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아시아 8개국 49개 은행을 대상으로 환경·사회적 통합 성과를 분석한 ‘2023년 은행 부문 지속가능금융 평가(SUSBA·Sustainable Banking Assessment)’ 보고서를 세계자연기금(WWF)이 5일 발표했습니다.
WWF는 지속가능금융 전환 가속화를 위해 2017년부터 은행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통합 성과를 다각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평가도구가 SUSBA입니다. 아시아 지역과 가장 관련성이 높은 환경·사회 이슈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입니다.
올해 평가에는 한국의 5개 상업은행도 포함됐습니다. 자산 규모 기준 최대 상업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순입니다.
분석 결과, 지속가능금융의 중요성에 대한 국내 은행들의 인식이 전년 대비 증가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단, 자연자본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속가능금융? SDGs 달성 직·간접적 기여 가능한 금융활동 지칭” 🤔
지속가능금융은 과연 무엇일까요? WWF는 유엔이 수립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와 상품이라고 소개합니다.
사기업인 동시에 공공성을 강하게 가진 금융기관이 환경 보전과 기후대응을 위해 행하는 금융 활동을 모두 일컫습니다. 산림 복원을 목표로 출시된 펀드가 대표적인 지속가능금융 사례입니다.
WWF는 은행이 환경·사회 리스크를 인식하는 정도와 이를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평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6개 부문(목적·정책·절차·임직원·금융상품·포트폴리오)에서 총 78개 세부지표를 사용했습니다.
올해 7번째로 시행된 조사에는 자유의사에 따른 사전인지동의(FPIC) 요건과 중소기업을 위한 문항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고 기관은 밝혔습니다.
평가 은행 83% 환경파괴 관련 리스크 인식…“조치는 아직 초기 단계” 📢
그 결과, 올해 전체 점수는 2022년 평가 대비 5.6%p(퍼센트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WWF는 경영진의 ESG 이행 의무와 책임 등을 평가하는 임직원 부문이 작년 대비 8.2%p 상승했습니다.
조사 대상인 아시아 8개국* 중에서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선두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필리핀은 2021년 중앙은행 차원의 지속가능금융 프레임워크 공시 지침 발표와 규제에 힘입어 전년 대비 43%p 올라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시아 49개 은행 중 83%는 환경파괴와 관련된 사회·경제적 리스크를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 현재 사업 활동과 관련한 부정적인 환경·사회 영향을 줄이거나 긍정적 영향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달성도를 공개하고 있는 은행은 평가 대상 중 13%에 불과했습니다.
WWF는 “인식 대비 자연 관련 리스크에 대한 조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8개국: 한국, 일본,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팜유·에너지·수산물 등 산업군별 진전 현황? 📊
나아가 산업별 평가를 진행한 결과 일부 산업군에서는 제한적인 진전이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WWF는 아시아 지역 은행권의 영향이 크게 미치는 산업군 ①팜유 ②에너지 ③수산물 등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합니다.
🌴 팜유|산림파괴 금지 이행 요구 은행, 2022년 10개 → 2023년 13개
3개 산업군 중에서는 팜유 부문 정책에서 일부 진전이 확인됐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소비되는 식용 기름인 팜유의 약 85%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됩니다. 팜유 생산을 위해 열대우림이 불법으로 벌채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2023년에 팜유 벌채를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사라진 열대우림 면적만 약 300㎢입니다. 이는 서울시(605㎢) 면적의 절반가량이 사라진 것입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삼림벌채나 주민 착취 등 팜유 산업 내 산림파괴 금지(NDPE) 정책 이행을 요구한 은행이 2022년 10개에서 지난해 13개로 늘었습니다.
그러나 WWF는 “탄소중립을 약속한 대부분의 은행이 초기 단계에서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탄소집약적 부문에 탈탄소화 계획에 초점을 맞춘다”며 “농업이나 팜유는 (계획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 에너지|TCFD 표준 이행 은행 62%…신규 화석연료 탐사 제한 10% 그쳐
에너지 부문에서는 화석연료 배출 감축 관련 포트폴리오에서 일부 진전을 보였습니다. 평가 대상 은행 중 62%가 ‘기후변화에 관한 재무정보공개협의체(TCFD)’ 표준을 이행하기로 했습니다. 2022년 대비 11%p 늘어난 것입니다.
평가 은행 중 33%가 화석연료 노출을 줄이기 위해 명시적 목표를 설정했단 점도 눈여겨볼 지점입니다.
다만, WWF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나온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에 대한 은행들의 목표 달성도가 아직 고르지 못하단 점을 꼬집었습니다.
예컨대 평가 대상 은행의 10% 미만이 신규 석유·천연가스 탐사와 개발에 대한 금융 제한을 실시했습니다. 고객에게 배출량을 공개하거나 감축목표를 설정하도록 요구하는 은행은 소수에 불과했다고 WWF는 밝혔습니다.
재생에너지 설비 확산에 있어서는 중소기업 위한 대출 프로그램이 적단 점이 문제사항으로 지적됐습니다.
🐟 수산물|WWF “더 많은 진전 필요”
마지막 수산물 산업에 대해 WWF는 “해양 건강 악화, 오염, 질병 발생, 인권 및 노동권 침해로 인해 더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분석 결과, 은행권 대다수는 수산물 산업에서 자연과 생물다양성 손실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 여전히 더 많은 진전이 필요하다고 WWF는 진단했습니다.
韓 은행, 지속가능금융 중요성 인식…“자연자본 인식 변화·대응 필요” 🦜
그렇다면 한국 은행 5곳은 어땠을까요?
보고서는 분석 결과, 국내 5곳 은행 모두 지속가능금융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WWF는 “국내 은행들이 지속가능금융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전력적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5년간(2019~2023년) 국내 은행 5곳 모두 지속가능금융을 위한 항목별 인식 변화에서 ▲환경·사회(E&S) ▲기후 등이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단, 자연자본과 관련된 부분에선 점수 변화가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는 한국의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가 환경·사회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WWF는 진단했습니다.
앞으로는 자연자본 관련 항목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정책·전략을 더 강화함으로써 국제사회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단 것이 WWF의 제언입니다.
한편, WWF는 금융기관이 기후와 자연 그리고 생물다양성을 구분해 바라봐서는 안 된단 점을 피력했습니다. ‘지구 전체’에 대한 접근방식을 택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단 것이 기관의 설명입니다.
이에 WWF는 금융기관에게 ‘지구위험한계선(Planetary Boundaries)’을 채택해 지속가능금융을 확대해 줄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는 인류가 지속가능하게 생존하기 위해서 지구 환경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찾는 개념입니다. 총 9가지 지표로 구성돼 있습니다.
박민혜 WWF 한국본부 사무총장은 “지속가능금융으로의 전환이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잠재적 수단으로 간주되는 만큼 기후를 넘어 자연 및 생물다양성으로 지속가능성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국내 은행들도 이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정책 및 전략을 개발하여 글로벌 동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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