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의 최고경영자(CEO)인 루이스 페르난도 아마랄이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SBTi는 아마랄 CEO가 개인적인 이유로 사임의 뜻을 전했다고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했습니다. 지난 4월 SBTi의 탄소상쇄 허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진 지 약 3개월만입니다.
SBTi는 기업들이 과학적 목표와 방법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감축하도록 돕는 이니셔티브입니다. 과학을 강조한 만큼 탄소크레딧에 그간 엄격한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SBTi의 탄소상쇄 허용 발표가 거센 반발에 부딪힌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당초 SBTi는 탄소상쇄 관련 입장을 7월까지 정리해 밝힐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입장 발표 직전, 아마랄 CEO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아마랄 CEO ‘개인사유’로 돌연 사임 “SBTi 믿음 여전” 💬
아마랄 CEO는 성명에서 SBTi의 중요성에 대해서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는 “(SBTi의) CEO로서 매우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며 “SBTi의 중요성과 영향력, 밝은 미래에 대한 믿음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22년 CEO 취임 이후 SBTi에 따른 검증된 목표를 갖춘 기업이 5배 이상 증가했다는 성과도 짚었습니다. 특히, 유럽과 북미를 넘어 아시아에서 크게 성장했단 점도 피력했습니다.
그럼에도 “당장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개인적인 사유로 인해 사임을 결정했단 것이 아마랄 CEO의 설명입니다. 절차에 따라 아마랄 CEO의 사임은 7월 말에 발효됩니다.
이에 SBTi는 신규 CEO 채용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임시 CEO는 수잔 제니 에르 SBTi 최고법률책임자(CLO)가 맡게 됩니다.

탄소상쇄 논란 3개월 만의 사임, SBTi에 끼칠 영향은? 🤔
현시점에서 아마랄 CEO의 사임은 갑작스럽습니다. 탄소시장 업계와 환경단체 모두 SBTi의 7월 입장 발표만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사임 발표 직후 아마랄 CEO의 소셜미디어(SNS)에는 격려와 함께 30여개의 질문이 달렸습니다.
정리하면, SBTi의 입장이 정해졌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아마랄 CEO의 답변은 없었습니다.
그의 성명서에서 관련된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다음의 대목입니다.
“변화는 쉽지 않지만 필요한 때가 많다. 한 단계가 끝나고 SBTi가 다음 단계로 진입하면서 엄청난 에너지와 헌신이 필요할 것이다. CEO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정리하면 SBTi가 새롭게 변화하는 것을 선택했다는 뜻입니다. 스코프3의 탄소상쇄 허용을 뜻한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뒤이어 나오는 “사람들은 오락가락하지만 강한 기관들은 견뎌낸다”며 “이 조직을 굳게 믿는다”는 문장도 마찬가지입니다. SBTi가 사람들이 ‘오락가락’할만큼 논쟁적인 변화를 선택했다는 의미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SBTi의 정확한 입장은 7월 중 예정된 발표에서 확인될 것으로 보입니다.
“찬반 논쟁 팽팽”…시민단체, 지지·반대 서한 연달아 🔥
한편, SBTi의 탄소상쇄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마랄 CEO의 사임 발표 직전 80여개 시민단체가 탄소상쇄 사용을 비판하는 서한을 보낸 것.
지난 2일 국제앰네스티·그린피스·옥스팜 등 80여개 시민단체는 ‘탄소상쇄가 기후목표를 약화시키는 이유’란 제목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탄소상쇄의 신뢰성이 낮을뿐더러 탄소상쇄를 허용할 경우 감축 조치가 약화될 수 있단 내용입니다. 또한 탄소가격을 약화시켜 기후투자 의욕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보다 앞서, 6개 시민단체는 SBTi의 탄소상쇄 사용에 지지를 표명했단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환경방어기금(EDF) 등 미국 5개 환경단체와 영국 자연보호단체 파우나&플로라가 지지 서한을 보낸 것. 이들 6개 단체는 “기후 진전을 가속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유효한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고 지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특히, 탄소상쇄 프로젝트가 저소득국가에서 생물다양성과 지속가능한 개발 등의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그 전제로 ▲고품질 크레딧 사용 ▲직접 배출량 감소 우선 ▲단기적 사용 등의 노력이 충족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