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엑손모빌이 행동주의 펀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연초부터 이어져 온 엑손모빌의 주주 고소 사건이 일단락되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텍사스주 북부지방법원은 엑손모빌이 행동주의 투자자 아르주나캐피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앞서 엑손모빌은 올해 1월 아르주나캐피털과 네덜란드 기후단체 폴로우디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두 기관은 엑손모빌이 기후정책을 축소하고 있다는 이유로 다른 주주들을 설득해 이사회 재선임을 무산시키고자 했습니다.
이에 엑손모빌이 법적 대응에 나서자 두 기관은 주주 제안을 철회하고, 법원에 소송 기각을 요청했습니다. 폴로우디스의 경우 관할권이 유럽이기에 이미 기각된 상태였습니다.
마크 피트먼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주주 결의안을 제기한 아르주나캐피털이 논란이 된 기후 관련 주주 결의안을 다시 제출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며 “(엑손모빌이 제기한) 소송을 더는 심리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엑손모빌 투자자 대상 소송, 美 지방법원 “이미 종결된 것이나 다름 없어” 🏛️
엑손모빌의 우즈 CEO는 아르주나캐피털을 상대로 소송을 취하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 주주 결의안 제출 과정에서 (주주가 권한을) 광범위하게 남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피트먼 판사는 해당 사건은 “이미 종결된 것이나 다름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피고 측이었던 아르주나캐피털의 최고 투자 책임자인 나타샤 램은 성명을 통해 “(법원의 판결이) 올바른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는 석유와 천연가스 산업에 실질적인 역풍을 안겨주고 있다”며 “기후리스크를 인지한 투자자들은 회사가 소송이 아닌 리스크 해결을 위한 접근법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고 꼬집었습니다.
폴로우디스 역시 주주를 상대로 한 법적 소송이 주주 제안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했습니다.
“아르주나캐피털·폴로우디스, 엑손모빌 상대로 집단행동 안 할 것” ⚖️
회사가 주주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었던 만큼 미국 금융계에서는 해당 사건에 관심이 높았습니다.
특히, 엑손모빌 주주인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와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퍼스(캘리포니아주 공무원 연금)가 아르주나캐피털 등을 옹호해 관심이 더 몰렸습니다. 두 기관은 엑손모빌의 이같은 법적 조치가 되레 투자자들의 권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두 기관은 지난 5월 열린 엑손모빌의 연례주주총회에서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이사회 재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합니다.
다만, 우즈 CEO를 비롯한 엑손모빌 이사회 전원은 높은 찬성률 속에 재선임에 성공했습니다.
한편, 아르주나캐피털과 폴로우디스 양측 모두 향후 엑손모빌의 기후정책을 상대로 집단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엑손모빌이 주주를 상대로 향후 다시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쳤습니다. 피트먼 판사가 내놓은 판결문이 엑손모빌의 재소송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와 반대로 FT는 엑손모빌이 항소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