 이는 코토팍시의 독특한 마케팅 행사로 이어졌습니다.
2014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코토팍시 퀘스티벌’입니다.
이는 퀘스트(탐구)와 페스티벌(축제)의 합성어입니다. 2~6명이 팀을 이뤄 24시간 동안 특정 지역에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해 점수를 얻는 행사입니다. ▲하이킹 ▲자전거 ▲달리기 등 신체적·정신적 도전 과제가 제시됩니다. 높은 점수를 얻은 참가자에게는 코토팍시의 상품이 제공됩니다.
소비자들이 야외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독려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습니다.
지역사회를 우선하는 철학은 사내 문화로도 이어졌습니다.
코토팍시는 직원들이 근무시간의 10%를 야외활동이나 사회봉사를 하도록 권장합니다.
이를 위해 18개월 근속 시 1,000달러(약 140만원), 5년 근속 시 5,000달러(약 700만원)의 ‘버킷리스트’ 수당도 제공합니다. 이러한 철학 덕분에 2022년 신입 그래픽디자이너 채용에는 지원자만 3,000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