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자회사가 노동착취 혐의로 이탈리아 법원으로부터 법정 관리를 명령받았습니다. 이때 법정 관리는 파산이나 회생절차가 아닌 법원에 따른 관리 감독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다른 명품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 그룹이 노동착취로 같은 판결을 받은 지 한달여만입니다.
LVMH는 루이비통, 크리스찬디올(디올) 등 유명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입니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은 LVMH 소유의 디올 산하 핸드백 제조사 ‘매뉴팩처 디올’에 1년간 법정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같은날 밀라노 검찰은 역내 12개가 넘는 패션 브랜드를 대상으로 공급망 조사에 나섰다고 전했습니다.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디올의 주요 혐의는 공급망 내 상시적·체계적인 노동착취 및 강제노동이었습니다. 디올이 이익 추구를 위해 노동착취와 강제노동이 이어졌단 것입니다.
유럽연합(EU)이 추진해 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제도 적용이 현실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장시간·야간노동 발견” 디올 핸드백 공장, 노동착취 혐의로 제소 ⚖️
이탈리아는 패션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업계 내 노동자 인권에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에 지난 상반기 검찰이 매뉴팩처 디올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산하 4개 공급업체에서 노동착취가 확인됐습니다.
저임금·장시간 근무·비위생적 환경·안전 위반 등이 다수 확인됐습니다. 해당 공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불법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공장에서는 직원들이 장시간 근무했습니다. 야간과 휴일 구분이 없었습니다. 하루 24시간 언제든 생산에 투입할 수 있도록 공장 인근에 무허가 기숙사도 지었습니다. 심지어 공장 가동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기계 안전장치를 제거했단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밀라노 법원은 이에 대해 “착취적인 조건”에서 근무가 진행됐단 점을 꼬집었습니다.
밀라노 검찰은 디올이 자사의 공급망 내 노동착취 문제를 숨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했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일례로 무허가 기숙사에 체류하던 노동자들이 불시의 검문을 받을 경우 “근무가 아닌 취업 면접을 위해 머물렀다”고 답하라고 했단 것. 법원 역시 이를 지적했습니다.
나아가 디올은 하청 기업에 대한 검증이나 실제 근무 조건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나 감사 모두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즉, 이러한 위반 행위가 일회성 문제가 아니라 더 높은 이익 추구를 위해 체계적으로 이뤄졌단 것이 검찰 측의 주장입니다.
밀라노 법원 “디올, 1년간 감시할 것”…노동착취 공장 모두 영업 정지 👀
이외에도 해당 핸드백 제조업체가 중국 기업이 소유한 밀라노 공장에서 강제노동을 통해 생산된 가방을 판매했단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53유로(약 8만원)로 공급받아, 소매가 2,600유로(약 380만원)로 판매한 것이 밀라노 검찰 측의 설명입니다.
밀라노 법원은 이러한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매뉴팩처 디올에 법정 관리 1년을 명령했습니다. 이에 따라 매뉴팩처 디올은 법정 기간 내에 공급망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단, 영업은 지속할 수 있습니다.
같은날 밀라노 법원은 해당 업체를 관리할 위원도 임명했습니다.
한편, 노동착취가 드러난 공장 4곳 모두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공장 소유주에게는 13만 8,000유로(약 2억원)의 벌금과 6만 8,500유로(약 1억원)의 행정 제재가 내려졌습니다.
LVMH는 밀라노 법원 판결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습니다.
초읽기 들어간 EU ‘공급망실사법’ 발효…“패션브랜드 소송, 선행지표” ⚖️
앞서 이탈리아 사법당국은 지난 4월 아르마니 그룹에도 유사한 조치를 취한 바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공급업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는 혐의입니다.
밀라노 내 하청공장에서는 시간당 2~3유로(약 3,000~4,400원)에 하루 평균 10시간의 장시간 근무가 발생했습니다. 최대 주 7일 근무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당시 아르마니 그룹은 “공급망에서 남용을 최소화기 위해 항상 노력해 왔다”고 해명했습니다.
아르마니 그룹은 이미 법정 관리가 시작된 상황입니다.
한편, 밀라노 검찰은 여타 패션 브랜드의 공급망에 대한 추가 조사를 이어간단 방침입니다. 이는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 발효를 앞두고 있단 점에서 더욱 주목받습니다.
지난 5월 CSDDD는 EU 차원의 법적 절차가 마무리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발효 후에도 EU 27개 회원국별로 적용되기까지는 3~5년 정도의 시한이 걸릴 것으로 전망합니다. CSDDD는 기업 공급망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과 인권 문제를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허나, 이번 이탈리아의 대응은 국가별 대응이 더 빨라질 수 있단 것을 시사합니다. 일종의 선행지표로 볼 수 있단 것.
물론 사법당국이 패션 산업 내 노동 문제 조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2021년을 전후로 프랑스·독일·네덜란드 등을 중심으로 환경단체가 고발에 나섰습니다. 이는 각국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유니클로·자라·샤넬 등 브랜드 규모를 막론하고 강제노동 연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단, 당시 고발과 조사 모두 실제 기소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이를 통해 현재 사법당국의 변화된 기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LVMH 다음은 어디? “세계 상위 65개 브랜드 중 46% 긴장해야” ⚠️
그렇다면 패션업계의 노동 문제는 어디까지 확대될까요?
지난 1월 공개된 보고서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국제 비영리기관 기업인권자원센터(BHRRC)가 발간한 ‘공급망을 알라(KnowTheChain)’ 보고서입니다.
센터는 2022년에서 2023년, 세계 최대 의류 및 신발 기업 65곳의 인권 위험 평가를 수행했습니다.
65개 분석대상 중에는 LVMH 또한 포함됐습니다. 센터에 의하면, LVMH는 100점 만점에 단 6점을 받았습니다. 경쟁 브랜드인 케링 23점, 에르메스 11점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LVMH가 직전 분석 기간(2020~2021년)에 19점을 받았단 점과 비교됩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약 50%는 공급망 내 인권위험 평가 수행 방법론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65개 기업의 46%에서 공급망 내 강제노동 혐의가 연루됐을 가능성도 발견됐습니다.
아이네 클라크 BHRRC 책임자는 “최근까지 공급망 강제노동 문제에 대한 기업의 책임은 심각하게 부족했다”고 지적합니다.
이어 그는 미국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FLPA)과 EU의 공급망실사법 발효로 “패션 공급망의 가혹한 현실은 지속적으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