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웨덴에서 자동차 에어백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순환의류가 등장했습니다.
스웨덴 남부 말뫼에서 개최된 국제디자인페스티벌 ‘서던스웨디시디자인데이’에서 공개된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행사는 지난 23일부터 26일(이하 현지시각)까지, 나흘간 열렸습니다.
올해 행사는 ‘케어(돌봄·관리)’란 주제 맞춰 현대 산업의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번 행사에서 주목받은 디자인은 단연 ‘에어백 프로젝트입니다. 말 그대로 자동차 산업에서 배출되는 에어백 폐기물의 잠재력을 조명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스웨덴 패션·섬유 디자이너 5인이 참여해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스웨덴의 디자인 스튜디오 ‘말뫼 업사이클링 서비스(MUS)’가 기획했습니다.
왜 하필 자동차 산업, 그중에서도 에어백을 선택한 것일까요?
사실 스웨덴은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이었습니다. 볼보자동차와 사브가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1990년대부터 어려움을 겪습니다. 사브의 경우 파산 및 매각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자동차 산업은 스웨덴의 핵심 산업이란 위상이 남아 있습니다.
스웨덴의 산업 폐기물 문제에서 자동차 산업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한편, 안나 구드문스도티르 MUS 설립자는 에어백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재사용이 불가능할뿐더러 재활용도 매우 어렵기 때문”이란 것.
에어백의 핵심은 단연 안전성입니다. 작은 충격에도 민감해야 할뿐더러, 재사용은 불가능합니다. 또 내구성을 위해 복합섬유로 만들어져 재활용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이 매립·소각된다는 것이 구드문스도티르 설립자의 말입니다.
이에 MUS는 에어백 프로젝트를 위해 스웨덴 현지 디자이너 5인을 섭외합니다.
과제는 새로운 산업에서 에어백의 잠재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것.
디자이너들에게는 총 200개의 폐에어백이 주어졌습니다. 폐에어백은 하키 상의부터 핸드백, 콘셉트 조형물까지 여러 작품들로 재탄생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스튜디오·디자이너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업사이클 프로젝트 ‘퍼플린스’의 페르닐라 로젠버그 디자이너 ②‘스튜디오 소리아노’ ③주문형 의류 브랜드 ‘팜파스’ ④ ‘스튜디오 234+’ 설립자 왁시우 세후 디자이너 ⑤ 조나 베르글린드 섬유 디자이너
먼저 퍼플린스는 폐에어백을 사용해 하키 상의로 업사이클링했습니다.
부풀어 오른 듯한 형태는 에어백의 모양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강렬한 색상의 끈과 털 장식물도 눈에 띕니다. 장식에는 퍼플린스가 이전 작품에서 사용하고 남은 재료가 사용됐습니다.
항상 모든 프로젝트에서 남은 조각들은 다음 작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작은 보석’으로 보관한단는 것이 로젠버그 디자이너의 설명입니다.
두 번째 작품은 폐에어백을 사용해 만든 외투입니다.
스튜디오 소리아노는 에어백 소재를 활용하되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목표로 했다고 말합니다. 크게 과장된 부분 없이 실용성 높은 모습이 특징입니다.
“소재에 담긴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작업했다”고 스튜디오 측은 설명했습니다.
세 번째 작품은 화려한 술이 달린 재킷입니다. 폐에어백을 잘게 잘라 만들었습니다.
재킷은 현지 소규모 패션 브랜드 팜파스가 디자인했습니다.
팜파스는 팔리거나 수거되지 않은 재고를 사용해 주문형 생산을 전문으로 해왔습니다. 특이한 점은 모든 옷에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이번 작품에서도 개인화된 패션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패션의 낭비를 줄인다는 철학이 반영됐습니다.
네 번째 작품은 세후 디자이너가 만든 가방입니다. 그는 말뫼 내 중고·업사이클링 전문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234+’의 설립자이기도 합니다. 수선과 재설계, 의류 관리 등의 분야에서 주로 활동해 왔습니다.
유일한 섬유 디자이너인 베르글린드는 콘셉트 조형물을 공개했습니다.
그는 버려진 에어백을 예술 작품으로 업사이클링함으로써 관람객이 안전과 혁신, 예술적 표현의 교차점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색상과 공간을 개념화해 단순한 도형으로 형상화했단 것이 디자이너의 설명입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하려는 시도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앞서 현대자동차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자동차 산업의 다양한 폐기물을 사용해 만든 패션을 선보였습니다. 이들 기업이 업사이클링한 폐기물에는 에어백도 포함됩니다.
지난 5년간(2019~2023년) 현대차는 업사이클링 패션 프로젝트를 이어왔습니다. 버려진 에어백 등을 이용해 리사이클 원사를 만든 바 있습니다.
일회성 프로젝트를 넘어 정식 판매에 나선 곳도 있습니다. 중국 전기자동차 기업 ‘니오’의 이야기입니다. 작년 11월 사측은 자동차 생산 스크랩을 사용한 자체 패션 브랜드를 출시했습니다.
에어백뿐만 아니라, 안전띠와 기타 가죽 및 직물 등이 사용됐습니다.