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표 음악 축제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서 실험적 순환소재가 사용된 건축물이 등장했습니다.
1970년 시작된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매년 영국 잉글랜드 남서부 서머싯의 글래스턴베리 지역에서 열립니다. 매년 20만 명 이상의 관객이 참가합니다.
올해 페스티벌은 지난달 26일부터 30일(이하 현지시각)까지, 닷새간 열렸습니다. 이번 페스티벌은 한국 케이팝 남성 그룹 세븐틴이 메인무대에 올라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는 오랜 역사와 인기만큼 유명한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음악 축제를 지향한다는 점입니다. 그간 주최 측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다회용기 사용을 장려하는 등의 노력을 이어왔는데요.
최근에는 페스티벌 자체가 대중에게 친환경 노력을 알리는 장으로 확장되는 모습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페스티벌 내 ‘헤이스 파빌리온’입니다. 파빌리온은 임시 건축물을 뜻합니다.
페스티벌은 축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건물을 짓지 않습니다. 대신 임시 건축물을 짓고, 재활용·재사용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합니다.
특히, 올해 헤이스 파빌리온에는 지속가능한 소재를 탐구하기 위한 실험이 결합됐습니다.
영국 디자인 스튜디오 ‘리:라이트 디자인’의 해조류 플라스틱입니다.
유럽과 영국 전역에서 공수한 해조류가 사용됐습니다. 색상 또한 양배추나 비트 뿌리 등 식물성 색소를 사용해 지속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초록색과 하늘색을 띈 해조류 플라스틱은 파빌리온 내부 인테리어 소재로 사용됐습니다. 균사체로 만든 패널을 장식하는 용도입니다.
스튜디오는 반투명한 소재 특성을 살려 바다와 해양생물을 나타냈습니다. 파도 거품이 일고 있는 해안가를 묘사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밖에도 해조류, 물고기 비늘 등의 장식물이 표현됐습니다.
내부 전시물 또한 ‘블루카본’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구성됐습니다. 블루카본은 세계 해양생태계 작용으로 인해 탄소가 흡수되는 것을 말합니다. 해양 환경 다큐멘터리 상영 등이 이뤄졌습니다.
무대 디자인에서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을지 탐구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스튜디오 측은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대체소재가 상용화됐을 때 미학적으로 무엇이 가능한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관은 덧붙였습니다.
스튜디오의 사이먼 캐럴 디자이너는 이같은 시도가 축제나 극장에서 더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재원이 더 풍부하기 때문에 재활용 노력을 기울일 여력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영화 산업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그는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사실 스튜디오가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 참여한 것은 작년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입니다.
지난해 페스티벌에서는 균사체를 중심으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작업에 도전했습니다.
프로젝트명 ‘6℃’입니다. 임업 부산물로 나온 나무로 주요 구조물을 만들어 지속가능성을 높였습니다.
핵심 연구 목표는 균사체 특유의 구조를 활용해 발포폴리스티렌(EPS)을 대체하는 것. EPS는 일명 스티로폼으로 불립니다. 건물 단열재로 빈번히 사용되지만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반면, 균사체는 보온성과 차음성 등이 우수하면서도 생분해·퇴비화가 가능합니다. 이에 지속가능한 건축자재로 평가받습니다.
스튜디오는 음악·영화·TV 분야의 소재 연구원 및 세트 디자이너들과 협력해 균사체 활용법을 연구했다는데요. 그 결과, 균사체 판지를 자르고 타일처럼 붙여 건물 내부의 긴 벽체가 만들어졌습니다.
균사체 소재는 올해 건축물에도 사용됐습니다.

한편, 스튜디오는 차세대 생분해 바이오 플라스틱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현재 보편화된 생분해플라스틱인 폴리락트산(PLA)의 한계가 분명하단 것이 기관의 설명입니다.
PLA는 옥수수 등 식물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성 플라스틱입니다. 실질적으로 생분해되려면 50~70℃ 내외의 고온이 필요합니다. 별도 산업용 퇴비화 시설이 필요하단 뜻입니다.
캐럴 디자이너는 또 산업용 퇴비화 시설 운영에 엄청난 에너지가 투입된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자연조건에서 생분해되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일례로 스튜디오가 선보인 해조류 플라스틱과 균사체 소재 모두 ‘뒷마당’ 퇴비화가 가능합니다.
현재 스튜디오는 지금까지의 순환소재 개발 및 적용 경험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한 작업을 준비 중입니다.
영국 연극기술자협회 및 런던극장과 협업해 일종의 소재 교환·대여 허브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