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수소 핵심 네트워크(HCN·Hydrogen Core Network)’ 건설을 위해 30억 유로(약 4조 4,685억원) 규모의 지원을 승인했습니다.
2일 EU 집행위원회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독일 정부의 수소 파이프라인 건설에 30억 유로 규모의 지원을 승인했다고 집행위는 지난달 21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마가렛 베스티거 EU 집행위원(경쟁정책 담당)은 “수소를 운송하기 위해선 파이프라인 구축이 필수”라며 “이번에 승인된 독일 정부의 계획은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면서 유럽 수소 시장 개척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HCN은 독일 정부가 내놓은 수소 운송을 위한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입니다.
길이만 9,700㎞에 이릅니다. 탈탄소화가 어려운 철강이나 석유화학 같은 산업계에 ‘그린수소’를 제때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생산해 온실가스 배출 영향을 최소화한 수소를 말합니다.
HCN을 구성하는 첫 번째 수소 파이프라인의 준공은 이르면 오는 2025년입니다. 나머지 파이프라인은 2032년 준공을 목표로 합니다.
유럽 에너지 전환 위한 ‘수소 고속도로’ HCN 프로젝트 🤔
2045년 탄소중립을 내세운 독일은 산업계 탈탄소화를 위해선 그린수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독일 경제를 지탱하는 철강과 화학 산업은 구조적으로 전기화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에 지난 5월 수소 및 탄소포집 기술을 국가 에너지와 산업 시스템에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승인한 바 있습니다.
핵심은 그린수소를 어떻게 공급하느냐입니다. 자체 수소 생산 인프라가 있으나, 2030년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수소의 약 50~70%를 수입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 독일 경제기후보호부의 계산입니다.
실제로 지난 2월 독일 정부는 그린수소 수입 확대를 위해 2027년부터 2036년까지 35억 5,000만 유로(약 5조 2,845억원) 규모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스페인 등 남유럽에서 그린수소를 수입할 계획입니다.
문제는 수입한 그린수소를 독일 전역에 어떻게 경제적으로 공급할 것인가입니다.
이를 위한 해결책이 HCN 프로젝트입니다. 독일 경제기후보호부는 HCN 프로젝트를 “유럽을 연결할 수소 고속도로”로 소개합니다.
그린수소 운송을 위한 파이프라인을 건설할뿐더러, 기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수소 전용으로 교체하는 사업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프로젝트 최적화를 위해 2년 주기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통합하는 개발계획도 마련됩니다.
총사업비만 최소 200억 유로(약 29조원)가 필요할 것이라고 독일 정부는 밝혔습니다. 자금 중 일부는 민간 자금으로 조달한다는 구상입니다.
이는 세계 시장에서 수소를 조달하기 위한 ‘H2글로벌’ 계획의 일환입니다. 2021년 출범했습니다.
독일 정부는 해외 시장에서 수소를 가능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뒤 역내에 입찰을 통해 판매한단 구상입니다. 정부가 생산가에 해당하는 만큼 차액을 보전해주기 때문에 ‘이중경매’ 모델로 불립니다.
그린수소 전환 시 높은 투자비용으로 인해 시장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고 초기 시장형성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EU, 2050 발전원 23% 이상 그린수소 충당…“수소 사용 촉진 시급” ⚡
EU가 독일 정부의 계획을 지원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HCN 프로젝트가 EU의 탄소중립 정책 ‘핏포55(Fit for 55)’와 수소 전략 모두에 도움이 된단 것이 집행위의 설명입니다.
EU 역시 기후대응과 역내 산업 보호를 위해선 그린수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EU는 2050년 발전원 중 23% 이상을 그린수소로 충당한다는 계획입니다. 2023년 기준 EU 그린수소 비중은 2%에 그칩니다.
유럽을 가로지르는 독일에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면, 네덜란드나 덴마크 같은 주변 회원국들 역시 그린수소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EU 집행위는 이번 지원에 대해 “(수소) 기반시설은 대중의 지원 없이는 재정적으로 실행 불가능할 것”이라며 “수소의 미래 시장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수소 사용 촉진이 역내 경쟁이나 시장 왜곡 가능성보다 더 중요하단 것이 EU 집행위의 판단입니다.
한편, 독일 정부는 EU 집행위의 지원금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용도 변경 ▲신규 파이프라인 구축 ▲수소 압축시설 건설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입니다.
기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약 60%가 수소 운송을 위해 전환됩니다. 이는 러시아 천연가스로부터 독립하려는 에너지안보 강화란 측면이 강합니다.
시장 초기에는 수소 수요가 적을 것으로 예상돼 낮은 관세를 적용해 가격을 낮출 생각입니다.
또 지원금 등 재원 확보는 독일부흥은행(KfW)이 시장 금리보다 낮은 재융자로 충당될 예정입니다. 상환은 수소 수요 증가에 따라 2055년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집니다.
독일 에너지산업협회(BEDW)의 케르스틴 안드레아 사무총장은 HCN이 에너지 전환과 경제 변환을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요소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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