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에서 해양 기반 탄소제거(CDR) 프로젝트를 이끌어오던 미국 스타트업 러닝타이드가 폐업을 선언했습니다.
러닝타이드 본사는 미 동부 메인주 포틀랜드에 위치합니다.
해당 소식은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각) 러닝타이드 공식 소셜미디어(SNS) 게시글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마티 오들린 러닝타이드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자발적 탄소시장(VCM)의 수요 둔화와 미국 정부의 지원 부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수요 둔화로 회사 운영 자금이 바닥났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이에 많은 VCM 업계 전문가들은 ‘선도주자의 어려움’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 현지언론은 사측의 해명과 다른 보도를 전했습니다. 러닝타이드가 관할당국에 제출한 신고서와 다르게 프로젝트를 운영했단 것.
학계에서는 러닝타이드의 방법론에 대한 문제 제기도 거듭됐습니다.
아이슬란드 탐사매체 “러닝타이드, 운영상 의문점 존재” 🤔
일부 해양학자와 아이슬란드 현지매체는 러닝타이드의 폐업 뒤에 프로젝트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러닝타이드 폐업 발표 직전 아이슬란드 탐사전문매체 헤이밀딘은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에 걸쳐 러닝타이드 특집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주요 내용은 러닝타이드가 당초 아이슬란드 정부의 허가와 다른 해양 탄소제거 프로젝를 진행했단 것입니다.
러닝타이드는 당초 해조류 기반의 탄소제거 방식을 내세워 왔습니다. 거대 해조류를 키워 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가라앉혀 심해에 격리한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사측은 이를 ‘탄소부표’라고 소개했습니다.
해양 복원에 호의적인 아이슬란드에서 허가를 받으며 연구 및 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매체는 러닝타이드가 아이슬란드 정부에 해조류 탄소부표로 허가를 받았으나, 사실상 수천 톤의 목재폐기물을 바다에 투기했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프로젝트 변경에 환경부 장관 사임까지 “당국 관리 부재 드러나” 🚧
이에 아이슬란드 당국이 나섰지만 결국 “어떠한 감독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 매체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2022년 12월 아이슬란드 환경에너지기후부는 러닝타이드의 실험을 중단시켰습니다. 당초 계획과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했단 것이 이유였습니다. 이듬해 1월 러닝타이드는 당국에 행정소송을 제기합니다.
이에 구드라우구르 쏘르 다르손 당시 환경에너지기후부 장관은 스스로 사임했습니다. 다르손 전(前) 장관은 해당 문제를 논의할 자격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신임 장관이 임명된 지 약 3달 뒤, 환경에너지기후부는 러닝타이드에 대한 감독 권한 없음을 고지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8월 예정대로 프로젝트가 시행됩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러닝타이드의 프로젝트가) 당국의 통제하에 있지 않았고 연구 허가서의 내용과도 달랐다”고 매체는 꼬집었습니다.
한편, 이 과정에서 오들린 CEO가 귀드니 요하네손 아이슬란드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단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러닝타이드의 프로젝트가 국가적인 관심사였단 추측이 가능합니다.

과학계, 러닝타이드 탄소제거 생태계 악영향에 ‘탄소격리 無’ 🔬
그간 과학계에서도 러닝타이드의 탄소제거 방법론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습니다.
일례로 2022년 6월에는 MIT 테크놀리지 리뷰가 러닝타이드의 해조류 탄소부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특집을 다뤘습니다. 해조류를 다량 해저에 가라앉을 경우 해양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단 지적입니다.
해조류 재배를 위해 비료 격인 산화철을 뿌린단 점도 ‘해양시비’란 지적도 받았습니다. 해양시비는 바다에 비료 시비로 식물성 플랑크톤을 늘려 탄소격리를 유도하는 지구공학 기술입니다. 유엔생물다양성협약(CBD)에 의해 금지돼 있습니다.
해조류 탄소부표에 사용된 캐나다산 목재에서 나온 벌레가 북유럽 생태계를 교란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러닝타이드가 돌연 해조류가 아닌 해양 알칼리 기반 탄소제거로 전환한 것도 이러한 지적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욘 올라프손 아이슬란드대학 해양학 명예교수는 러닝타이드의 새로운 방법이 “알칼리 향상 기술의 모호한 구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코팅된 석회석이 심해에 가라앉기 전에 용해될 수 있을지 의문이란 것. 올라프손 교수는 효과 여부를 알기 위해선 최소 몇 년의 실험과 과학자들의 독립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탄소제거 기업 연쇄 폐업 경고…업계 전문가 “자연스러운 과정” 💡
한편, 해양 탄소제거 업계를 선도했던 만큼 러닝타이드의 폐업은 업계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나아가 VCM 전체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탄소크레딧 시장분석기관 CDR닷에프와이아이(CDR.fyi) 공동설립자인 로버트 회글룬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VCM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앞으로 몇 년 안에 다른 많은 탄소제거 스타트업이 폐업을 발표할 것”으로 그는 내다봤습니다. VCM 시장확장으로 인한 시장통합효과 때문입니다.
회글룬드는 자동차 산업에 빗대 현 VCM 시장을 설명했습니다. 110년 전 미국에 1,000개 이상 자동차 기업이 존재했지만 현재는 3곳뿐이란 것.
따라서 회글룬드는 개별 탄소제거 기업의 흥망성쇠 대신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국 국립해양연구센터의 앤드루 율 해양생지화학 박사도 비슷한 논평을 냈습니다.
율 박사는 “러닝타이드의 종말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면서도 “X프라이즈 지원 기업들을 볼 때, 기술적으로 가장 설득력 있는 해양 탄소제거 기업은 아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러닝타이드는 X프라이즈 2단계 상위 100팀에는 포함됐으나, 결선 진출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닝타이드 폐업 모아보기]
① MS·쇼피파이 계약한 해양 탄소제거 선도기업 러닝타이드, 돌연 폐업 선언한 까닭
② 아이슬란드 탐사매체 “러닝타이드 폐업? 사업 변경, 장관 사임 등 의문점 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