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프랑스 파리 하계올림픽·패럴림픽 개막이 오늘로 30일 남았습니다.
파리 올림픽은 오는 7월 26일(이하 현지시각)부터 8월 11일까지 개최됩니다. 이번 올림픽에는 206개국 1만 500명의 선수가 참가합니다. 이어 8월 28일부터 9월 8일까지는 파리 패럴림픽이 열립니다. 패럴림픽에는 184개국 선수 4,400명이 참가할 예정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것은 1900년과 1924년 올림픽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 열리는 하계올림픽이란 점에서도 기대가 높습니다. 앞서 2021년 일본 도쿄 하계올림픽은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올림픽으로 진행됐습니다.
남녀 출전 성비 균형을 이룬 첫 대회, 브레이킹(댄스) 첫 종목 채택 등의 기록을 세울 전망입니다.
아울러 파리 올림픽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역대 최초로 탄소배출량을 이전 대비 50% 줄인 친환경 올림픽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위, 올림픽 역사상 첫 탄소배출량 50% 감축 추진 💭
올림픽이 지속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올림픽 자체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기 때문입니다.
당장 동계올림픽은 이상기후로 인해 개최 가능 후보지가 대폭 줄었습니다. 하계올림픽 역시 여름철 폭염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며 선수들의 안전 문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습니다.
프랑스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2017년 개최국 선정 경쟁 당시 야심찬 목표를 밝힌 것도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당시 조직위는 대회 유치 시 올림픽 기간 탄소배출량을 2012년과 2016년 하계올림픽 대비 평균 50%로 감축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지난 7년간 조직위는 이같은 약속을 달성하기 위해 박차를 가했습니다.
먼저 조직위 산하 지속가능성 팀을 주축으로 파리 올림픽의 탄소예산을 산정합니다. 이전 올림픽의 탄소배출량을 계산한 뒤 평균의 50%를 잡은 것입니다.
분석 결과, 파리 올림픽의 탄소예산은 150만 톤으로 설정됐습니다.
이후 올림픽의 주요 배출 부문 탄소배출 추정치를 도출하는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이 과정에는 이전 올림픽과 주요 스포츠 대회에서 나온 데이터가 반영됐습니다.
그 결과, 지속가능성 팀은 올해 파리 올림픽 탄소예산을 ①건설 33% ②경기 운영 33% ③운송 34%로 분배했습니다.
경기장 95% 공간 재활용…“베르사유 궁전·미술관, 경기장으로” 🖼️
이후 각 부문의 탄소예산에 맞춰 배출량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 각각 고안됐습니다.
먼저 건설 부문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조직위는 순환경제 접근법을 주목했습니다.
1만 5,000여명의 선수와 초대객을 위한 숙소가 대표적입니다. 이를 신축으로 건설할 시 시멘트 등 탄소집약적 자원이 대거 소모됩니다.
따라서 조직위는 순환성을 높이고자 경기장의 95%는 기존 경기장이나 임시 경기장으로 구성했습니다. 나머지 5%는 저탄소 건축 방법으로 건설됐습니다. 신규 건축물은 올림픽 이후 주거시설로 사용됩니다.
조직위는 파리의 역사적 공간들을 경기장으로 사용한다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일례로 베르사유 궁전이 경기장으로 사용됩니다. 17~18세기 루이 14세의 궁정으로 잘 알려진 공간입니다. 프랑스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란 의미도 있습니다.
펜싱을 제외한 근대 5종 경기와 승마 경기가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 설치되는 임시 야외경기장에서 열릴 계획입니다.우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그랑팔레 미술관도 화제입니다. 1900년 파리 세계 박람회를 기념해 건립된 미술관입니다.
거대한 유리지붕이 특징인 이곳은 복원을 거쳐 태권도와 펜싱 경기가 개최됩니다. 올림픽 경기가 끝난 이후에는 스포츠 및 문화 행사 장소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조직위는 “멀리서만 볼 수 있는 기념물을 공공시설로 되돌리는 기회로 삼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물질발자국 절감 나선 파리 올림픽, 에코디자인·재생원료 우선 🎨
경기 운영 부문 또한 많은 자원이 일회성으로 소모돼 탄소가 배출됩니다.
조직위는 자원소모량을 줄이고자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예상 ‘물질발자국(Material Foot Print)’을 추산했습니다. 경기장별 필요한 자원을 추산해 지도화한 것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대회 사전·도중·사후의 자원수명주기를 관리하겠단 방침입니다.
그 결과, 경기 운영 부문에 필요한 소모품 내역이 정리됐습니다. ▲컴퓨터·스크린 등 전자기기 8만 5,000대 ▲스포츠 용구 100만 개 이상 ▲1,300만 끼니 식사와 1,800만 개 음료 등입니다.
이에 조직위는 공급업체 선정부터 바꾸고자 책임 있는 구매 전략’을 수립합니다.
▲에코디자인 접근 ▲대여 및 장수명 제품 우선 ▲재활용·부산물 원료 사용 ▲사용 후 재사용·재활용 계획 마련 ▲포장재 최소화 등을 채택한 기업을 우선한다는 내용입니다.
덕분에 여러 순환제품이 채택됐습니다. 건축폐기물 업사이클링 가로등, 조개껍질 보도블럭, 셔틀콕 업사이클링 커피 테이블, 플라스틱 병뚜껑 업사이클링 의자 등입니다.
앞서 도쿄 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였던 골판지 침대도 재등장했습니다. 올림픽 조직위는 골판지 침대를 개선해 선수단에 제공한단 계획입니다.
식단·플라스틱 배출량에 ‘관중 여행 배출량’ 줄일 것 🧳
한편, 조직위는 식단에도 신경을 기울였습니다.
120개 농부·식품기업·영양사 단체 및 200여명의 운동선수와 함께 ‘파리 2024 식품 비전’을 수립한 것.
탄소배출량을 프랑스 평균 대비 절반으로 줄인 식단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구체적으로 ▲식물성 재료 2배 증대 ▲ 채식 식단 증가 ▲식재료 80% 현지 조달 ▲푸드업사이클링·퇴비화를 통해 식품폐기물 감축 등이 포함됐습니다.
식사 제공에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역시 50% 감축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관중들의 여행에서 나오는 간접 배출을 줄이기 위한 계획도 세웠습니다.
대중교통망 강화 및 신규 자전거 도로 확충이 대표적입니다.
모든 경기장은 대중교통으로 접근 가능한 곳으로 선정됐습니다. 대중교통 운행량도 평소 대비 15% 늘린다는 것이 조직위의 계획입니다.
‘최악 폭염’ 우려에 일부 선수단, 에어컨 지참 계획…“냉방 빈부격차 우려” 🌡️
모든 계획이 환영받는 것은 아닙니다.
조직위의 선수촌 에어콘 미설치 결정은 각국 선수단의 우려를 불러왔습니다.
조직위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겠단 입장입니다. 대신 건물 배치와 구성으로 건물 간 공기 순환을 촉진합니다. 또, 차가운 지하수로 바닥 냉각 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등 일부 대표단은 선수촌 냉방이 지열 냉각 시스템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제기했습니다.
여기에 이번 파리 올림픽이 역대 최악의 폭염 아래 치러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며 불안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7일 영국 포츠머스대학 연구진은 올해 파리에서 극한 폭염이 예상된다는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포츠머스대 연구진의 말입니다.
연구진은 불과 5년 전 2019년에는 파리 기온이 역대 최고인 42.6℃를 기록했단 점도 짚었습니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도 폭염에 일부 선수들이 일사병 증세로 실신과 구토를 호소한 바 있습니다.
이같은 우려가 잇따르자 미국·독일·호주·이탈리아·캐나다 등은 선수단을 위해 에어컨 설비를 지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지나 그레농 조직위 환경우수성 책임자는 이들 국가들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습니다.
영국 보수지 텔레그래프는 “가장 ‘친환경적인 게임’이 좌절을 겪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냉방기기 지원이 어려운 저개발국가는 난색을 표했습니다. 각국 선수단 간의 냉방 빈부격차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선수단이 원할 경우 저공해 이동식 냉방장치를 대여할 계획이라고 조직위는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