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칩 개발을 선도하는 미국 엔비디아가 애플을 제치고 한때 미 시가총액 2위 기업에 올랐습니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미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일 대비 5.16%로 오른 1,224.4달러(약 168만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달 23일 1,000달러(약 136만원)를 돌파한지 불과 2주 만에 약 25% 상승한 것입니다.
물론 이튿날(6일)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단 평가와 함께 공매도가 몰리며 주가는 소폭 하락했습니다. 현재는 시총 3위로 복귀한 상황입니다.
엔비디아 시총은 불과 1년간 1조 달러(약 1,368조원)에서 3조 100억 달러(약 4,119조원)로 불었습니다. 이른바 ‘3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것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3번째입니다.
올해 불어난 시총 약 1조 8,000억 달러(약 2,463조원)는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와 맞먹습니다. 2023년 우리나라 GDP는 1조 8,394억 달러(약 2,517조원)로 집계됐습니다.
엔비디아의 이같은 질주의 배경에는 AI 열풍 덕분입니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엔비디아의 독점 구도가 쉽사리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AI 대표 기업 부상한 엔비디아, 2024년 주식 147% 급성장 📈
1993년 설립된 엔비디아는 고사양 게임 구동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주로 만들던 기업입니다. 그런데 GPU가 AI 딥러닝에 필수인 고성능 하드웨어로 급부상하면서 엔비디아는 ‘AI 대표 기업’으로 변모합니다.
덕분에 엔비디아의 2025 회계연도 1분기(2024년 2~4월) 영업이익만 169억 900만 달러(약 23조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1년만에 8배가량 늘어난 것입니다. 엔비디아 주가가 올해 들어서만 147% 뛴 배경과도 연결됩니다.
최근에 테슬라가 엔비디아 칩을 매집하고 있단 소식도 주식 상승세에 힘을 보탰습니다.
여기에 엔비디아 주가가 10분의 1 액면분할도 예정돼 있단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액면분할은 주당 가격 하락과 투자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만큼 호재로 인식됩니다.

3조 클럽 가입한 엔비디아, 시총 1위 MS 뛰어넘을 수 있나? 🤔
6일 기준 시가 총액 1위인 MS의 시총은 3조 1,550억 달러(약 4,318조원)입니다. 같은날 엔비디아 시총은 2조 9,780억 달러(약 4,088조원)로 3조 달러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이에 따라 시총 2위 자리는 다시 애플이 잡았습니다.
주가 과열 양상으로 인해 숨 고르기에 들어섰단 분석입니다.
일부 증권가에서는 향후 엔비디아가 MS를 제치고 시총 1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단 분석을 내놓습니다. 다른 기업들 역시 맹추격에 나섰으나, AI 산업의 경우 엔비디아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생태계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2006년 출시한 ‘쿠다(CUDA)’ 생태계 때문입니다. 이는 AI 개발들이 쓰는 엔비디아의 프로그래밍 플랫폼입니다. 쿠다와 이를 통해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모두 엔비디아 칩에서만 작동합니다.
폐쇄적인 생태계에 의존할 수 있도록 만듦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여왔단 것. 이는 애플이 취해온 전략과 유사합니다.
여기에 생성형 AI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꺾이지 않는 이상 엔비디아의 상승 흐름은 지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 대만의 정보기술(IT) 콘퍼런스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새로 선보일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을 선보였습니다. 해당 제품은 2026년부터 판매됩니다.
올해 말 출시 예정인 신형 AI 칩 ‘블랙월’을 소개한지 3개월 만에 새로운 제품 출시 계획을 공개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 경쟁자들이 나설 여지를 주지 않으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AI 수요 폭증과 함께 덩달아 엔비디아 온실가스 배출량·물소비량 증가” 🌩️
AI 칩을 포함한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사업 부문의 매출(2024년 2~4월)은 전년 동기 대비 427% 급증한 226억 달러(약 30조원)를 기록했습니다. 전체 매출의 87%를 차지한 것입니다.
한편, 엔비디아의 기록적인 성장에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늘었습니다. AI 칩 구매 수요 증가와 데이터센터 운영에 따른 것입니다.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 상당수가 화석연료 시설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올해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에 의하면, 2022년 세계 데이터센터에 사용된 전력은 전체 전력수요의 2%에 해당하는 460TWh(테라와트시)였습니다.
IEA는 AI 수요 증가 등에 따라 데이터센터 관련 산업의 전기소비량이 2026년까지 2022년의 2배가 될 것으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엔비디아가 발간한 ‘2024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의하면, 2023년 엔비디아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약 369만 2,423톤에 달합니다.
협력사와 물류 등 공급망 전반에서 배출된 온실가스, 즉 스코프3가 대다수(약 363만 7,478톤)를 차지합니다.
엔비디아가 기후대응 노력을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엔비디아 역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스코프 전체에 걸쳐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예컨대 2025년 회계연도 말까지 엔비디아가 운영하는 모든 사무실과 데이터센터에서 ‘RE100’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RE100은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는 캠페인입니다.
지난해 기준 엔비디아는 전체 사무실과 데이터센터의 76%를 재생에너지 전력을 통해 운영 중입니다.
그럼에도 엔비디아의 배출량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엔비디아의 물소비량 역시 39만 4,248㎥(입방미터)로 전년과 비교해 소폭 늘었습니다.
젠슨 황 CEO, 기술 통해 넷제로 달성…“새로운 접근방식 필요” 🌎
일단 엔비디아는 기술과 정책 규제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단 입장입니다.
에너지효율성을 높인 GPU를 통해 데이터센터 내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단 것.
올해 공개 예정인 엔비디아의 신제품 ‘블랙월’이 대표적입니다. 황 CEO는 블랙월에 대해 “블랙월은 새 산업혁명의 엔진이다”라며 “역사상 가장 성공한 신제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블랙월이 기존 AI 계산 성능을 대폭 개선시킨 덕에 전력소비가 크게 줄어든단 것이 엔비디아 측의 설명입니다.
또 2026년 회계연도 말까지 모든 협력사와 제조업체에 과학 기반 감축목표를 채택하도록 요구할 예정입니다.
앞서 황 CEO는 AI 등 컴퓨팅 성능의 이점을 내세우며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피력한 바 있습니다.
👉 엔비디아 “지속가능성 향상 위해 기후테크 스타트업과 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