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식펀드를 중심으로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올해 들어서는 급기야 순유출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SG 펀드로 들어온 돈보다 빠져나간 금액이 더 크단 뜻입니다.
우리나라 외환정보분석기관인 국제금융센터(국금센터)가 발간한 ‘최근 ESG 펀드 투자 둔화 배경 및 전망’ 자료에 담긴 내용입니다.
25일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펀드조사기관 ‘이머징 포트폴리오 펀드 리서치(EPFR)’ 집계 결과 6월 5일 기준 글로벌 펀드 자금은 올해 5,080억 달러(약 706조원) 증가했습니다.
허나, ESG 펀드는 102억 달러(약 14조원)로 순유출을 기록했습니다.
2021년 ESG 펀드 규모가 4,000억 달러(약 556조원)를 상회했었던 것과 달리 불과 몇 년 사이 급격히 감소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SG 펀드 중 채권형 펀드는 유입액이 비교적 일정한 반면, 주식형 ESG 펀드에서 자금이 상당 규모 빠져나가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주식형 ESG 펀드의 월간 순유출 규모는 작년 12월 44억 4,000만 달러(약 6조 1,715억원)였습니다. 올해 4월에는 129억 5,000만 달러(약 18조원)로 3배 가까이 확대됐습니다.
펀드 유입액 둔화에 따라 ESG 펀드 신설 숫자 역시 감소하는 추세로 확인됐습니다.
ESG 펀드 내 순유출 급격 증가한 3가지 이유는? 🤔
ESG 펀드 내 순유출이 급격하게 증가한 이유에 대해 국금센터는 크게 3가지 배경을 꼽았습니다.
①ESG 투자수익률 하락에 따른 관심도 감소 ②ESG 투자에 대한 비용 및 예산 문제 심화 ③반(反) ESG 정치적 압력 증가에 따른 투자 둔화 순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세계적인 긴축 정책으로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됐다”며 “지속가능펀드의 수익률이 전통 펀드 수익률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ESG 투자 상당수가 중장기적으로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한단 점도 한계로 작용했습니다.
초기 설립 비용이 높은 편이라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한데, 고금리 기조 유지 등 최근 거시경제적 조건이 ESG 투자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ESG 투자에 대한 피로감과 반발 정서도 투자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공화당이 집권한 주를 중심으로 ESG가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투자를 위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국금센터는 “미 공화당 등은 ESG 반대 소송이나 ESG 관련 투자 철회 등을 통해 에너지 전환이 지연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안티 ESG 펀드’도 나타났습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의하면, 2023년 4분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중 ESG에 관한 관심을 언급한 기업은 29곳에 그쳤습니다.
2021년 4분기 155개 기업이 언급한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신중론 부각” 韓 ESG 주식형 펀드 2022년 1.7조 → 2024년 1.1조 💸
국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22년 6월 국내 ESG 주식형 펀드는 1조 7,458억 원까지 설정액이 늘었습니다. 6월 25일 기준 현재 1조 1,344억 원까지 감소한 상태입니다. 그나마 채권형 ESG 펀드가 2조 원 안팎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금센터는 최근 투자 둔화에도 불구하고 기후대응을 위한 ESG 투자는 향후에도 공적연금이나 유럽을 중심으로 일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단, 기존 ESG 투자에 비해 신중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봤습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역시 지켜봐야 할 지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공화당 소속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할 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진행한 환경·인권 정책 상당수가 중단하거나 후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