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이 도시 친환경 정책에 동참하는 관광객들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이른바 ‘코펜페이(CopenPay)’ 정책입니다.
코펜하겐 관광청은 이달 15일부터 코펜페이 정책을 실시할 것이라고 지난 8일(현지시각) 발표했습니다.
▲관광지 내 쓰레기 줍기 ▲대중교통 이용 ▲공공 자전거 사용 ▲항구 청소 활동 등에 참여한 관광객과 시민들에게 각종 보상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보상으로는 박물관 무료입장권이나 카약 무료 대여, 무료 식사권 등이 제시됐습니다.
코펜페이는 여행 성수기인 오는 8월 11일까지 시범 운영됩니다. 현재 미리 실험 참여 의사를 밝힌 박물관과 식당 등 24곳에서만 코펜페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덴마크 국립박물관과 국립미술관 그리고 코펜하겐박물관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관광청은 시범 운영이 끝나면 코펜페이 도입을 확대할지 추가로 논의할 계획입니다.
“지속가능한 여행 가능하단 인식 퍼지도록 하는 것이 핵심 과제” ✈️
마이클 아뢰 한센 코펜하겐 관광청(원더풀 코펜하겐) 최고경영자(CEO)는 제안 취지에 대해 “즐겁고 환경적으로 책임감 있고 의미 있는 기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여행을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코펜페이는 별도의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펜페이에 참여를 원하는 관광객은 탑승한 기차표나 청소 활동을 사진과 같은 증거로 보여주면 됩니다. 단, 시범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곳에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예컨대 덴마크 국립미술관에 플라스틱 폐기물을 가지고 간 관광객은 이를 예술작품으로 업사이클링하는 워크숍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이나 공공 자전거를 사용한 관광객은 코펜하겐의 상징적인 랜드마크인 ‘코펜힐(아마게르 바케)’에서 무료로 스키를 탈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관광청은 “코펜페이는 신뢰를 기반으로 구축된다”고 설명합니다. 덴마크는 사회의 가장 필요한 토대 중 하나로 ‘신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소피 안데르센 코펜하겐시장 또한 “녹색행동을 문화 체험을 위한 통화로 전환함으로써 관광객은 환경과 지역사회 모두에게 이로운 방식으로 도시를 탐험할 독특한 기회를 얻는다”고 평가했습니다.
안데르센 시장은 이어 다른 도시들 역시 비슷한 정책을 도입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버투어리즘’ 몸살 속 나온 코펜페이, 변화 유도하나? 👀
코펜페이는 일방적인 관광세를 강요하는 방식이 아닌 행동 변화를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습니다.
단, 관광객이 참여하기에는 보상과 동기가 아직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오는 7월 코펜하겐 방문 예정인 한 관광객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라면서도 “보상을 받으려고 쓰레기를 모으는데 시간을 보낼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코펜하겐의 시범사업은 세계 각국이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나와 더 이목이 쏠립니다. 오버투어리즘은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이 몰려 관광지 주민들의 삶이 침해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8일 스페인 대표 관광지 바르셀로나에서는 오버투어리즘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습니다. 일부 시위대가 관광객에게 물총을 쏘는 일도 있었습니다.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해 도시 내 환경오염과 교통체증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단 것이 시위대의 지적입니다. 여기에 임대료 상승도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펼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관광객들이 몰리자 많은 주택이 숙박시설로 전환했고, 임대료가 치솟았습니다. 최근 10년 간 바르셀로나의 임대료 상승률은 68%에 이릅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역시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에 베네치아는 지난 6월부터 단체 관광객 규모를 제한해 입장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은 아예 신규 호텔 건설을 제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매달 3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이웃나라 일본 역시 오버투어리즘으로 골머리를 앓자,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더 높은 비용을 부과하자는 정책이 발표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