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재계가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반면, 학계와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ESG 의무공시 일정이 연기될수록 기회가 상실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업계 의견이 엇갈린 상태입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국내 ESG 공시 도입 일정을 2026년 이후로 연기했습니다. 구체적인 도입시기는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추후 확정할 것이라고 금융위원회는 밝혔습니다.
3일 한국경제인협회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한경협은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 초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한국회계기준원에 제출했습니다. 한국회계기준원은 공시기준 의견수렴기관입니다.
한경협은 해당 의견서에서 “공시 의무화가 대기업은 물론 공급망 내 중소·중견기업에까지 적용된다”며 “제도 시행 전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ESG 의무공시 1차 적용대상인 자산 2조 원 이상 국내 대기업 상장사 대다수가 준비기간에만 최소 5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근거로 담겼습니다.
한경협, ESG 의무공시 의견서에 “ESG 의무공시 연기, 자율공시 추진” ⚖️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성급하게 공시기준을 확정하는 것은 기업의 국제경쟁력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경협은 또 의견서에서 법적 의무공시보다는 자율공시로 추진할 것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율공시로 하더라도 법적 부담을 부여해 기업이 공시할 유인이 충분하단 것이 기관의 주장입니다.
또 현재 ESG 공시 초안에 포함된 정책 목적상 공개가 권고되는 항목들에 대한 추가공시는 기업 부담을 고려해 삭제해야 한다고 한경협은 의견서를 통해 밝혔습니다. 강제노동 예방 정보, 산업안전에 대한 정보 등을 말합니다.
韓 상장사 125곳 설문조사 결과, ESG 의무공시 도입 2030년 25.6% ↑ 🏛️
실제로 국내 대기업 상장사 중 절반 이상은 ESG 의무공시 시기를 2028년 이후가 적합하다고 답했습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경협 등 주요 경제단체와 공동으로 자산 2조 원 이상 125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입니다.
조사 결과, ESG 의무공시 도입 시기가 2030년에 도입돼야 한다는 응답이 25.6%로 가장 높았습니다. 2026년 도입은 18.4%였습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 역시 “회계공시도 수십년에 걸쳐 시행착오를 거치며 안착돼 온 걸 감안하면, ESG 공시를 기업들이 단기간에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재계가 ESG 의무공시 도입에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공시기준 최종안에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지난 4월 한국회계기준원 산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ESG 공시기준 공개초안을 발표하긴 했으나, 도입 일정과 공시 형식 등 주요 결정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ESG 의무공시 늦출수록 韓 기업경쟁력 악화 우려” 📉
반면, 학계를 중심으로는 ESG 의무공시 도입이 늦어질수록 우리 기업의 기업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ISSB 내 한국인 위원이자 성균관대 경영대학원의 백태영 교수는 최근 열린 한 세미나에서 이같은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백 교수는 “(한국은 ESG) 공시를 2028년에 시작할 분위기”라며 “기업이나 국가가 중요한 기회를 놓칠 것 같다는 개인적인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 또한 내일신문 기고를 통해 “ESG 공시의무화 일정 논의가 시작된 지 이미 3년이 지났다”며 “상당한 ESG 공시 역량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김 교수는 “(ESG 의무공시를) 계속 미루기보다는 국제적 일정에 맞춰 가면서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밝혔습니다.

“김앤장 ESG경영연구소, ESG 공시 핵심 쟁점 3가지 놓고 의견 불일치” 🤔
국내 최대 로펌 중 하나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김동수 ESG경영연구소장은 현 쟁점을 크게 7가지로 요약합니다.
①공시규제 로드맵 발표시기 ②공시 시기 ③기타 보고사항(제101호) ④책임면책 조항 ⑤공시규제 시행연도 ⑥의무화 방식 ⑦스코프3 등입니다.
이 중 ①~④까지는 일정 부문 의견이 좁혀졌다는 것이 김 소장의 말입니다.
공시규제 로드맵 발표시기가 대표적입니다. 공시규제 시행 여부와 관계없이 주요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 정부가 공시규제 로드맵을 빠른 시일 내 발표하는 것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단 것.
기타 보고사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101호는 추가공시(선택)를 말합니다. 김 소장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채택한 나라 가운데 현재 우리나라 기준안에만 포함돼 있는 사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해관계자 대다수가 101호를 제외하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이와 달리 ⑤공시규제 시행연도 ⑥의무화 방식 ⑦스코프3 등 3가지는 협의되지 않는 쟁점 사항이라고 꼽았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ESG 의무공시 시행연도는 이해관계자 간 입장차가 큽니다. 2030년 이후를 요구하는 기관이 있는 반면, 2026년부터 즉각 시행돼야 한다는 쪽도 있습니다.
공시 방식 역시 쟁점입니다. 재계와 산업계는 자율공시를 선호하나, 투자자는 법정공시를 선호합니다. 이는 정확한 정보공시가 투자자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 산업계는 스코프3 정보도 의무공시 대상에 포함될 경우 공시규제 시점이 더 늦추어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냅니다.
동시에 유럽연합(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등 이미 시행된 규제에 스코프3 정보공개가 포함된 만큼 관련 정보를 제외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ESG 공시규제 시행 전 ‘통제 시스템’ 구축 필요성 부각 💼
한편, 김앤장 ESG경영연구소는 ESG 공시규제와 관련해 크게 3가지 대응 방안을 제언했습니다.
첫째, ESG 공시에 대한 집행과 감독 기능을 분리해 관리해야 합니다. ESG 공시 업무 담당 팀과 점검 팀이 구분돼 만들어져야 한단 것. 이를 통해 공시규제를 상호점검하고 확인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단 뜻입니다.
둘째, 경영진과 이사회의 역할이 구분돼 ESG 공시 업무에 대한 리스크 관리 역할도 구분하는 것입니다. 이는 ESG 공시 리스크 경감을 위한 이원화된 시스템을 통해 ESG 공시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셋째는 보증과 신뢰성을 갖춘 제3자 검증기관을 선정하는 것입니다. 앞서 2가지 대응 방안이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라면, 3자 검증기관은 외부 통제 시스템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김 소장은 “지금까지 ESG 정보공시는 담당자가 팀장과 상의하여 담당인원에게 보고하고 경영진의 승인을 얻어 공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합니다. 대부분 구체적인 리스크 점검보다는 ‘보고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았단 것이 그의 지적입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ESG 공시 통제 시스템 구축은 공시규제가 시행되기 전까지 우리 기업들이 꼭 갖추어야 할 핵심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