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건축의 필수 재인 콘크리트.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콘크리트와 그 재료인 시멘트가 세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8%에 달합니다.
더욱이 콘크리트는 재사용·재활용도 어렵습니다. 시멘트와 모래, 자갈 등이 혼합돼 분리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물론 일부 폐콘크리트는 잘게 부수어 순환골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마저도 도로공사나 바닥재 등으로 용도가 한정됩니다.
이에 더 지속가능한 건축 자재를 만들고자 나선 곳이 있습니다. 2020년 캐나다에 설립된 ‘플라엑스 빌딩 시스템(PLAEX Building Systems·이하 플라엑스)’입니다.
플라엑스는 폐플라스틱으로 콘크리트 블록을 대체할 수 있는 자재를 만들었습니다.
독특한 점은 장난감 ‘레고’의 아이디어를 더한 것입니다.

플라엑스의 설립자 더스틴 바워스 최고경영자(CEO)는 원래 목수였습니다.
그러던 2017년 한 아이의 부모가 되면서 자신의 일터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건설 산업이 얼마나 낭비적인지를 알게 됐다고 말합니다.
대안을 찾던 도중 만난 것이 바로 폐플라스틱입니다. 이전에도 폐플라스틱을 건설 자재로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는 이미 존재했습니다.
우선 건설 자재는 수요가 많습니다. 매일 쏟아지는 막대한 양의 폐플라스틱을 감당 가능한 분야입니다. 또 플라스틱의 특성은 건축 자재에 알맞습니다. 강도와 내구성이 높고 방수성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바워스 CEO는 90%의 폐플라스틱과 10%의 첨가제로 만든 대체 콘크리트 블록을 개발합니다.
이름은 ‘플라엑스크리트(PLAEX-crete)’입니다.
플라엑스크리트의 원료 대부분은 농업용 플라스틱 같은 폐기물입니다. 주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통해 공급받습니다.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E), 저밀도·고밀도 폴리에틸렌(LDPE·HDPE), 폴리프로필렌(PP) 등이 사용됩니다. 단, 첨가제 등의 문제로 재활용이 어려운 폴리염화비닐(PVC)과 폴리스틸렌(PS)은 제외됩니다.
재활용 원료를 사용한 덕분에 탄소배출량은 크게 낮췄습니다. 캐나다 뉴브런즈윅대학이 진행한 실험 결과, 블록 당 탄소배출량이 기존 대비 42㎏나 낮았다고 사측은 설명했습니다.

한편, 바워스 CEO는 일반적인 폐플라스틱 재활용 건설 자재에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건설 자체를 더 쉽고 빠르게 만들기를 원했습니다.
이에 바워스 CEO는 레고 모양의 디자인을 접목합니다.
마치 레고를 조립하듯이 쌓아 올릴 수 있습니다. 기존 콘크리트 블록과 달리 모르타르가 사용되지 않습니다. 모르타르는 시멘트와 모래, 물을 섞은 자재입니다. 주로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즉, 레고 모양의 설계 덕에 자재 소비량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단 것.
더욱이 모르타르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건설 시간도 대폭 단축됩니다. 사측은 기존 시공 대비 3~4배 빠르다는 입장입니다. 모르타르 공사가 너무 춥거나 더울 때는 어렵단 점과도 비교됩니다.
나아가 건축물이 용도를 다한 이후에는 블록을 분해해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순환경제까지 고려해 설계됐단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현재까지 캐나다 녹색기술개발펀드(SDTC) 등으로부터 140만 달러(약 19억원)를 투자받았습니다.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블록의 안전성에 의구심이 들 수 있습니다.
이에 플라엑스는 플라엑스크리트의 내구성과 실용성을 강조하기 위한 다양한 영상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플라엑스크리트 블록을 직접 망치로 내려쳐도 부서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면, 콘크리트 블록은 두어번 만에 부서지는 모습입니다.
플라엑스크리트로 건설된 벽을 트랙터로 밀어버리는 실험도 시행했습니다. 벽은 부서지는 대신 형태를 유지한 채로 밀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만, 현재 플라엑스크리트는 벽과 조경 등 일부 용도에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에 대해 사측은 현재 주택 건축용 인증을 받기 위한 실험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2025년 저층 건물용 자재로 인증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플라엑스 측은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